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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59호]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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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법]“586은 반미, 우리는 반중!” MZ 세대의 중국 혐오를 키운 것은?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2021-05-24 오후 2:43:24

▲ 일러스트 허인회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일본’을 싫어하는 MZ세대도 많겠지만 MZ세대가 일본만큼이나, 아니면 일본보다 더 싫어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 결과를 보자. ‘한반도 주변국에 대해 평소 느끼고 있는 감정을 온도로 표시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온도가 낮을수록 그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큰 것이다. 지난 4월 8일 실시한 조사에서 20대가 중국에 대해 느끼는 온도는 12.8도, 30대가 느끼는 온도는 20.1도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무척 낮았다. 북한과 일본에 대한 감정의 온도를 비교해 봐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큰 편이다. 북한에 대한 20대의 온도는 25.2도, 30대는 29.0도였고, 일본에 대해서는 각각 26.0도, 22.4도였다.
   
   이 같은 결과는 많은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반일(反日) 현상은 전 세대에 걸쳐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은 젊을수록, 그러니까 MZ세대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반중(反中) 감정은 반대다.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중국을 더 싫어한다.
   
   MZ세대의 반중 의식은 단순히 한 국가에 대한 호오(好惡)의 문제로만 읽을 수 없다. MZ세대의 반중 의식은 MZ세대의 국제정치나 다문화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거니와 MZ세대의 민족 정체성, 이념적 성향까지 버무려져 나타나는 것이다. 왜 MZ세대가 중국을 싫어하는지를 분석해 본다면 MZ세대의 특성을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억이 쌓여 만들어진 MZ세대의 ‘중국’
   
   대개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호오는 이념적 성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정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의 논문 ‘한국의 대중국 인식에 대한 이념의 영향’을 읽어보면 한국 사회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점차 이념적 영향을 받아왔다. 간단히 말해서 진보층은 친중(親中)·반미(反美), 보수층은 친미(親美)·반중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MZ세대의 반중 의식을 이념과 관련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MZ세대의 반중은 정치·경제적 분야보다 사회·문화적 부문에서 더 잘 드러난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중국인 멤버들을 비판하는 MZ세대들이 그렇다.
   
   예전부터 K팝 아이돌 그룹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인 멤버를 함께 데뷔시키곤 했다. 그런데 여러 중국인 멤버들이 그룹의 인기가 안정세에 들자마자 계약을 해지하고 중국으로 복귀하곤 했다. 이 행태가 마치 비둘기 같다고 해서 ‘둘기’라고 부르는 대중문화적 반중 의식은 MZ세대에게 익숙한 것이다. ‘한복’이나 ‘김치’를 둘러싼 중국 네티즌과의 갈등,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미세먼지의 발원지에 대한 논쟁 등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
   
   원래 한·중 관계는 통일과 경제 문제가 얽혀 있는 민감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공학적인 부분과 동떨어진 MZ세대의 반중 의식은 국제정치적 민감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MZ세대의 반중은 조금 더 강경하다.
   
   강경한 반중 의식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MZ세대가 민족주의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보통은 MZ세대라면 ‘민족주의’ ‘국가’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의 MZ세대는 민족주의자다. 이들의 민족적 정체성은 ‘기억’을 통해 형성됐다. 실제로는 겪어본 적 없는 일제강점기, 민주화운동을 미디어를 통해 전달받았다. 실제로 역사를 겪어본 사람들은 파편적인 기억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미디어를 통해 통합적으로 전달받은 기억은 강렬하고 축약적이다. 더 강한 민족의식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기성세대보다 MZ세대가 역사 문제에 더 민감한 이유가 있다. 접속 가능한 미디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가 책 ‘기억 전쟁’을 통해 지적했다시피 디지털 공간과 같이 정보량이 많은 상황에서 역사 의식은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독립운동가에게 가해진 핍박에 대해 입으로만 전달받았을 때보다 사진이며 생생한 경험담까지 곁들여졌을 때 더 강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기억을 전달받은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민족적인 이유다.
   
   MZ세대의 반중 의식이 진보·보수의 이념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띠는 이유가 이것이다. MZ세대는 중국을 정치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한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가 불러온 중국 내 한류 문화 금지 조치, 즉 한한령(限韓令)은 기억의 일부분이다. 조선족 오원춘이 저지른 살인 사건도 중국에 대한 기억에 포함됐다. 대만 출신의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대만의 국기를 들었다가 논란이 벌어졌던 일이나, 홍콩 민주화운동 같은 일도 MZ세대의 기억 속에서 중국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번 지나가면 잊을 법한 사건들은 디지털 공간 속에서 재생산되고 반복되면서 MZ세대만의 ‘중국’을 계속해 다듬어 갔다.
   
   
   중국의 성장을 목격한 MZ세대의 반응
   
   MZ세대가 중국의 성장과 함께 자란 세대라는 점도 이들의 반중 의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냉전이 끝나고 급격히 성장한 미국의 영향력 아래 386세대와 X세대의 반미 의식이 커졌던 것처럼, 중국의 경제적 성장은 MZ세대의 반중 정서를 키웠다. 다만 당시 미국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양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MZ세대는 경제적 성장을 앞서 이뤄내고 있는 중국에 대해 ‘경계’한다. 때로는 정치적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MZ세대의 밈(meme·온라인 유행) 중 하나는 중국 정치제도를 비꼬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캐릭터 곰돌이 푸(pooh)에 비유하거나, 중국인 네티즌에게 ‘타이완 넘버원’을 외치는 식이다.
   
   실제로 한국 MZ세대는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다른 세대에 비해 약하게 인식하고 있다. 송샘씨가 쓴 논문 ‘한반도 주변국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분석’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이 얼마만큼의 영향력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세대별로 분석해 봤다. 그 결과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의 영향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신 중국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에 대한 선호도가 MZ세대에서 더 낮은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결과다.
   
   그러니까 MZ세대는 한국의 영향력을 다른 국가보다 더 강하게 생각하는 민족주의적인 성향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결과에 대해 송샘씨는 “중국이 고성장하는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세대일수록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것이 중국에 대한 호감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경계는 일본에 대한 경계와도 조금 다르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일본은 한국이 도달해야 하는 ‘목표’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을 ‘쫓아오고’ 있다. 일본에 대한 경계가 일본 문화에 잠식될 것이라는 ‘왜색 논란’ 같은 것이었다면 중국에 대한 경계는 좀 더 경쟁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MZ세대의 반중 의식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의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가장 많이 교류하는 한국에서는 ‘거리 두기’에 대한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MZ세대는 중국과 교류할 일이 많기 때문에 중국을 더욱 혐오한다.
   
   기성세대에게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 이름은 낯설기도 하지만 MZ세대에게는 그렇지 않다. MZ세대가 즐겨 보는 영화의 제작자가 중국 기업인 경우는 매우 흔하다. 여행을 즐겨 가는 MZ세대는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중국인을 만나 “안녕하세요”보다는 “니하오”를 더욱 자주 듣곤 한다. K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상황에서도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으로 오해받기 쉬운 환경에서 MZ세대에게 중국은 친밀한 옆 나라일 수 없다. 경쟁해야 하는 상대이고, 구분되고 싶은 이웃이다.
   
   최근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범죄를 다룰 때면 으레 조선족을 등장시키곤 한다. 전국 곳곳에서 늘어나는 조선족과 중국인 밀집 지역에 대한 이질감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국인의 상당수는 외국인에 대해 ‘동화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동화주의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들도 한국에 살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따라 동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자신의 언어와 생활습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른바 ‘차이나타운’이 곳곳에 들어서는 것은 ‘위협’처럼 느껴질 것이다.
   
   MZ세대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반(反)다문화 의식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는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를 보면 3년에 한 번씩 조사를 거듭할수록 MZ세대의 다문화수용성 점수는 떨어지고 있다. 이런 MZ세대에게 이질적인 ‘차이나타운’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더욱 어렵다.
   
   
   MZ세대의 반중 인식은 가라앉을까
   
   그런데 간혹 일부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국 대중문화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반중 인식이 옅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삼생삼세 십리도화’나 ‘랑야방’ 같은 중국 드라마는 한국에도 소개되어 상당한 팬덤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들 중국 드라마 팬덤은 맨 처음 드라마 한두 편에 대한 호의적 감상에서 시작해 중국 드라마 전체에 대한 호감으로 확산되었다가 중국 대중문화 자체의 팬덤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형성된 중국 대중문화 팬덤은 그 수가 적지만은 않아 나름의 팬덤 문화도 조직할 정도다.
   
   하지만 중국 드라마 팬덤이 커질수록 그 반작용도 커지고 있다. 중국 대중문화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한복 논란’까지 이어진 것이 최근 일이다. 중국 웹소설이나 드라마에서 한국 문화를 중국 문화인 것처럼 가져다 쓰는 일이 왕왕 있다는 사실을 MZ세대 네티즌들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온라인상에서 다시금 반중 정서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논란들은 MZ세대의 반중 인식이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반미 구호를 외치며 자라 미국을 가장 부정적으로 보게 된 세대가 지금의 40대인 것처럼 MZ세대의 반중 인식은 생애를 관통해 이어나갈 인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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