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여·21) 씨. ⓒphoto 김수호
대외활동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여·21) 씨. ⓒphoto 김수호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많은 대학생이 이력서에 스펙 한 줄을 더 적기 위해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10명 중 8명이 대외활동을 경험했다. 이들의 대외활동은 대개 서포터즈(기업 업무 지원·홍보), 기자단(기관·조직 콘텐츠 보도), 봉사단(국내외 사회 공헌)에서 이뤄진다. 무급으로 활동하거나 주최 측으로부터 활동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대외활동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학생들이 기업 측에 참가비를 내는 유료 대외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돈으로 스펙을 사는 것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료 대외활동을 체험한 학생 중 일부도 참가비를 내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경기도 G대에 다니는 최모(21) 씨는 “모 기관의 기자단 대외활동을 하면서 분기별 회비를 내고 있다. 비대면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굳이 회비를 걷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회비에 부담을 느낀다. 스펙을 쌓기 위해 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대구 K대 체육 관련 학과 재학생 연모(20) 씨도 최근 자비를 들여 한 기업을 홍보하는 서포터즈 활동을 했다. 활동의 보상은 인턴십 기회를 받는 것이었다. 그는 실무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홍보자료를 만들었고 기업 이미지 개선 영상에도 출연했다. 소셜미디어의 팔로워 수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팔로워 수를 높이라는 강요도 받았다고 한다. 연씨는 “무리한 요구들을 수행했지만, 해당 기업으로부터 ‘코로나19로 인턴십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라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스펙업’(우측)과 대학생 커뮤니티 ‘캠퍼스픽’에 올라온 글. ⓒphoto 김수호
네이버 카페 ‘스펙업’(우측)과 대학생 커뮤니티 ‘캠퍼스픽’에 올라온 글. ⓒphoto 김수호

“팔로워 수 조작 업무도 시켜”

취업 준비생 김모(여·25·경기도 K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씨는 마케팅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 유료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김씨는 “돈을 내는 대외활동이었으나 기대한 바와 달랐다. 속이 텅 빈 대외활동이었다”라고 말했다.

안모(21·경기도 G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씨는 마케팅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유료 대외활동에 지원했다. 그는 합격 소식을 듣고 부푼 마음으로 설명회에 갔다. 하지만 4개월간 80만 원가량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안씨는 “학생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돈으로 스펙을 사는 세상이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정민(여·21·서울 삼선동) 씨는 최근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건축 및 인테리어 잡지 출판 동아리에 들어갔다. 이 기업은 교육·회의 비용 명목으로 8만 원을 걷어갔다. 그러나 교육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이 기업 직원인 동아리 대표는 자주 회의에 지각하거나 회의를 취소했다고 한다. 잡지 출판이 3개월가량 미뤄졌음에도 고지조차 없었다고 한다.

오씨는 “회사에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자 사 측은 ‘회계 처리를 유연하게 해서 장부가 없다’라고 답해왔다”라고 말했다. “잡지 출판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얻고자 했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게 없다. 회사가 청년들의 사비로 홍보 콘텐츠를 채운다는 것도 옳지 않은 자세라고 본다.”

상당수 대학생은 자비를 내는 유료 대외활동에선 배워가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서울 A대 광고 관련 학과 재학생 이모(여·21) 씨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후기를 작성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유료 서포터즈에 참여했다. 이씨는 “약 1000명의 인원이 선발됐는데, 통제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은 것이 무엇인지 불명확했다. 정말 ‘스펙 한 줄을 위한 것’이라고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씨는 비용을 내지 않는 다른 대외활동에선 체계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대학생에게 원하는 게 참 많네”

한 대기업의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이다현(여·20) 씨는 매달 활동비를 받으며 이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그는 “대외활동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아야 한다. 기업도 학생들의 활동으로 인해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돈을 내는 대외활동에 대한 불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올라온다. 네이버 취업 카페 ‘스펙업’에서 네티즌들은 한 유료 대외활동에 대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활동일까?” 등과 같은 부정적 의견들을 올렸다. 대학생 정보 공유 커뮤니티 ‘캠퍼스픽’에 월 3만 원의 후원비를 내면서 봉사를 하는 대외활동 모집이 올라오자 “봉사도 하는데 돈까지 내고 면접까지…대학생에게 원하는 게 참 많네요”, “주최 측은 가성비 좋은 활동이겠어요”라는 반응이 달렸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기사입니다.

김수호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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