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뒀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 양의 그림이 놓여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뒀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10월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속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을 두고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에 직접 진정서를 제출하며 양부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과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법원에 따르면 700통이 넘는 진정서가 접수됐다고 한다. 정인이의 양모 장모씨는 지난해 12월 8일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양부 안모씨는 아동유기 방임·아동학대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은 오는 1월 13일 시작된다.

의사단체 역시 정인이의 양부모에 대해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지난 1월 6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수 많은 의학 논문 등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 74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검찰청에 제출했다”며 “천인공노할 죄를 지은 자들이 합당한 죗값을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검찰도 고심하고 있다. 현재 장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 아동학대법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학대치사) 등이다.

이미 기소된 사건에 혐의를 더하거나 바꾸려면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하면 된다. 현행법상 검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 법조문의 추가·철회 및 변경을 할 수 있다.

살인죄 적용은 장씨가 ‘고의’를 가지고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경우 장씨가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구체적 행위 내용을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장씨의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에는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하여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을 발생하게 하는 등 복부손상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이라고만 적시되어 있다. 이 `불상의 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현재 검찰은 전문부검의 3명에게 정인이 사인 재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이 재감정 결과를 두고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인 재감정을 통해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불상의 방법’까지 가려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범행의 구체적인 수법은 앞선 수사 단계에서 밝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인이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도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형량을 강화할수록 가해자가 오히려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제대로 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명확한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유죄 입증에 어려움도 크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정인이법’을 마련했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에는 가해자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은 제외한 대신, 경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권한을 넓히고 관련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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