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 정가(政街)에서는 이호철 전 민정수석의 지방선거 출마 여부가 단연 화제다. 이호철 전 수석이 부산시장 선거에 준비한다는 소문은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씨는 예상보다 높은 인지도와 경쟁력을 보였다. 지난 10월 2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시장 민주당 후보 적합도’에서 이호철 전 수석은 9.9%를 얻어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27.9%),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10.5%)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김영춘 해수부 장관(7.6%), 전재수 의원(2.4%),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1.8%), 박재호·최인호 의원(각각 1.6%) 순으로 나타났다. 이호철 전 수석은 또 서병수 부산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 등과의 4자(者) 가상대결에서도 27.1%를 얻어 부산시장에 당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은둔형 막후 정치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 전 수석은 부산에서 여당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부산파 핵심으로 불렸다. 지난 5·9대선에서도 부산지역 선거를 막후에서 지휘하며 문 대통령 당선을 도운 실세다. 노무현-문재인의 뒤를 이을 정치적 계승자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그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단박에 차기 반열로 체급이 올라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민주당 후보가 영남지역에서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사례는 없다. 2010년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경남지사에 당선된 적은 있으나 당시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 전 수석이 침묵을 깨고 과감한 ‘외출’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반반’이다. 과거 선출직 공직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던 모습과 비교하면 최근 이 전 수석에게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의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은 “제로에서 50%까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수석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은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 무조건 안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NCND’(긍정도 부정도 않는)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의 입장이 바뀐 배경은 노무현-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부산지역 인사들의 강력한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의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랬고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부산에서 고생한 인사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을 확 바꿔 보자면서 이 전 수석에게 선봉에 서 달라 요구하고 있다. 맨날 뒤에서 선한 사람으로만 남지 말고 크게 한번 역할을 해달라는 선후배들의 요구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에 출마할 민주당 인사들이 이 전 수석 주변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소속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이씨의 출마설을 경계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한국당은 진보와 보수 양측에서 비판받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을 이유로, 중도나 진보 유권자들은 친박세력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지지하지 않는다. 한국당 소속 부산지역 한 정치인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야당이 쇄신과 통합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지방선거가 암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그나마 이호철씨가 출마한다면 개인 인지도나 스타일이 낯설다는 측면에서 보수당이 해볼 만한 선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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