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청이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된 주민자치회장을 구청 6급 상당 공무원으로 임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양천구청은 전 주민자치회장이 고발된 사유인 회계문제를 회계년도가 9개월이나 지난뒤 사후 조정토록 해 문제를 덮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월 수면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4일 서울 양천구 신정4동 주민자치회 감사인 공익제보자 이상돈씨는 박모 당시 신정4동 주민자치회장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문제가 된 것은 강사 수당과 관련된 건이었는데, 서울시 등에서 지급받은 민간경상 보조금 중 일부를 특정한 근거 없이 4명의 강사들에게 지급했다는 것이었다. 강사들 중 한 명은 현 정부 고위 공직자를 지낸 사람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민간경상 보조금을 지원받는데, 주민자치회가 용처를 결정해 집행한다. 관련 건으로 고발당한 박 자치회장은 같은 달 23일 자치회장 직을 사퇴했다. 해당 고발건은 서울남부지검이 양천경찰서 경제팀을 통해 수사 지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양천구청은 박 전 자치회장이 배임죄로 고발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박 전 자치회장을 지난 5월24일 주민자치회 주무부서인 주민협치과에 6급 상당인 시간제 나급 협치조정관으로 임용했다.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된 공무수행 사인(私人)이 공무원으로 임용된 것이다. 배임죄와 횡령죄는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부패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혐의가 의심되는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박 전 자치회장은 현재도 양천구청에서 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양천구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 전 자치회장 임용 후 신정4동 주민자치회에 회계년도가 지난 회계사항을 “사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 건은 자치회에서 6월 15일 통과됐다. 이 회계사항은 당시 배임 고발 이유가 됐는데 이를 사후 조정한 것이다. 이상돈 감사는 “강사수당과 관련한 조정은 건별로 사전에 조정하는 것만 가능한데, 양천구청은 9개월이 지난 뒤 조정을 시킨 것”이라며 “회계년도가 지나고 조정을 하는 이런 행위가 적법하다면 대한민국에서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받을 공직자나 공무수행사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단지 고발장이 접수됐을 뿐 이후에 소환조사나 아무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해서 기한이 정해져 있는 공무원으로조차 임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론보도문

위의 기사 내용에 대해 양천구청은 다음과 같은 반론보도문을 보내왔습니다.

“양천구청은 임용과정에서 고발당한 사실을 인지하고 임용한 것이 아니며, 적법한 과정[지방공무원임용령제62조(시험의 공고) 및 제50조의3(면접시험 및 최종 합격자 결정 등)]을 거쳐 공무원으로 임용하였고, 회계문제에 대해 권한을 가진 주민자치회에서 재심의를 통해 명확하게 할 것을 ‘사후지시’가 아닌 권고한 사항이며, 지시를 한 적도 없습니다.

또한, 박 전 자치회장이 회장직을 사퇴한 것은 공무원으로 최종합격하여 공고 후 관련법령[지방공무원법제56조(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및 양천구 주민자치회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제7조(위원의 자격)]에 따라 겸직을 할 수 없어 사퇴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보도내용과는 달리 ‘부패방지및권익위 설치와 운영에 관한법률제82조(비위면직자등의 취업제한)’에 ‘고발 혐의가 의심되는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천구청의 임용과정은 전혀 이상하지가 않으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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