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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 다른 인류사]  ‘삼국지-동이전’ 속 한반도 해양 도시국가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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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78호] 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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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인류사]‘삼국지-동이전’ 속 한반도 해양 도시국가들의 흔적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교역에서 중요한 물품이었다. 유물로 확인되는 바로는 향신료 교역이 기원전 2000년 전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된 공급자는 향신료가 대량 생산되는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유럽과 연결해주는 아랍권의 상인이었다. ‘뱃사람 신드바드의 모험’은 이런 교역 활동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위기와 기회의 스토리다. 사진 출처: 퍼블릭 도메인
“식인종 흑인들의 마을을 간신히 빠져나와, 일주일 동안을 코코넛으로 연명하며 험한 숲을 뚫고 나온 신드바드는 섬의 반대편 해안에 도착했다. 거기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이며 같은 아랍어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웃 섬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이 섬에 후추농장을 만들어 놓고, 가끔 왔다 갔다 하며 관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날은 후추를 수확하러 온 것이다.
   
   그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더니 그 악명 높은 흑인들의 수중으로부터 살아나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후추의 수확을 끝낸 후 신드바드를 데리고 자기들의 섬으로 가서 왕에게 인사시켰다. 왕은 신드바드의 모험담을 흥미롭게 들었고 그에게 호감을 가진 듯, 신하들에게 특별히 잘 돌보아줄 것을 명했다.
   
   이 섬 왕국에는 인구가 많았고 모든 물자가 풍부했다. 이웃 섬에 농장을 만들어 대량 생산하는 후추 포함, 다양한 물품으로 활발한 무역활동을 하고 있었다. 신드바드는 모든 사람들이 환대해주는 이 섬을 아주 편안하게 느꼈다. 말을 타면서도 안장과 등자를 사용할 줄 모르는 섬사람들을 위해, 손수 이런 마구들을 만들어 쓸 수 있게 해주는 등 한동안 마음 놓고 현지에 동화되어 있었다…”
   
   ‘뱃사람 신드바드의 모험’은 ‘천일야화’, 일명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묶음인데, 바그다드 출신 뱃사람 신드바드가 들려주는 모험담 형식을 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페르시아만을 통해 아랍해로 흘러 들어가면서 형성하는 비옥한 삼각주에 자리잡은 도시다. 아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활발한 무역활동이 가능한 위치다. 넓은 영토를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하는 국가가 등장하기 이전인 상고대에는 그리스 반도의 아테네나 이탈리아 반도의 로마를 능가할 정도로 융성하는 도시국가였을 테다.
   
▲ (왼쪽) ‘뱃사람 신드바드의 모험’의 무대에서 베이스 캠프였던 바그다드는 유라시아 대륙의 육상 교역로인 실크로드와 해상 교역로인 세라믹 로드가 합쳐지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요한 중계무역지였다. (오른쪽) 1901년 바그다드 외곽의 후추 거래 시장 모습. 후추는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무역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로 바그다드에서는 일찍부터 후추만 전문으로 파는 시장이 형성될 정도였다. 출처: (지도) 위키미디어 커먼스 유라시아 지형도 위에 육상교역로와 해상교역로를 표시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사진, R.Y. Young의 작품,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pice_merchants_of_Baghdad,_Company_at_Acre._c1901_June_18._ppmsca.10626.jpg

   위 이야기는 바그다드 사람 신드바드의 모험담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의 한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안주하려던 섬에서 지내다가 경악할 만한 풍속을 접하게 되고, 그와 관련하여 또 다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이 줄거리의 전개를 담고 있는 디테일 속에는 해양국가의 존재 양상을 시사해주는 부분이 상당히 들어 있다.
   
   우선 같은 섬이라 할지라도 거친 숲을 사이에 두고 식인종 흑인과, 원거리 농장을 운영하는 아랍인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해상 무역로에는 전혀 다른 문명권의 집단이 독립적인 지형을 이용해서, 서로 거리를 두면서 공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 이웃 섬 외진 곳에서 후추를 재배해서 팔아 돈을 버는 이 아랍권의 해상국가처럼, 해상교역으로 먼 곳까지 진출한 집단은 거기서 식민지를 경영해서 교역 물품을 생산, 뱃길을 이용해서 파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바닷길을 따라 흩어져 있는 해상국가들 중 동일한 문명에서 기원하여 풍속과 언어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처음 보는 이방인이라 할지라도 친절을 베풀며 쉽사리 유대를 형성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한 그런 유대를 통해 한 곳의 문화가 다른 곳으로 전파되곤 한다는 점도 엿보인다. ‘오디세이’보다 훨씬 구체적인 사실성이 두드러지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유형의 존재방식이다.
   
   이렇게 유럽문명권에든 아시아-아프리카 문명권에든, 육지형 국가와는 구별되는 해양국가로서의 특징이 공통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특징이 한반도의 해양국가엔 없었을까?
   
   고려 이전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기록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얼마 되지 않는 기록에서도 해양국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한반도의 고대 상황에 대해 증언해주고 있는 역사 기록 중 가장 중시되고 있는 것이 서기 3세기 서진의 역사가 진수의 ‘삼국지’다. 여기에는 ‘위서(魏書)’라는 범주가 있고, 그 안에 ‘동이전(東夷傳)’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한반도 국가들에 대한 기록이다. 북으로는 만주 벌판의 부여국에서 남으로는 삼한(三韓) 뿐 아니라 바다 건너 왜에 이르기까지, 그리 길지는 않으나 비교적 충실한 기록이 나온다.
   
   ‘동이전’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거주 집단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는 중국 한족의 기록이다. 또 실사를 바탕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전해져 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실은 부분이 많아서, 시대와 상황 서술에 있어서 이치에 맞지 않는 황당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기록자 진수가 해양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내륙 국가 촉나라 출신이어서 한반도 국가를 비롯한 아시아의 해양족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으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옛 이야기의 묶음인 ‘오디세이’, ‘아라비안 나이트’ 등에서도 그렇듯이, 여기서도 해양국가로서 한반도 거주 집단의 존재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없진 않다.
   
   “(옥저의) 땅은 기름지고, 산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있다… 동쪽의 경계에 이르러 늙은 노인에게 물었다. '바다 동쪽에도 사람이 있는가?' 늙은 노인이 말하길 나라사람이 일찍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데, 풍랑을 만나 수십일에 이르러 동쪽에서 하나의 섬을 얻었다. 올라가 보니 사람이 있는데,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았다. 그 풍속에 항시 칠월에 어린 여자를 바다에 받치는 것이 있다… 또 말하길 한 나라가 있는데, 역시 바다 가운데에 있다. 모두 여자이고 남자가 없다. 이 지역은 모두 옥저 동쪽의 큰 바다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기원전 15세기에서 서기 3세기까지, 함경남북도 연해 산지 기슭을 따라 존재했던 부족국가 집단인 옥저에 대한 기술에서 나오는 부분이다. 전형적인 해양국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의 사할린 섬, 일본의 홋카이도 및 혼슈 북부지방과 많지는 않아도 해양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디세이나 신드바드의 모험담 못지않은 흥미 요소들도 갖고 있다는 점도 보인다.
   
▲ 같은 축소 비율의 지도 위에 오이디푸스의 항해 경로(왼쪽)와, 진수의 ‘삼국지-동이전’에 묘사된 옥저 노인의 항해담에서 가능한 경로(오른쪽)를 표시한 것. 옥저 쪽이 더 수심이 깊고 물살도 격한 바다를 더 장거리로 항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유라시아 지형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elief_map_of_Eurasia.png 위에 (왼쪽) National Geography의 “Travels of Odysseus” https://www.nationalgeographic.org/maps/travels-odysseus/ 지도 자료를 참고하여 표시. (오른쪽) 위키미디어 커먼스 퍼블릭 도메인 옥저 지도를 덧붙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p_of_Okjeo.png, 퍼블릭 도메인 옥저 지도

   하지만 이 대목 외에는, 상고대 사이에 해양문화를 어느 정도 실체감 있게 기록한 걸 찾기 힘들다. 다만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국가들인 ‘삼한(三韓)’ 가운데, 마한 부분에 이런 문장이 눈에 띤다.
   
   “(마한은) 산과 바다 사이에 흩어져 있고 성곽은 없다 散在山海間, 無城郭 …”
   
   단 한 줄의 문장이지만 해양국가의 특성을 찾는 시각으로 본다면 상당한 의미를 내포한 대목이다. 현재 역사학에서는 마한이라고 하면 경기 남부의 서쪽에서 호남 남부 해안까지의 지역에 존재했던 국가로 지도를 그린다. 이 지역은 한반도 중에서도 넓은 평야가 많은 지역이다.
   
   그런데 중국의 관찰자의 눈에 마한이라는 나라는 넓은 평야와 그 중심이 되는 큰 성 및 성곽이 있는, 연속성이 있는 육지 경관을 지닌 모습이 아니라, 산과 바다 사이에 소규모로 흩어져 있는 나라들의 집합체로 보였다는 것이다. 성곽이 없다는 것은 자체적인 지형으로 어느 정도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마한은 ‘오디세이’나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지중해의 해양 도시국가들과 대단히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즉 독립 해양 소국들의 연맹체와 같은 구조다. 동해안의 옥저가 그랬고 서해안의 마한이 그랬다면, 남해안의 가야나 신라의 해안 지역에 있었던 집단들도 어느 정도 비슷했을 것이다.
   
   이들은 각각 고구려‧백제‧가야‧신라라는 고대 국가로 성장해간다. 그러면서 이전 시기에 키워왔던 해양 국가로서의 특성을 전적으로 버렸을 리는 만무하다. 특히 상당히 위세를 떨쳤던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국가 가야의 면모는 여러 가지로 이를 축소하려는 듯한 어법에도 불구하고, 옛 기록의 여기 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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