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차려진 임시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차려진 임시 선별진료소에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01 무너진 K방역

코로나19의 매서운 기세가 세밑을 강타했다. 지난 12월 17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14명. 전날 역대 최다를 기록한 1078명에 이어 이틀 연속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신규 확진자는 423명으로, 처음 400명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22명으로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4만6453명을 기록했다. 3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서 정부가 자랑해온 K방역이 사실상 무너져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17일 총선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지도부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당선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총선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지도부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당선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02 거대 여당의 탄생

올해 치러진 21대 총선은 여당의 압승이었다. 범여권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의석을 모두 합하면 180석이 넘는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압승하면서 얻은 152석보다 많은 숫자다. 총선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합당하며 거대 여당을 형성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먼저 살피며 일하겠다”며 자만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 안팎에선 여당의 독재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인 국정원법 개정안, 공수처법 개정안, 5·18 특별법 개정안 등을 단독 처리했다. 야당은 “거여(巨與)가 입법 독주로 야당의 입뿐만 아니라 권력형 비리 수사,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막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발인식에서 고인의 영정과 유해가 운구차에 실려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발인식에서 고인의 영정과 유해가 운구차에 실려 나오고 있다.

03 성추행 의혹 시장의 죽음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지난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의 급작스러운 부고 소식은 매스컴을 뒤덮었다. 더한 충격은 그가 숨진 채 발견되기 직전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이다. 그의 범죄 혐의는 온 국민을 실망시켰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은 현직 지자체장의 세 번째 일탈이라는 점에서 ‘권력형 성범죄’ 문제를 공론화했다.

04 ‘윤미향’의 두 얼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가 이끌었던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5월 7일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사진>가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폭로한 이후 경기 안성 쉼터 부적정 매입 의혹, 길원옥 할머니 등의 생계지원금 횡령 의혹 등 다수의 비위 정황이 제기됐다. 그 무렵 정의연이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은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지난 9월 14일 윤 의원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기부금품법 위반,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총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근 윤 의원은 “길원옥 할머니 생일을 기념한다”며 ‘와인파티’를 열었다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거짓과 궤변으로 국민을 속일 생각 말고, 진솔한 사과와 함께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5 집값만 올린 부동산 대책… 국민 혈압도 올렸다

정부는 올 한 해만 2·20 부동산대책, 6·17 부동산대책, 7·10 부동산대책, 8·4 주택공급대책, 11·19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규제 지역 대폭 확대, 부동산 거래 세금 강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현실과 괴리된 발언으로 비난을 사기만 했다. 올해 1~11월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6.64%, 6.4% 상승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각각 0.39%, 1.3%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06 우리 사회의 ‘막장’ n번방 쇼크

이들의 범죄 수법은 기괴하고 악랄했다. 텔레그램에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했고 이를 조직적으로 거래, 유포했다. 그 과정에서 ‘n번방’ 운영자 문형욱(닉네임 갓갓·사진)과 이를 모방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닉네임 박사)은 다수의 여성에게 신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굴욕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등 성착취를 이어갔다. 박사방 피해 여성은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해 최소 7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 11월 26일 조주빈에 대해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하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유례없는 철퇴를 내렸다.

지난 12월 6일 열린 2020MAMA에서 공연하는 BTS.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6일 열린 2020MAMA에서 공연하는 BTS. ⓒphoto 뉴시스

07 방탄소년단(BTS)이 쓰는 새 역사

방탄소년단이 올해 또 새 역사를 썼다. 지난 8월 공개한 디스코팝 장르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한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아카데미는 11월 25일 해당 노래를 2021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리기까지 했다. 방탄소년단 노래가 빌보드 1위에 오르면서 이룬 경제적 파급효과만 1조7000억원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08 추미애 vs 윤석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지난 12월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의 징계 혐의를 인정하며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재판부 불법 사찰, 정치적 중립 훼손 등 6가지 혐의로 징계를 청구한 데 따른 결과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검찰청 인사권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고 지난 7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본격화됐다. 검찰청 평검사들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이 부당하며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집단 성명을 냈지만 추 장관은 “직무에 전념해달라”며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09 북한이 사살한 연평도 공무원의 진실은?

지난 9월 22일 인천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피격돼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이 공무원이 “월북했다”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아직까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격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55·사진 오른쪽)씨는 지난 10월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서 끔찍한 살해를 당했는데 외교당국의 대응과 정부의 비현실적인 행위로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성급히 발표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피격당한 공무원의 아들은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10 거장의 탄생… 아카데미 벽을 넘다

봉준호 감독<사진>의 영화 ‘기생충’은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며 세계 영화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장편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이 중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기는 101년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이며 아시아 영화가 각본상을 탄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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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결산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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