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재섭(33)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만났다. 김 위원은 기존 중앙당 청년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청년의힘’을 조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청년의힘은 국민의힘 중앙당 청년위원회와 각 지역 시도당 청년위원회를 연결하고 한데 묶는 일종의 ‘당내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2월 6일 온라인으로 공식 출범하는데, 이 자리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이자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기도 한 김 위원은 청년의힘을 조직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존에 당내에 존재하던 중앙당 청년위, 시도당 청년위, 대학생위원회 등 청년 조직이 많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가 않았다”며 “흩어져 있는 분들을 청년당이라는 하나의 큰 울타리로 묶어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젊은이들 간의 횡적 연대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청년’은 39세 이하의 당원을 지칭한다. 기존 청년 당원 기준이었던 45세보다 6세 하향된 나이다. 그는 “특히 보좌진의 경우 대부분이 청년에 속하지만 청년 세대라기보다 보좌진이라는 직군에 갇혔던 측면이 있다”며 “보좌진 협의회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기초의원 역시 세대별 연대를 위해 청년의힘에 동참하도록 권유하는 대상이다. 당내에 흩어진 여러 청년 조직들을 청년당이라는 큰 제도 안에 다 같이 품어서 공식적으로 인준받고 예산도 배정되는 당내 조직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우선 목표라고 한다.

“청년 정치인을 더 이상 이미지로만 소비해선 안 돼”

김 위원을 비롯한 청년 당원들이 청년의힘이라는 청년당을 만든 데에는 그간 4·15총선 등을 거치면서 청년들이 겪었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총선을 앞두고 청년들을 ‘퓨처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선발해 지역구에 공천했지만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타격만 입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청년들을 사지(死地)로 보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선거를 앞두고 청년들을 병풍처럼 주변에 세워놓는 데만 이용하다 정작 선거 때 지역구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험지’로 보내는 바람에 청년들 중 선거에 이겨 생환한 이들이 거의 없다는 비판이다.

김 위원은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일가 친척분들까지 다 도봉구에 살 정도로 지역 연고가 있기 때문에 ‘험지’를 운운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처음에 퓨처메이커로 선정된 저와 김병민 비대위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정도는 지역 연고가 있는 분들이지만 셋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연고도 없는 지역구로 이리저리 옮겨지다 총선에서 낙선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 자체가 나이 든 이미지, 기득권·기성세대 이미지가 그동안 강했는데 이런 이미지를 중화하는 역할이 필요했다”며 “그런 역할은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 사람들이 없다 보니 국회 안에 들어온 청년 정치인은 극히 일부분이고 기존의 청년 의원이라는 분들도 지도부의 입장만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청년 정치인을 이미지로만 소비해왔다”고 비판했다. 청년 정치인, 소장파라고 불리는 이들도 과거 ‘미래연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이후 끊겼다고 할 정도라는 게 김 위원의 지적이다. 제 기능을 하는 청년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이어져온 국민의힘의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은 청년 정치인을 이미지로만 소비해온 그동안의 관행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연대를 해야 하고 청년들도 정치력을 가질 만큼의 매스(mass·질량)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우리가 흩어져서 단일화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이제는 단일대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년도 정치력 가질 만큼의 매스 갖출 것”

김 위원은 지난 10월 초 국민의힘 중앙당 청년위원회가 한바탕 홍역을 겪은 ‘포스터 논란’에 대해서는 “일단 안타깝다”며 “오히려 이 논란이 메시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법, 언론에 대응하는 법 등 청년당에 더 필요한 것들을 역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간 보수정당이 품격, 언행 등과 관련한 논란에 종종 휩싸였고 김종인 위원장 역시 정치인의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강조해 왔는데 지난번 논란이 터진 뒤 전 청년위원장 등이 추가로 발표한 성명서가 사태를 더 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는 소셜미디어에 배포할 목적으로 만든 지도부 소개 포스터에 ‘하나님의 통치’ ‘한강 갈 뻔’ 등 부적절한 표현을 쓰면서 논란을 일으켰었다.

김 위원은 “사실 처음에 특히 문제가 된 2명에 대한 면직 처분을 했었지만 당원권을 제한한다든지 일종의 징계는 없었고 단지 면직이었을 뿐인데 오해와 와전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는 논란이 됐던 중앙청년위 부위원장들 중 두 명을 면직했고, 이에 박결 당시 중앙청년위원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미숙함이 많은 분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며 정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당 이름을 걸고 대외적으로 내는 메시지는 청년들끼리라도 자정작용을 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특히 문제가 됐던 ‘하나님이 임하는 나라’ 등 종교적 표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절대 양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적 소신을 페이스북에 밝히는 거라면 모를까 국민의힘이란 로고가 붙어 있고 부위원장이란 직함으로 그런 메시지를 내는 건 종교가 다르거나 없는 분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불쾌할 수 있다”고 했다.

차기 청년의힘의 지도부와 관련해서 김 위원은 “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분이 우리 청년당의 대표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지도부 공동체제로 이끌어가되 저는 오히려 한 발자국 물러서서 모당과 청년당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간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보궐선거 후 비대위 체제가 끝나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데, 이때 청년당 대표 역시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은 “청년의힘 대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직을 당연직으로 함께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년의힘 조직 과정을 주도한 당내 인사로는 김 위원 외에도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이효원 하우스 이사 등이 있다. 원내에서는 김병욱·황보승희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청년의힘의 활동 목표로 세대정치와 현장활동, 청년정치인 양성 기능을 꼽았다. 정말 청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어젠다를 발굴하고 메시지를 내는 게 첫 번째이고, 중앙당 지도부가 의정활동으로 인해 소홀할 수 있는 현장과의 소통 역할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년들의 기동력을 살려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봉사활동도 하는 등 ‘현장 친화적인 액션 플랜’도 또 다른 목표라고 한다.

김 위원은 현재 청년들이 처해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집과 일자리”를 꼽았다. 거주 안정성이 떨어지니 출산율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불안감이 있는 데다 애초에 기회 자체가 너무 좁은 만큼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은 “세계에서도 알아줄 정도의 노동경직성 때문에 노동시장은 이원화돼 있지만 무조건 노동유연성만을 강조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이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여야, 좌우를 막론한 세대정치의 요체라고 보는데 이런 역할을 청년의힘이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키워드

#인터뷰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