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65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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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인터뷰] 정세균 국회의장

“문재인 정부 완급조절 필요 의원 소환제 검토해야”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경청(傾聽)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7월 5일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새 정부를 향해 “완급(緩急)조절과 정책의 완결성을 높일 것”을 조언했다. 국회의장은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정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고 집권여당 내에서 입지가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그의 ‘쓴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여당 성향의 유력 인사 가운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국회의장 취임 1년과 제헌절 69주년을 즈음해 가진 정 의장과의 인터뷰는 새정부 출범과 개헌, 협치(協治) 등의 사안을 두고 1시간가량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때 의사봉을 잡았던 정 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공백을 메우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전임 대통령은 존재하긴 했으나 기능하지 못했다. 그래서 새 정부는 국정 공백에 대한 조바심을 느낄 수도 있다. 조각(組閣)을 위한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개편안, 추경안이 지연되며 출범 초기 불편한 마음이 있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두르기보다 정책의 완결성을 높이는 일이다.”
   
   정 의장은 지난 6월 26~28일 서울에서 열린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자평하면서 북한 측의 참여를 타진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 의장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한 대북제재와 함께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 때 북측이 행사에 참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의사를 타진했었다. 북한에서 긍정적 답변을 해오지 않아 초청장까지 보내지는 않았다. 남북관계 특성상 대통령이 전권을 갖고 나서왔지만 정부 간 대화가 부진하면 국회라도 나서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북한은 북핵과 미사일 발사 등에 있어서 너무 과도하다. 선의(善意)를 갖고 있어도 잘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남북문제가 참 걱정이다.”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에는 러시아 등 유라시아 지역 25개 국가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참여해 소통 채널을 만들고 각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 의장은 이번 행사를 러시아 하원과 공동으로 주최했고 15개국 이상의 국회의장단과 양자 대화를 가졌다.
   
   - 문재인 정부가 국정수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조금 떨어졌다고 들었지만 어느 정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적 지지가 고공행진하는 게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집권 초기 정부는 좋은 평가를 받고 싶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는 ‘익스큐즈’가 된다. 앞으로는 조금 더 촘촘하게, 국민과의 소통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들이 (회담 전에) 걱정을 많이 한 것에 비하면 회담 이후 안도하는 것 같다. 작년 (탄핵 사태) 이후 혼돈과 혼란을 막아왔고 이제는 각자 할 일에 전념해도 되겠다고 (국민들이)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한·미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양국 간 소통이 안 되면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 불협화음이 나온다면 국정 전반이 어렵게 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 집권 초 미국과 어느 정도 조율하고 큰 무리 없이 합의를 이뤄 잘됐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 감당했다고 본다.”
   
   -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준비가 진행되고 있나. “만약 조기대선이 치러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대선 때문에 지난 4월부터 개헌특위의 진전이 없었다. 특위 활동기한을 12월 말로 연기했으니까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앞으로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참여를 통해 개헌의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정권 차원에서 하는 개헌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을 얻는 개헌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회 개헌특위를 돕기 위해 전문가 56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활동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모두 다뤘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 이번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뭔가. “핵심은 분권(分權)이다. 분권이 이뤄지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 정치권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기도 하다. 수평적으로는 입법·사법·행정부 간 분권이, 수직적으로는 중앙과 지방의 분권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권력구조 형태가 어떤 게 되든 분권에 기반한 개헌안에 각 정파가 합의를 하면 큰 문제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관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분권만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개선되는 것이니만큼 정당 간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 의장은 내각제 개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내각제가 우수한 제도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한다. 그래서 내각제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 의장은 개헌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참여형 개헌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 국회 개헌안과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다를 수 있지 않나. “헌법개정발의권은 국회와 대통령에게 있다. 문 대통령도 지방분권 얘기를 시작했고, 개헌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 의중도 가급적 (국회에서)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일안을 만드는 게 최선책이다. 문 대통령도 국회가 합의하면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 지난 1년간 국회의장으로서 거둔 성과는 뭔가. “국회의장직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화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그냥 적당히 누리다 지나갈 수도 있는 자리다. 여소야대 국회의장으로서 나름 책임감을 갖고 일했다. 존재감을 보여줄 다이내믹한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탄핵안을 원만하게 처리했고 누리과정 예산 법정기한 내 처리,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 고용 등이 기억에 남는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했다.”
   
   정 의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국회 청소용역을 맡아온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파견업체 직원이었던 환경미화원들은 이제 국회 소속 정규직원이 됐다. 과거 보수정당 출신의 국회의장들이 하지 못한 결단을 정 의장은 취임 직후 추진해 사회 각계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 의장은 또 국회의장 직속의 ‘특권내려놓기위원회’를 구성, 국회의원 특권 중 불체포특권 폐지, 민방위훈련 면제 폐지, 친인척 고용제한 등의 성과를 냈다.
   
   - 전임 국회의장에 비해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 목표는 세 가지였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만드는 거였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국회가 있다는, 이른바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지난 1년간 우여곡절을 거치며 존재감을 보여주긴 했다. 국회가 국민을 위해 뭔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 국회의장으로서 한계를 느낀 적도 있었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의 활동시한을 연장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없어 상정되지 않았다. 민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며 법을 어길 수는 없어 답답했다.”
   
   - 그래서 국회선진화법을 손질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장 손발을 다 묶어놨다.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것은 예전에 국회의장이 청와대와 소통해 직권상정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다수결의 횡포가 자주 벌어져 이걸 막기 위해 만들었는데, 너무 묶어놔서 역할 자체를 할 수 없게 됐다.”
   
   -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직권상정은 불가(不可)한가. “그렇다.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직권상정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각 정파가 합의해야 한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개헌도 가능한데, 선진화법에 따르면 3분의 2가 찬성해도 법안이 통과될 수 없게 되어 있다.”
   
   국회선진화법에는 안건조정제도 포함돼 있다. 야당 또는 소수 정당도 쟁점법안에 대해 안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여야는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180일간 안건을 논의해야 하고 조정안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쟁점 법안에 대한 날치기 입법 등을 차단하겠다고 마련한 법안이 이제는 일부 정당의 법안 발목 잡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인사차 다녀갔다고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홍 대표와 만났다. 경남지사로 활동할 때는 거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고려대 직계 후배라서 정당은 달라도 나름 특수관계다. 대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45년은 된 사이다. 지난 대선 때 자유분방했던 것에 비해 아주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갔다. 나하고는 말이 잘 통하지만 그래도 홍 대표는 나긋나긋한 친구가 아니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지자로부터 선물받은 세균맨과 루피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논란을 빚은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자 야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의도(국회)는 정치 투쟁하는 곳이다. 태평성대라면 모를까, 사안이 있으면 늘 입장이 다르다. 정쟁이 있을 수밖에 없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국회가 쥐 죽은 듯 조용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정부가 요구하는 걸 그대로 ‘프리패스’ 할 거면 국회가 필요 없다. 정부의 요구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면 된다. 어느 정파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싶어한다. 온건한 표현으로 경쟁이고, 거칠게 말하면 정치싸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비할 계획을 갖고 있나. “너무 무리하게, 치사하게 공격에만 치우친 경우에는 청문 효과가 반감된다. 그런 걸 자제하고 기준을 만들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소위를 만들어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야 정당 간 합의가 중요한데, 원칙적으로 청문 자체를 공개하는 방향은 바꾸기 어려울 거다.”
   
   - 심지어 국회의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마련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선출직은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그러나 장관 등에 임명된 사람들은 어떤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청문을 하는 것이다. 물론 청문으로 인해 아주 유능한 인재가 일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고, 지도자가 될 사람은 자기 관리를 모범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국회의원처럼 선출직의 경우에는 소환제도를 도입해 중간에 견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잘할 줄 알고 뽑았는데, 엉터리라면 4년을 기다릴 게 아니라 소환해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나. 웬만하면 그냥 두지만 진짜 문제가 있는 선출직이라면 바꾸는 게 맞다. 개헌과정에 소환제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는 주민소환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때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거쳐 단체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경우 현행법상 소환할 근거가 없다.
   
   -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언제쯤 가능한가.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먹고살기 좋게 바꾸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국회에서 협치가 안 되고 정쟁이 벌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나마 예산안의 경우 논의가 진행될 여지가 있지만 정부조직법은 야당에서 반대하면 개정할 방법이 없다. 새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을 해주는 게 정상이라고 본다. 우리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동물국회를 면했지만, 지금처럼 식물국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식물정부를 만들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 11조2000억원의 처리를 국회에 요청한 상태다. 또 중소기업벤처부 신설 등 정부조직의 개편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를 문 대통령이 임명한 것에 반발,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 일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국회 차원에서 최근 논란이 된 특수활동비를 줄일 계획이 있나. “사실 국회는 꾸준히 특수활동비를 줄여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투명성을 더 높이자는 게 큰 흐름이다. 국회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내년 예산에 특활비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관리실에 말해놓은 상태다. 전년 대비 얼마를 줄일지는 미리 밝히기 어렵다. 말이 앞서면 곤란하다.”
   
   정 의장이 취임한 뒤 국회의장실에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전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집무실 한편에 비치했던 병풍이 바뀌었다. 정의화 의장 시절 한자와 한글로 병기된 포은 정몽주의 대책문(과거시험 답안지)이 병풍으로 세워져 있었으나 정 의장이 취임한 뒤 헌법 전문이 한글로 새겨진 철제병풍으로 바뀌었다. 한자보다 한글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정 의장의 집무실 책상에 놓인 ‘세균맨’과 ‘루피’ 인형이다. 세균맨 인형은 20대 후반의 남성 지지자가 정 의장 이름과 같다는 의미에서, 루피 인형은 10대 후반의 여고생이 정 의장과 닮았다고 해서 보내온 선물이다. 이날 정 의장은 인터뷰 사진촬영 때 두 인형을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기도 했다.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의 국회의장에게 권위적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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