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예저우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photo 바이두
궈예저우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photo 바이두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全大·전당대회)는 당 각 부문 책임자들의 생각과 업무진행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회 기간 이들 책임자들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자신들이 관장하는 업무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내외 미디어들이 좀처럼 평소에 접근할 수 없는 당 대외연락부 궈예저우(郭業洲) 부부장은 지난 10월 21일 당 대회장 미디어센터에 나와 기자회견을 했다. 현재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사이의 당대당 관계만 살아있는 상황이어서 이날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궈예저우 부부장의 기자회견은 베이징(北京) 주재 외국 대사관과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궈예저우에게 최근의 중국·북한 관계에 대해 질문을 한 것은 블룸버그통신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로이터통신에 이어 통신사로는 둘째로 많은 특파원을 베이징에 파견해 놓고 중국의 움직임을 전하고 있다.

“근년의 중국·북한 관계는 다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사이의 관계는 냉담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 부장이 조선의 카운터 파트와 만난 것이 언제였던가.”

이에 대한 궈예저우 부부장의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중·조(中朝) 관계는 근린관계로, 두 나라는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중·조 간 우호협력 관계를 잘 지키고, 발전시키고, 우호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쌍방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 지역의 평화 안정에도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양당지간의 교류는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당과 조선노동당 양당 관계는 전통적인 우호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쌍방은 언제, 어디서나 여러 등급의 인적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쌍방의 필요와 편리에 따라 달라진다.”

궈예저우 부부장의 대답은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의 제재 결의안을 중국이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며, 이 때문에 최근 양국 관계가 냉랭해져가고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중국·북한 관계의 기본은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사이의 당대당 관계이며, 정부 대 정부의 교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면서도 중·북 관계가 쉽게 파탄에 이르지 않는 이유를 잘 설명해줬다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 9월 27일 리진쥔(李進軍) 주북한 중국대사가 북한 거주 화교들과 기업인, 유학생들을 모아 개최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기념 초대회에 이길성 북한 부외상이 방문했다고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웹페이지가 기록하고 있다. 리진쥔 중국대사는 이길성 부외상에게 “조선인민들이 김정은 동지를 리더로 하는 조선노동당의 지도 아래 조선식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에서 새로운 성과를 이룩하고 있는 점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4월 2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중·조(中朝)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되고 있으니 베이징은 조선에 대해 새로운 위엄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것과 다르다. 환구시보의 촉구가 실제의 중·북 관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속임수이거나 거짓 기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당시 환구시보의 기사는 “중국이 조선을 제재하겠다는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들 공통적으로 목격하는 현실”이라면서 “만약 평양이 계속해서 핵미사일 활동을 계속한다면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더욱 엄격한 제재안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다음과 같은 논지의 주장을 전개했다.

“조선반도의 문제는 총체적으로 미·조(美朝) 사이의 모순에서 이루어진 것들인데 조선이 중국과의 국경선에서 1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핵실험을 하는 것은 동북지방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중국은 조선의 핵실험을 반대하느라고 중·조 관계에 손상을 입었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느라고 중·한(中韓) 관계가 급전직하 나빠졌다. 중국은 조선반도 남북에서 동시에 손해를 입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미국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는 각자의 전략적 이익이 있겠지만 조선이 핵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이유로 베이징이 평양에 압력을 가하기 전에 우선 우리의 국가이익을 지킬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미국을 위한 일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공산당 당대회 기간에 기자회견을 자청한 궈예저우 부부장은 파키스탄 통신사 기자가 “중국공산당이 주변 국가의 정당들과 당대당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과 이들 국가들과의 정부 간 관계 발전에 어떤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재 중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산보다도 높고, 바다보다 깊으며, 철보다도 단단하고, 꿀보다도 달콤하다.… 우리 중국은 현재 육지로 연결된 14개 주변국이 있으며 이들 주변국에 대해서는 ‘주변이 안정되지 않으면 나라 안도 편안할 수 없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교류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인도, 그리고 과거에는 세계 4대 핵무기 대국이었던 카자흐스탄을 주변국으로 가지고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책이 궁극적으로 비핵화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일인지 모른다. 중국은 인도가 핵무기 보유국이 되면서 파키스탄이 인도에 맞서기 위해 핵실험을 할 때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적극 반대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당 대회 기간에 궈예저우 부부장이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나온 것은 중국공산당의 이른바 ‘통일전선 공작’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공산당의 최후 승리를 위해 중국 내 각계 인사들을 모두 모아 정치협상회의를 개최하는 통일전선 공작으로 국공내전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둔 점을 생각해 보면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의 앞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통일전선 공작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중국이 언제 북한에 대한 비핵화 주장을 거둬들일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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