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photo 뉴시스
지난 9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photo 뉴시스

“송 장관이 어떤 면에선 너무 순진하고 순수해 군인으로서 지켜줘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방부의 한 참모는 최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한 ‘직격탄’으로 파문을 일으킨 송영무 국방장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송 장관이 아직도 장관보다는 야전군인에 가까운 생각과 태도를 갖고 있어 그런 생각까지 들게 됐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지난 9월 18일 국회 국방위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문정인 특보가 아무리 교수 겸 대통령 안보특보를 겸하고 있다 해도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왜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느냐”고 묻자 “상대해서 될 사람이 아니다.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문 특보는 지난 9월 15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참수작전의) 개념을 정립 중인데 올해 12월 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송 장관의 국회 답변 발언을 두고 “아주 잘못됐다.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송 장관은 정 의원의 잇단 질의에 대해 “안보특보라든가 정책특보 같지가 않아서 개탄스럽다”며 직설적인 비판을 했다. 그는 북한 핵동결을 전제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해야 한다는 문 특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송 장관의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지자 국방위에서 송 장관 뒤에 배석했던 국방부 간부들의 눈이 둥그레지며 크게 놀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파문이 인 뒤 송 장관은 가까운 국방부 간부들에게 “내가 보수층에 잘 보이려 그런 얘기한 게 아니다. 그동안 (문 특보에 대해) 벼르고 있었는데…”라고 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송 장관은 문 특보가 지난 6월 한·미연합훈련 축소 발언 등으로 파문을 일으킨 뒤 안보특보로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정은과 대통령 동급 취급에 격분

송 장관은 특히 문 특보의 인터넷 매체 인터뷰 중 참수작전과 관련해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격분했다고 한다. 문 특보는 당시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참수작전을 펼치겠다고 하면 우리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12월에 창설되는 부대도 ‘참수작전’ 부대가 아니다. 미국의 네이비실이나 UDT와 같은 특수부대인데 국방장관께서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했다. 송 장관은 이에 대해 “문 특보가 김정은과 군 통수권자인 우리 대통령을 동격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 장관이 국방위에서 북핵 방어를 위해 “4D(탐지·교란·파괴·방어)를 갖추겠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 문 특보가 “그게 모두 미국적 용어다. 그런 용어로 작전 계획을 만들면 다 미국 무기만 사게 돼 있다”라고 한 데 대해서도 송 장관은 문 특보가 부적절한 언급을 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의 이런 직격탄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역대 국방장관들과 청와대 참모·특보 간에 불협화음은 종종 있었지만 어떤 국방장관도 공개적으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측근에 대해 공개적인 직격탄을 날린 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 파문에 대해 이튿날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엄중 주의조치’하며 경고를 하고, 송 장관이 국회에서 “발언이 과했다. 사과한다”며 물러섬에 따라 외형상 문 특보가 ‘판정승’을 거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국방부 주변에선 송 장관이 이번 파문을 통해 사회 일각, 특히 보수층으로부터 ‘오랜만에 국방장관답게 시원하게 쓴소리를 하는 장관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송 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뒤 그의 휴대폰으로 수백 통의 격려문자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등 여러 야당에서도 일제히 송 장관을 격려하거나 두둔하고 나섰다.

군내에서는 송 장관이 지금보다는 톤이 낮아지겠지만 그의 성향상 앞으로도 정권의 성향이나 입장과는 다른 소리를 계속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의 성향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장관은 지난 9월 4일 국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청와대와 여권이 ‘송 장관 개인 발언’이라며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송 장관은 국방장관이라면 전술핵 재배치든 뭐든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송 장관은 “국방장관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국방개혁을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것도 강조해왔다.

송 장관은 지난 9월 18일 국방위에서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용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견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체제 보장용이라는) 그 의도는 10%도 안 되고 90% 이상은 군사적 위협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북핵은 체제 보장용’이라는 문 대통령의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국방장관이 통수권자의 의중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각을 국회에서 밝힌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기질은 송 장관이 해병대 출신을 선호하는 것과 상통한다는 지적이다. 장관 취임 후 황우현 해병대 소장(해사 37기)을 기무사령관 후보로 적극 추천했지만 육군 출신이 기무사령관에 임명되자 황 소장을 다시 국방부 국방개혁실장(1급) 후보로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핵심요직인 정책실장도 해병대 출신을 추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송 장관에 대해 군 주변에서 우려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군내에선 “송 장관이 정말 마음을 비운 것 같다” “오래가기 힘들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송 장관은 군 출신으로선 드물게 문 대통령과 10년 가까운 오랜 인연을 갖고 신임을 받아왔다. 2012년 문 대통령 지지단체인 ‘담쟁이포럼’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 국방안보특위 위원장을 받아 국방·안보 공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외교안보 분야 최고 브레인으로 활동해온 문정인 특보의 위상과 영향력에는 미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경고 조치에서도 나타났듯이 현 정부 권력 핵심은 송 장관보다는 문 특보의 손을 계속 들어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 장성 및 간부 인사에 있어 송 장관이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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