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2019년 7월 호주 퀸즐랜드 북부 보웬에서 미국·호주군이 다국적 연합훈련 ‘탤리스먼 세이버 2019’ 중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군도 처음으로 이 훈련에 참가한다. photo 호주 국방부 지난 6월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2021 레드플래그’ 다국적 공군 훈련에 참가한 공군 F-15K 전투기가 미 공중급유기와 공중급유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미 공군
(왼쪽부터) 2019년 7월 호주 퀸즐랜드 북부 보웬에서 미국·호주군이 다국적 연합훈련 ‘탤리스먼 세이버 2019’ 중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군도 처음으로 이 훈련에 참가한다. photo 호주 국방부 지난 6월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2021 레드플래그’ 다국적 공군 훈련에 참가한 공군 F-15K 전투기가 미 공중급유기와 공중급유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미 공군

지난 6월 중순 미 알래스카 상공에서 한국 공군 F-15K가 비행하면서 미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는 사진들이 국내 군사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미국 주도로 매년 알래스카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훈련인 ‘레드플래그 21-2’에 참가한 우리 공군 F-15K였다. 우리 공군 전투기가 알래스카 ‘레드 플래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년 만이었다. 미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은 것은 우리 F-15K만이 아니었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J, 주한 미 공군의 F-16 등도 함께 공중급유 훈련을 했다. 결과적으로 한·미·일 연합 공중급유 훈련이 된 셈이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 등 때문에 현 정부가 껄끄럽게 여겨온 사안이다.

한·일 간 군사교류나 훈련은 지난 수년간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압박해왔고,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강조됐었다. 그뒤 이번 알래스카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한·미·일 연합훈련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우리 공군은 2011년부터 레드플래그 훈련에 매년 참가해왔다. 하지만 2019년에는 KF-16 전투기 추락사고로 동일 계열 전투기 비행이 중지되면서 전투기 대신 C-130 수송기 2대와 50여명의 병력만 파견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해 1975년 시작된 레드플래그는 과거엔 전투기나 방공망이 없는 무장세력을 상대로 제공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벌이는 전투를 상정해 진행됐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는 지대공 미사일 등 방공망을 갖춘 적과 싸우는 시나리오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번 훈련은 지난 6월 10일부터 25일까지 100여대의 전투기와 수송기,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등 각종 군용기가 동원된 가운데 실시됐다. 미 7공군은 훈련 시작 전 “미국 외에도 일본 항공자위대와 대한민국 공군 소속 병력이 참가할 예정”이라며 “참가국 간 비행 전술과 기량, 연합작전 절차 등의 연습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향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미·일 3국 간 상호운용성 향상을 염두에 둔 연합훈련을 하겠다는 의미다.

호주서 열린 ‘퍼시픽 뱅가드’ 해상훈련

7월 들어선 호주에서 잇달아 실시됐거나 현재 실시 중인 2건의 훈련 참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해군의 한국형 구축함 왕건함은 지난 7월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7함대 주관으로 호주에서 열린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했다. 이번 훈련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함정 등이 참가했다. 미 해군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일본 해상자위대는 다카나미급 구축함을 각각 파견했다. 호주도 있지만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 형태가 된 것이다. 이 훈련도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해군은 “우리 군은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2019년부터 매년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며 “퍼시픽 뱅가드 훈련은 특정 국가를 겨냥해 실시하는 훈련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7월 중순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호주 주도의 다국적 연합훈련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참가하기로 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지난 6월 28일 “‘탤리스먼 세이버(Talisman Sabre) 2021’ 훈련에 우리 해군이 올해 최초로 참가한다”고 밝혔다. 우리 해군의 한국형 구축함(4400t급) 1척과 헬기 1대, 해군·해병대 병력 240여명이 탤리스먼 세이버 훈련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탤리스먼 세이버 훈련은 2005년 시작돼 격년으로 실시되고 있다. 훈련 주 내용은 지역 내 각종 위기상황 대응, 우발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대테러전에서의 상호작전 운용성 증진 등이다. 2005년 미·호주 간 첫 실시 이후 일본은 2019년부터 참가하고 있다. 올해 훈련은 지난 6월 25일 호주 퀸즐랜드 일대에서 시작됐는데 미국·호주와 함께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미국의 앵글로색슨 계열 최우방국과 일본도 참가하고 있다.

훈련은 오는 8월 7일까지 해상 병력 수송과 상륙작전 등의 형태로 진행된다. 데이비드 존스턴 호주 해군 중장은 “올해 1만7000여명 병력이 훈련에 참여한다”며 “호주에 입국하는 외국 병력 2000여명이 (코로나19 방역규칙에 따라) 격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호주 다윈에 6개월마다 순환배치되고 있는 미 해병대 1200명이 이번 훈련에 참가하고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는 옵서버를 파견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호주 공군이 도입한 미국제 F-35A 스텔스기를 참가시켜 미 해군의 F/A-18 슈퍼 호넷기, 미 공군의 F-22 스텔스기와의 상호작전 운용성도 검증할 것이라고 한다. 호주 국방부는 호주와 미 보잉사가 공동 개발 중인 무인전투기 ‘로열 윙맨(Loyal Wingman)’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운용 체계(MUM-T)도 시험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북 비핵화’ 이유로 중단된 한·미 연합훈련

이 훈련 참가가 주목을 받는 것은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훈련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참가키로 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예상 밖에 ‘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에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이뤄진 조치여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당시 정상회담에선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문구들이 대거 포함됐다. 7월 초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참가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채택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뒤 미·일 연합훈련은 강화되는 추세에서 최근 이처럼 한국군의 다국적 훈련 참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지난 수년간 중국을 겨냥한 미·일 연합훈련은 물론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이른바 쿼드 4개국 훈련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이후엔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강국들도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다국적 훈련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우리만 빠져 있던 상황에서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이제 연합훈련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군이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재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이유로 중단됐지만 알다시피 북 비핵화엔 진전이 없어 더 이상 중단시킬 명분이 없어진 상태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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