ⓒ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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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이 관심을 끈 것은 조씨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코링크PE) 의혹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이다. 과연 1심 결과가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았다.

성신여대 법학과 김봉수 교수는 조 전 장관 재판 결과가 나오면 언론에서 자주 자문을 요청하는 인물이다. 전직 판사 출신으로, 조 전 장관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 과정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꾸준히 남겨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일 서울 광진구 미래대안행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사모펀드의 약탈적 행태를 오래전부터 고발해 오다가, 조 전 장관 사건에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시작은 우연한 관심이지만 이제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 전 장관 사건의 맥을 짚어주고 있다.

공무원 사모펀드 투자가 왜 위험한가

- 조국 전 장관 재판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조국 전 장관이 부활하고 있는 듯하다. 딸 부정입학이나 장학금 부정 취득은 곁가지다. 중요한 것은 조국 부부가 사모펀드 운영에 직접 관여했느냐와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는가다. 그런데 그 중요한 두 혐의에 관하여 일단은 조국 측에 유리하고 검찰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 사모펀드 사건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무원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뇌물을 직접 받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뇌물을 주고 싶은 사람이 그 사모펀드가 수익을 내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뇌물죄로 처벌하기가 어렵다. 또한 권력을 이용하여 해당 사모펀드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하물며 공직자가 사모펀드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공직자윤리법에 의하면 고위공직자의 주식 직접투자는 금지되어 있는데, 사모펀드에 투자한 뒤 그 운영에 관여하면 사실상 직접투자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국 부부가 사모펀드 투자를 넘어 운영에 직접 관여하였는지는 조국 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 중앙지법은 사모펀드 운영 과정에서 일어난 횡령 등의 사건에 관하여 조국 부인 정씨의 공범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향후 조국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 부인 정 교수가 사모펀드 공범이 아니라는 재판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판결에서 정 교수가 조카의 횡령 사건에 대한 공범이 아니라고 보았는데, 반면 증거인멸교사에 대해서는 공범관계를 인정하였다. 그런데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투자자 또는 금전 대여자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코링크PE의 직원들에게 증거인멸 지시를 할 수 있나. 재판 기록을 볼 수 없어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약간 모순되는 점이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재판의 또 다른 축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 감찰 무마와 관련해 직권남용이 인정될까. “이 부분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유재수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았을 때 그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느냐, 또 사실일 가능성이 어느 정도였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조국 민정수석이 감찰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였음에도 고의적으로 감찰을 무마하였다면 직권남용이 성립할 것이지만, 단순히 판단을 잘못하여 감찰을 중단한 것이라면 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당시 보고를 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진술이나 당시 보고된 자료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지난 유재수 판결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유재수의 죄책이 무거울수록 조국에게 불리하고, 가벼울수록 조국이 면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뇌물은 나눠서 챙겨라’는 황당 재판

지난 5월 22일 서울동부지법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9000만원을 선고했다. 유씨는 2010~2018년 투자업체나 신용정보, 채권추심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총 4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 유 전 부시장 1심 판결에 대한 생각은. “매우 잘못된 판결이다. 기존의 다른 사건과 비교해 형량이 맞지 않는다. 올 2월에 업자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6급 공무원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유재수는 뇌물액이 4000만원을 넘는데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이렇게 판결을 하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 또 특정 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뇌물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유재수는 전체 뇌물액이 4000만원이 넘지만 여러 사건으로 분산되어 한 건의 뇌물액은 3000만원이 안 된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가벼운 형이 선고되었다. 그러면 한 건에 3000만원 받은 공무원보다 1000만원씩 네 명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잘못이 적다는 것인가. 이런 말이 안 되는 판결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렇게 유재수가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 조국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사건’으로 생각할 이유가 있었다는 논리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조국 직권남용 사건에서 검찰의 부담이 크게 가중된 것이다.”

- 조 전 장관 재판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끝날까.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검찰이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제출했거나 제출할 증거를 보지 않고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유재수와 조범동에 대한 판결은 조국 측에 유리하게 나왔다. 그것만 가지고 전망한다면 대부분 무죄로 끝나고 사소한 죄, 이를테면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한 사건 정도가 유죄가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조 전 장관이 법적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다음 대선에 나올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법원에 대한 비판을 덧붙였다. “오늘날 검찰이 수난을 당하는데도 여론의 동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잘못된 행태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도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나 재판 진행을 하는 것이 눈에 띄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유재수 판결뿐만 아니라 대학 구내에 대자보를 붙인 사건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한 판결, 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법원이 먼저 나서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권유하고 그것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황당한 진행을 하여 특검으로부터 기피신청을 당한 사건 등이다. 과연 정치적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법원도 검찰과 같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흔들림 없는 무게감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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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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