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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호] 2021.06.21

창신동 꼭대기 ‘사회주택’ 어쩌나… ‘골칫거리’ 된 박원순 유산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06-23 오후 12:51:48

▲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사회주택 예정지.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매입한 후 지난해까지 폐가와 공터로 방치되다 최근 착공에 들어갔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중 급증한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 서울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회주택’은 서울시 소유의 땅 또는 건물을 소위 ‘사회적기업’이 임차한 뒤, 이를 다시 재임대하는 집을 말한다. 사회주택은 지난해 여비서 성(性)추행 의혹 끝에 자살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인 2015년 첫 도입돼 서울 곳곳에 들어섰다. 박 전 시장 재임 중 급증한 ‘주택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이 다세대·다가구주택 또는 단독주택, 고시원 등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거나 서울시 소유 땅에 주택을 신축해 재임대해 왔는데,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2783호(가구)가 사업허가를 받았고 1088가구가 준공된 상태다.
   
   서울시 주택공급과의 한 관계자는 “준공까지 1~2년가량이 소요되다 보니 사업허가 가구와 준공된 가구 간의 차이가 난다”며 “준공된 1088가구 중 실제 입주한 가구는 879가구로 입주율은 80.8%”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서울 집값에도 불구하고, 주변 시세의 80%가량에 불과한 사회주택의 20%가 빈 방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조례는 이런 사회주택을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주택’이라고 정의하며, 해당 주택을 시세의 80% 선에서 임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렴한 임차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회주택의 경우 2인1실, 공유화장실 등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2030세대의 선호와 맞지 않는 것이 입주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사회주택 20%는 빈 방
   
   주변 시세의 80%에 불과한 저렴한 임차료에도 입주율이 떨어지다 보니 지난해에는 서울시 사회주택 가운데 일부에서 월세 보증금 미지급 사태까지 일어났다. ‘단비하우스’란 이름의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한 주택협동조합이 경영난으로 수백만원의 보증금을 세입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한 것이다. 당시 보증금 환급거부로 인한 피해금액만 4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결국 해당 사업자는 퇴출된 상태지만, 서울시라는 공신력에 전적으로 의존해 진행된 사회주택이 곳곳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사회주택 용도로 서울시가 매입한 주택 중에는 안전 문제와 주변 민원으로 수년간 흉물스러운 폐가로 방치된 곳도 있다.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 1호’ 사업지였던 종로구 창신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사회주택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SH 사장으로 있던 2016년 8월, 창신동 산꼭대기에 있는 한 3층짜리 단독주택을 ‘사회주택’ 용도로 매입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사회주택 사업에 본격 착수한 이듬해다.
   
   하지만 이 사회주택은 리모델링을 위해 건물 일부를 철거한 뒤 안전 문제로 공사가 중지된 지난해 10월까지 폐가와 공터로 방치되다가 최근 재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6월 15일 서울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에서 약 20분간 땀을 흘리며 올라간 창신동 산꼭대기의 사회주택 예정지는 공사장 펜스를 두른 채 화강암 노반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주변 주택 옥상에 올라가 보니 사회주택 예정지는 인근 집과 담벼락도 없이 맞닿아 있었는데, 여름 장마철 큰 비라도 쏟아지면 구조물이 견딜 수 있을지 위태로워 보였다. 안전 문제로 4년 넘게 방치됐던 주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주변 주택에 재산피해를 입히는 일도 있었다. 옆집 입주민은 “건물 철거과정에서 폐건축 자재들이 쏟아져 담벼락과 보일러실이 망가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리모델링 중 안전 문제로 철거할 수밖에 없었던 불량주택을 왜 서울시가 수억원의 세금을 들여 매입했는지도 의문이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SH는 2016년 8월 해당 부지에 있는 3층짜리 단독주택을 2명의 소유자에게 각각 1억260만원과 4억152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정부 출범 전으로 서울 집값이 폭등하기 직전이다. 이 창신동 단독주택 매입을 두고는 “이왕에 서울시 자산으로 매입할 요량이면, 사회주택의 주 수요층인 20~30대 청년과 여성들이 선호하는 역세권과 가까운 곳에 있는 저렴한 단독주택이나 빈집을 매입해 사회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종로구에 있는 다른 사회주택 2개 동은 모두 동숭동 한국방송통신대와 지척의 주택가 평지에 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과 도보로 10분 거리다. 반면 창신동 사회주택은 창신동 산꼭대기에 있어 사회주택 주 수요층인 20~30대 청년과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만한 위치가 아니라는 평가다.
   
   1인가구 기준 월평균소득 70% 이하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사회주택은 자기 소유 자동차가 없는 사람이 입주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창신동 사회주택은 동대문역에서 창신동 산꼭대기까지 미로같이 좁은 길을 20분간 올라가야 한다. 게다가 사회주택은 ‘여성 전용’인 경우가 많은데, 20~30대 여성들이 지나다니기에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창신동 주민들 역시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꼭대기에 ‘사회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사업자 측에 따르면, 창신동 사회주택에는 청년예술가, 대학생, 지역활동가들이 주로 입주할 예정이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창신동 산꼭대기까지 올라오는 데만 20분이 넘는데 입주할 사람들이 있겠느냐”라며 “소방차도 제대로 못 들어올 정도로 도로가 좁은데 차라리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창신동 일부 주민들은 “박원순 전 시장이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창신동을 낙점하자, 도시재생 실무를 담당한 SH가 단순 보여주기식 사회주택을 창신동에 지으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오세훈 현 시장이 과거 임기 중인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했던 창신·숭인지구를 2013년 뉴타운에서 지정해제하고, 2014년 도시재생 사업 1호로 지정해 막대한 도시재생 예산을 쏟아부었다.
   
   
   서울시, 시민감사 착수
   
   이에 창신동 주민들의 요구로 서울시는 지난 6월 3일부터 해당 사회주택의 조성경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시 시민감사 옴부즈만위원회를 통해 시민감사를 신청한 한 창신동 주민은 “서울시 공고에 따르면 사회주택은 사업자 선정 후 6개월 내에 착공을 못 하면 SH가 사업권을 회수하도록 되어 있는데 왜 5년 가까이 폐가와 공터로 방치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창신동 사회주택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 측은 홈페이지에 2015년 5월에 창신동 사회주택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과거 창신동 일대를 뉴타운으로 지정했고, 박원순식 도시재생에 수차례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SH 측은 “건축인허가가 늦어졌고 사업방식이 신축, 리모델링, 다시 신축으로 바뀌면서 착공이 늦어진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 취소는 ‘할 수 있다’는 재량사항이지 강제규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시민감사팀의 한 관계자는 “감사의결일로부터 60일 내로 결과를 내놓도록 하고 있어 오는 8월 1일쯤 감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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