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를 내걸지 않고 영업 중인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불법 동물장묘업체. 왼쪽 건물엔 추모공간과 상담소 등이, 오른쪽 건물엔 대기 고객을 위한 카페가 갖춰져 있다. 한때 왼쪽 건물 2층은 봉안당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상호를 내걸지 않고 영업 중인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불법 동물장묘업체. 왼쪽 건물엔 추모공간과 상담소 등이, 오른쪽 건물엔 대기 고객을 위한 카페가 갖춰져 있다. 한때 왼쪽 건물 2층은 봉안당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1리에 거주하는 70여가구의 주민들은 2~3년 전만 해도 마을에 반려동물카페 겸 반려동물용품 판매점이 들어서는 줄 알았다. 적적했던 마을은 반려동물과 외지인들로 활기를 띨 거란 기대감에 들떴다. 하지만 업체 영업 시작 후 마을 풍경은 정반대가 됐다. 푸르던 하늘은 흩날리는 분진에 회색빛으로 뒤바뀌었고, 광탄면 하천으로 이어지던 언덕 개울은 뿌옇게 변했다. 주말이면 검은 승합차가 업체가 위치해 있는 언덕을 수없이 오르고 내렸다. 사람들의 곡소리는 밤낮으로 전해졌다. 입주 당시 동물카페를 운영할 것이라고 했던 업체가 실제로는 반려동물 화장·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묘업체’였던 것이다.

마을의 한 주민은 “우리 모두가 속았다. 이 업체는 울타리 하나를 두고 민가 바로 코앞에서 동물을 화장한다. 이때 연기도 연기이지만 매캐한 냄새가 전해진다. 그렇게 화장한 유골 일부는 언덕 개울 쪽에 버리면서 연못에 있던 고기들이 하루아침에 다 죽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선태 마을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연판장을 만들어 이를 대통령, 국무총리, 감사원, 도지사 등에게 보냈지만 바뀐 건 없다”며 “오히려 막무가내식으로 현재까지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지적한 이 장묘업체는 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불법 업체다. 현행법상 동물장묘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등록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업체는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장묘업체는 20호 이상의 인가 밀집 지역이나 다수가 집합하는 시설·장소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야 하지만, 이 업체는 수십 호의 민가로 둘러싸인 곳에서 버젓이 영업을 개시했다. 업체가 들어선 후 마을 안팎엔 장묘업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전광판이 뒤덮였다. ‘반려견을 불법으로 소각하시겠습니까?’ ‘동 시설물을 이용하는 사람은 처벌됩니다’ ‘시간은 멈출 수 없지만 재해는 멈출 수 있다’….

살아 있는 동물 안락사 후 화장

업체는 별다른 간판을 달고 있지 않아 외관상으론 영세해 보이지만 전국에서 운영하는 지점만 총 34곳이다. 서울지역 13곳, 인천지역 2곳, 경기지역 19곳이다. 네이버 등 검색포털에 ‘동물 상조’ 등으로 검색하면 ‘○○○’라는 상호로 상위에 랭크되기도 한다. 업체 운영진은 고객들의 연락을 받아 자택과 가까운 곳의 지점을 안내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직접 확인한 두 채의 업체 건물 내부엔 상담소와 추모공간, 카페 등 필요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화장로와 유골을 안치할 수 있는 봉안당도 있었지만 지자체의 제재로 이를 모두 없앤 상황이었다. 대신 업체는 주변 토지에 수목장으로 유골을 안치하고 있었다. 또 스타렉스 차량을 개조해 이동식 동물화장시설, 즉 간이 화장로와 굴뚝 등을 설치해 사용했다. 김명희 부녀회장은 “이 차량을 그대로 건물 앞쪽에 세워놓고 동물을 태운다. 주변 집에서도 불을 내뿜는 모습이 다 보인다”라며 “지자체 단속 때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 숨긴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모든 이동식 동물화장시설을 불법으로 규정해 왔다.

당장 마을 주민들은 이 같은 영업 방식에 따른 주변 환경문제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 업체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업체가 죽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동물도 안락사한 후 화장·장례 절차를 밟아준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주인을 대신해 동물을 처리해주는 셈이다.

업체의 장례 절차는 사람의 장례와 유사하다. 고객이 반려동물의 장례 서비스를 신청하면 업체는 날짜를 정해 추모식을 진행, 필요에 따라 염습·수의·입관 등을 진행한다. 이후 30여분간 화장한 후 유골을 수습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살아 있는 동물도 장례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고객의 집에서 차로 반려동물만 따로 데리고 나와 처리하기도 한다. 업체 측은 연계 병원의 도움으로 더 이상 살기 어려운 동물들만 안락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5만원가량의 추가비용만 지불하면 어느 동물이든 안락사를 해주고 있다. 업체 측은 동물 안락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안락사 말씀하시는 거죠? 저희가 집 앞에서 애기(반려견)만 픽업해 데리고 나올 수 있다. 안락사 비용은 5만원이다. 원래는 화장비보다 비싼 20만원이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버리니까 나라에서 지원해 주면서 저렴해졌다. 동네 분이니 특별히 문자 남겨놓겠다. 집 앞까지 가도록 하겠다.” 이들이 이 같은 장묘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반려동물의 무게와 장례 서비스 옵션(염습·수의·관 여부 등)에 따라 한 마리당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의 인도적 처리는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을 경우’ ‘동물이 사람이나 보호조치 중인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높을 경우’ ‘기증 또는 분양이 곤란한 경우’ 등에 한해 수의사 진단에 따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올해 노화로 죽은 반려견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해당 업체를 방문했던 A씨는 “당시 화장터의 화장실 쪽에서 살아 있는 개들의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업체에 물어보니 ‘사람들이 화장시켜 버려달라’고 요청한 개들이었다고 했다. 네 마리의 개가 각각 케이지 안에 들어가 열을 맞춰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 10월 자신이 키우던 웰시코기(등록번호 410097800293640)의 화장·장례를 요청했는데 업체 측에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를 56만원에 해결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집사람을 너무 심하게 물기도 하고 내가 앓는 질환 등으로 더 이상 키울 자신이 없어 아들을 시켜 장례업체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이 업체와 연결됐고 픽업부터 안락사, 장례까지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준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불법 동물장묘업체가 스타렉스 차량을 개조해 사용하는 이동식 화장시설. 차량 내부에 화장로 등이 설치돼 있다. ⓒphoto 이성진 기자
불법 동물장묘업체가 스타렉스 차량을 개조해 사용하는 이동식 화장시설. 차량 내부에 화장로 등이 설치돼 있다. ⓒphoto 이성진 기자

전국, 불법 장묘업체들로 몸살

이를 보다 못한 동물보호단체는 지난여름부터 최근까지 업체를 설득해 맡겨진 반려동물들을 빼왔는데, 일부 노령의 개를 제외하곤 대부분 건강한 상태였다. 바꿔 말하면 안락사 대상으로 삼을 개체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인근에 보호소를 운영 중인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가 업체에서 데리고 나온 반려동물만 총 10마리다. 임장춘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대표는 “기껏해야 사상충을 앓는 정도의 아이들이었는데 그대로 뒀으면 그냥 죽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당시 구조에 참여했던 일부 동물보호 활동가는 업체가 직접 안락사할 순 없으니 건물 안팎에서 방치사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태식 동물보호 활동가는 “구조 당시 한 강아지는 입마개가 이중으로 돼 있었다. 물도 먹이도 먹을 수 없는 처지였다. 한여름이었는데 케이지 위엔 두꺼운 덮개가 이중으로 덮여 있기까지 했다. 법적으로 저촉될 수 있으니 안락사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굶겨 죽이려 했던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협회에서 구조한 말티즈(등록번호 410097800056211), 푸들(등록번호 410100008199166) 등은 현재 다른 보호자에게 입양을 간 상황이다. 지난 10월 21일 말티즈를 입양한 40대 C씨는 “결석제거 수술을 받기는 했지만 충분히 치료가 가능했고 안락사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다. 성격도 착하고 예쁘다. 사람들과 너무 잘 지낸다”라고 전했다. C씨는 보통 반려동물을 분양받으면 동물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등록을 하는데, 자신이 입양한 말티즈는 동물등록이 말소됐다고 한다. 말티즈가 장묘업체에 넘겨지던 당시 기존 주인이나 업체 측이 죽기도 전에 절차를 거쳐 등록 내용을 말소했을 거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이와 관련해 업체 측은 적법하게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체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영업과 관련해선 행정소송 중에 있고 불법이 될 만한 시설은 모두 뺐다. 화장은 외부에서 차량 소각이라고 해서 나온 걸로 하고 있다. 건물 안에선 안 한다. 업체에선 대부분 이미 죽은 아이들을 화장하고 있다. 안락사는 ‘어느 어느 병원이 저렴하니 여기가 좋다’라고 소개만 할 뿐이다. 우리가 하면 큰일 난다. 안락사 거부는 병원 측에서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화장한 동물 유골을 그대로 마을 개울터에 버린 흔적. ⓒphoto 기산1리 주민
화장한 동물 유골을 그대로 마을 개울터에 버린 흔적. ⓒphoto 기산1리 주민

불법 영업 및 안락사 처벌 미약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에 정식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장묘업체는 55곳에 불과하다. 앞서의 장묘업체가 운영하는 지점만 34곳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 불법 영업 업체는 합법 업체 수보다 훨씬 많을 거란 추정도 나온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불법 동물장묘업체 적발 건수는 총 30건으로 올해만 6건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 중엔 앞서의 업체처럼 안락사를 직접 홍보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일부 장묘업체는 자사 사이트에 ‘안락사 결정은 오로지 보호자 분들이 판단하셔야 합니다’ ‘일반 동물병원 대비 저렴하게 안락사를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안락사, 상담부터 장례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등의 안락사 관련 설명을 기재하기도 했다.

동물장묘업체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 입장에선 사실상 불법 업체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다. 파주 업체만 해도 이미 동물보호법, 농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관할 지자체가 고발한 상태지만 업체 측은 항소를 제기하며 불복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관련법에 의거해 고발했지만 업체가 항소하면서 영업시간을 벌고 있다. 여기에 처벌 자체가 미약하다 보니 업체는 꿈쩍도 안 한다.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다. 업체 입장에선 벌금보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크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시 측은 업체가 제기한 항소가 지난 10월 말 최종 기각됨에 따라 12월 중에 재수사를 의뢰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장묘업체에서 진행하는 안락사에 대한 처벌 근거는 모호하기까지하다.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안락사, 즉 인도적 처리 조건은 지자체 관할 동물보호소에만 적용된다. 사설 장묘업체 등에서 이뤄지는 안락사는 법 테두리 안에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장묘업체가 진행하는 안락사는 책임소재나 불법성을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장묘업체가 직접 안락사를 했다면 수의사법, 마약류관리법 위반 여지가 생긴다. 근데 업체는 병원에서 안락사한다고 말한다. 그럼 그 병원이 건강한 동물을 안락사한 문제를 두고 다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업체가 병원에서 안락사된 동물을 데려와 화장하는 건 또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경상남도 소재의 한 장묘업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안락사 정황을 신고받고 관련 조사 중에 있지만, 이것 또한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동물장묘업체에서 안락사를 진행하려 했던 반려견들. 현재는 동물보호단체 보호소로 옮겨졌다. ⓒphoto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동물장묘업체에서 안락사를 진행하려 했던 반려견들. 현재는 동물보호단체 보호소로 옮겨졌다. ⓒphoto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미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원인

동물보호단체들은 결국 미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이런 문제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연보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본부장은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가 시행되면서 3개월령 이상의 모든 반려동물은 지자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 근데 이 등록한 동물을 유기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람들은 이를 피하겠다고 더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동물을 업체에 넘기는 거다. 업체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영업을 벌이고 있다”라고 평했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동물 유기나 안락사는 더 쉬울 거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2019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누계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209만2163마리에 불과하다. 법망을 피한 유기 행위가 더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의 임장춘 대표는 “반려동물을 그냥 물건처럼 취급한 데 따른 결과다. 많은 사람이 쉽게 사서 쉽게 버린다.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 교육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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