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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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올 것 같은 방학이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면 봄학기 개학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여름방학이 축복이 되었다. 코로나 19 이후 학교는 문 닫은 날이 많았고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은 비상 상황의 연속이었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예방과 확산, 치료에 최선을 다한 것 이상으로 학교도 학생들의 안전과 학업능력 유지를 위해서 노력했다.

초·중·고등학교는 인터넷 강의 덕분에 그나마 버티고 있다. EBS(교육방송)와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돛단배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신공을 발휘하여 수업결손을 최소화했다. 2000명 정도가 동시접속 가능했던 단순학습관리 서비스를 반편성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출석 체크, 학습진도 체크, 자료제공에 교사·학생 간 쌍방향 통신까지 지원하는 300만명 동시접속 규모로 환골탈태시켰다. 짧은 시간 내에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응급수단이 동원되었다. 해외 주문으로 빨라야 한 달이 걸리던 장비는 원래 민간기업으로 납품될 예정이었다가 학교에 양보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서 해당기관 담당자들은 물론 교육부, 교육청 등 국가기관과 LG CNS 등 민간기업의 땀과 기술이 총동원되었다.

물론 학교 교사들의 희생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가족 대신 맡겨진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연로한 교사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높은데 예외가 없다. 학습과 인성에 건강까지 돌봐야 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겸해야 하니 힘은 두 배로 든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능력을 갖춘 교원의 희생과 적응력은 위기에서도 빛났다. 온라인 교육 시 EBS 온라인클라스와 KERIS의 e학습터의 한계를 실력과 노력으로 메웠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한숨은 깊다. 재택근무로 자녀와 단란한 시간을 기대했던 학부모들은 컴퓨터 앞에 아이를 앉혀놓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미처 몰랐다고 한다. 자기 애 한 명 앉혀놓기도 힘든데 아이들 수십 명을 집중시키는 교사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그저 모니터로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G20 긴급 교육장관회의 개최

학생들은 각양각색이다. 처음에는 학교 안 간다고 마냥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저학년 학생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교실이 그립다. 엄마, 아빠와 시간을 오래 보내면 좋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간다. 고학년은 입시에 손해가 생길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시를 본다는 게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그저 열심히 견디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교육에 대한 걱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27일 ‘교육의 연속성 보장(promote education continuity)’을 주제로 G20 교육장관 회의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각국의 교육 수장들은 코로나19의 영향과 각국의 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 노력을 논의하였다. G20 회의는 오는 11월 15대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되는데, 교육장관 회의는 재작년 아르헨티나 회의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본 회의가 열리기 전에 코로나19의 위급성 때문에 관련 특별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각국은 교문이 닫혀도 교육을 계속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교육제도의 회복 등에 대한 각국의 경험을 나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네스코,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사례를 더하여 공동선언문(G20 Education Minister’s Statement on COVID-19)을 발표하였다. 특히 유네스코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1700만명의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며 이 중 900만명이 G20 국가 소속이라고 추산하였다. 이를 위해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회복의 토대를 각국 장관들에게 요청하였다.

G20 교육수장들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여성 및 젊은층을 포함한 취약계층 및 특정 인구집단이 코로나19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에 인식을 공유했다. 장기화한 교육기관의 휴교가 전 세계의 교육자, 학생 및 그 가족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과 교육시스템의 전염병 대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G20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교육의 연속성 및 회복탄력성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하여 각국에서 발굴한 최고의 사례, 경험, 교훈을 공유하기로 했다. 발표문의 목적은 명확하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교육의 연속성을 지키고, 교육기회에 격차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노력하는 각 개인과 기관을 지원하여 코로나19의 확산 이전과 이후 사이의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G20 국가의 약속이다.

컴퓨터 늘린다고 ‘미래’ 만들어지나

우리나라도 이 선언에 참여했지만 교육부의 국내 정책은 그 결이 사뭇 다르다. 현재의 문제 해결보다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소위 ‘미래교육’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지금은 조금 사그라든 ‘4차 산업혁명’으로 미래교육을 운운하더니 코로나19 이후 물을 만난 고기처럼 ‘언택트’ ‘에듀테크’ 등의 용어를 내세우며 미래교육을 이야기한다. 지금 학부모와 학생들이 온 몸과 마음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마치 ‘미래’라는 진통제로 잊게 하려는 심산 같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걱정은 매우 구체적이지만 단순하다.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서 생기는 사회성 결여와 심리적 불안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기초학력미달자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 발표한 2018년 성취도 평가는 전수조사가 아닌 일부 학교만을 대상으로 했는데도 중학교 국·영·수, 고등학교 영·수 과목의 미달자가 전년에 비해서 급증했다. 이러한 미달자 급증이 코로나19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학교가 문 닫은 동안의 학습은 알아서 학원에서 이루어지도록 방치할 것인가?

이런 와중에 지난 7월 17일 발표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계획은 코로나19 극복과 별 관련 없는 시설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와 ‘그린’은 무슨 관계이고, 학교에 못 가는데 왜 ‘스마트’ 타령인가? 현재 문제도 못 풀면서 왜 ‘미래’에 집착하는가? 학교 공간 재구조화, 저탄소 제로에너지학교 구현, 스마트교실 구축, 지역사회 연결 학교시설복합화라는 4대 원칙 중 학생들의 수업결손방지를 위한 사업은 잘 해야 한 개 정도이다. 대학에도 별로 없는 전자칠판을 교실에 설치하고 빔프로젝터와 대형 TV 개수를 늘리는 내용인데 학생들의 학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전교조도 나서서 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미래교육이 나아갈 방향이 곧 디지털과 온라인 활성화를 뜻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육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핵심의제로 삼은 교육부의 ‘시설 우선’ ‘디지털 우선’을 비판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통령의 철학이 교육만큼 들어맞는 곳은 없을 것 같다. 건물을 짓고 컴퓨터 수를 늘리며 나중을 걱정하는 게 미래교육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는 ‘코로나19 극복’이라는 지금의 사람 문제에 집중했으면 한다. 발병 지역 학교에 간이 음압실을 설치하여 학생들이 일단 믿고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자. 그래야 부모들도 안심하고 출근할 것이다. 교사가 쉴 수 있는 휴게실을 먼저 확충하자. 가정의 응접실처럼 교사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시설을 남는 교실에 두어야 다음 수업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하드웨어의 스펙 늘리기가 아니라 면대면 교육과 가장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학습 목표를 재점검하고 교과, 비교과에서의 결손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자. 그래야 학생들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능력을 교실에 가는 것에는 미치지 못해도 비슷하게라도 유지할 것이다.

어른들의 미래 타령에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오늘이 희생되는 것 같다. 오지도 않은 미래보다는 발을 딛고 있는 현재에 더 충실하자. 시설에 돈을 쓰기보다는 사람 귀한 줄 알고 관심을 먼저 두면 좋겠다.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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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권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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