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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4호] 2021.04.19

4.7 이후 쏟아진 쓰레기… 선거 몰린 2022년 어쩌나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04-21 오후 12:52:09

▲ 21대 총선 선거공보물이 버려진 모습. photo 장현성 조선일보 기자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서울과 부산 자치구들은 각 선거 캠프가 내놓은 홍보물 철수·처리에 애를 먹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이번 재보궐선거 홍보 현수막만 최소 1만6212개(서울지역 1만2720개, 부산지역 3492개)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게로 따지면 수백여 톤에 이른다. 이들 폐기물은 선거 종료 즉시 중간처리 업체 등으로 보내졌지만, 4월 12일 우천으로 인해 재활용되지 못한 채 대부분 매립 및 소각 대상으로 전락했다. 선거 현수막의 경우 소각 시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마땅한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보관·방치 중인 자치구도 적지 않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이런 점 등을 들어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가 연이어 실시되는 내년에 벌어질 일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역대 선거를 고려하면 두 선거에 뛰어들 후보자들이 1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수개월에 걸쳐 내놓을 형형색색의 선거 홍보 현수막과 벽보, 공보물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는 우려에서다. 올해 발생량의 2배에 달하는 쓰레기와 맞닥뜨려야 할 내년 선거에 대비해 친환경 선거 조성 필요성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조명래 전 장관, 교수 시절 선거 쓰레기 우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발생한 선거벽보는 총 64만부, 선거공보는 4억5000만부였다. 이를 모두 바닥에 펼치면 그 면적은 잠실야구장의 1898배, 서울어린이대공원의 43.3배에 달한다. 무게로 따지면 1만3534t이다. 현수막은 3만580장으로 그 길이는 305.8㎞에 이르렀다. 롯데월드타워 551개, 63빌딩을 1225개 이어 붙인 것과 같은 길이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선 선거벽보 104만부, 선거공보 6억4000만부, 현수막 13만장이었다. 2017년 19대 대선은 이보다 더 많았다. 선거벽보는 122만8276부, 선거공보는 총 4억부로 책자형 선거공보 3억600만부와, 시각장애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점자형 선거공부 94만부 등이 만들어졌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처음으로 한 해에 실시됐던 2002년엔 ‘쓰레기 선거’란 표현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선거가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를 발생한다는 인식과 우려에서였다. 당시 정부는 본선에 출마한 총 1만921명의 후보자(지방선거 1만915명, 대선 6명) 캠프에서 쏟아낼 각종 홍보물에 대해 우려부터 표했다. 환경부는 “쓰레기 없는 깨끗한 연설회 개최와 친환경적 홍보물 제작 등 친환경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환경단체들도 친환경 선거 캠페인 진행은 물론 각 후보자에게 일회용품 사용 억제 등을 약속하는 내용의 서약과 각종 모니터링 활동을 전개했다. 심지어 올 1월까지 환경부 장관직을 역임했던 조명래 전 장관은 2002년 7월 교수 신분으로 ‘환경친화적 선거문화 조성을 위한 실천방안 연구’란 보고서를 환경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보고서에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IMF위기 이후 우리의 국가 경영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경제주의를 우선하는 데 역점을 두었고 그 결과 환경 부문에 대해선 국가 정책의 배려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02년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과거의 선거는 일부 정치인들만이 분주하게 떠들어대는 잔치였던 것에 비한다면, 지금의 선거는 (중략) 국민들이 함께하는 잔치로 바뀌고 있다. 선거문화의 이 같은 변화에는 녹색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개혁적 시도들도 포함된다”….
   
   선거로 발생하는 쓰레기양에 대한 우려와 그 해결방안을 적시한 것인데, 조 전 장관이 그 후 장관직을 역임하며 선거 쓰레기와 관련해 취한 정책은 전무하다. 지금의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이에 대해선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국회 청문회 보고서에도 관련 질의응답은 없었다. 이에 대해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쓰레기 선거에 대한 우려만 제기된 채 내년에도 별 조치 없이 치러질 것”이라며 “지금의 인식 수준을 보면 되레 과거보다도 더 못한 대응이 나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지난 4월 8일 서울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4·7 재보궐선거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무책임한 정당 및 캠프
   
   선거 홍보물이 처치 곤란한 이유는 환경에 미치는 피해는 큰데 재활용은 어렵다는 점에 있다. 특히 선거 현수막의 경우 화학섬유 원단으로 제작돼 소각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서울 창신동 적환장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선거 현수막을 포대 등으로 재활용하려 하지만 우천으로 물에 젖을 경우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데엔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도 없다”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홍보물은 선거가 끝나는 즉시 정당이나 각 선거 캠프에서 수거해 처리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거리에 버려지는 실정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원칙대로면 선거 캠프에서 이를 처리해야 하는데 잘 신경 쓰지 않는다. 도시 미관상의 문제 등으로 결국 관할 지자체인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이를 대신 수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 1만6212개의 현수막을 처리한 것도 각 지자체였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들은 홍보물을 수거해 소각장 혹은 중간 처리용역 업체로 보내거나 적환장에 보관해두는데, 관련 예산이나 부지가 없는 지자체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사실 이번에 수거한 선거 현수막을 둘 곳이 없어 환경자원센터에 임시로 보관했다. 거긴 폐기물 보관소가 아니다. 원래 구 내에서 현수막을 달 수 없다 보니 처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일단 수거는 하고 있는데 아직 소각처를 마련하지는 않았다”라며 “일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에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월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지금이라도 선거 홍보에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재난문자 발송만 해도 지역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각 캠프에서 보낸 파일 내용을 선관위가 문자 등으로 충분히 전송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우리나라만큼 선거 때 거리가 홍보물로 도배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구 내에 게시 가능한 현수막 수가 ‘읍면동마다 1개씩’에서 ‘읍면동 수의 2배 이내’로 바뀐 점, 각 세대에 종이 공보물을 의무적으로 발송해야 하는 점 등을 두고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녹색연합 측은 “현수막 등 규격과 수량의 제한 없는 사각지대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측은 국회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아직 현수막 등 폐기물 처리나 재활용과 관련해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이 없다. 선거운동 방법, 환경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국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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