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82호] 2017.11.13

짝짓기의 계절 홍준표 김무성 유승민 안철수… 그들의 셈법은

▲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7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당 대표 후보 연석회의’에 참석한 현역 국회의원은 유승민·하태경·정운천·박인숙 의원 4명뿐이었다. 전날 바른정당 탈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영우 의원은 회의에 불참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진수희 최고위원은 눈물을 흘렸다. 진 최고위원은 “떠나는 동지들의 선택을 이해는 못 하지만 존중은 한다”면서 울먹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8일 국회의장이 주관한 4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당내 사정으로 인해 다음 회동부터 (바른정당은) 참석하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세워 창당했던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상실하고 군소 정당으로 전락했다. 이제 바른정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은 11명뿐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32명의 현역 국회의원으로 창당 깃발을 들었지만 내분을 봉합하지 못한 채 줄곧 흔들렸다. 지난 5월 2일 대선(5월 9일)을 목전에 두고 바른정당을 탈당, 자유한국당에 합류한 국회의원은 12명이었다. 당시 황영철·정운천 의원은 탈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발표 직전에 발을 뺐다. 이후 6개월이 지난, 11월 6일 황영철 의원을 포함한 9명의 바른정당 국회의원이 추가 탈당을 선언했다. 이번에도 진퇴를 고민하던 정운천 의원은 당에 남기로 했다. 탈당을 고민하던 의원들이 당에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에 남은 유승민계와 자유한국당 입당을 결정한 김무성계의 분열을 지켜본 바른정당 지지자들은 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바른정당 A의원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들은 지난 11월 6일 지지자들의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A의원은 탈당파 9명에 포함됐다. A의원 지역구 한 보좌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후유증이 오래갈 것 같다”면서 “새로운 보수를 응원했던 분들에게 욕을 먹은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승민 의원은 11월 8일 당사에서 ‘개혁보수의 길이 험하고 힘들더라도 국민만 보고 끝까지 간다’는 현수막을 펼치는 행사를 열었다. 당직자를 격려하며 집안단속에 나섰지만 초상집 같은 당사 분위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당직자들의 상실감은 더 커지는 것처럼 보였다. 수십 명의 원외 당협위원장과 일부 당직자들의 동반 탈당도 현실로 다가왔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제안하며 당에 잔류했던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탈당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은 11월 13일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다. 새 당대표로 유승민 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 사실 친유승민계는 탈당파들이 당을 떠나고 나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국회의원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자강파를 이끈 유 의원이 끝까지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거부하고 나선 배경은 지난 대선을 통해 얻은 6.8%의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대선에서 유 의원은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탈당파동으로 인해 상당한 동정표를 얻었다. 이번에 바른정당을 탈당한 서울지역 한 국회의원의 말이다. “유 의원에게는 지난 대선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끝까지 버티면 살아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은데, 그때는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 외부 환경에 의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 의원은 새 보수의 기치 아래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제3지대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바른정당 사정에 밝은 인사의 말을 들어보자.
   
   
   홍준표 친정체제 vs 친김무성계
   
   “현역 의원 몇 명의 추가 탈당이 예정돼 있다. 그렇게 정리되고 나면 유승민 의원과 그와 가까운 정치인들만 바른정당에 남게 된다. 유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카드는 국민의당 안철수계와 합쳐 제3의 대안세력을 만드는 것밖에 없다. 어찌 보면 정해진 수순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운좋게도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난다면 제3의 정당이 자유한국당보다 높은 정당 지지율을 확보할 수도 있다. 유 의원은 이를 발판으로 차기 유력주자로 다시 부상하길 바라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 추가 탈당파를 받아들이면서 이례적으로 입당 환영식을 준비했다. 그 여세를 몰아 연내에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를 정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당에 입당하는 김무성 대표 등 9명의 현역 국회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문에 한국당을 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인사들이다. 친박세력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한국당으로 돌아온 가장 큰 명분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였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을 자유한국당으로 데려오기 위해 친박인사들과 전면전을 불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최고위원회의 의결 없이 결정했다. 그러자 서청원 의원은 홍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 홍 대표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녹취록이 있다면서 폭로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공개할 테면 하라”면서 정면으로 응수했다.
   
   홍 대표는 친박 청산을 위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국회에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식으로 친박을 겨냥한 듯한 독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또한 홍 대표가 당내 국회의원들을 상대하는 나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한 현역 의원의 솔직한 토로다. “이번에 홍 대표의 정치를 보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검사 출신인 그가 양아치 다루는 방법을 확실하게 아는 것 같다. 초·재선과 비례대표 의원들의 속사정도 환하게 꿰고 있어 지도부 비판이 나오질 않는다.”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조치에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당내 다수는 홍 대표의 기세에 눌려 친박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내린 결정을 우선 따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치적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당내 인사 대부분이 친박세력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대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친박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김태흠 의원이나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느 정도 반대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해한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측근들에게 “내게 주어진 보수재건의 소임을 다할 뿐 그 어떤 사심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내심 내년 지방선거 선전을 통해 보수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홍 대표는 최근 전국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상당수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모로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조치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면 김무성계가 홍 대표 중심의 주류와 밀월을 끝내고 경쟁구도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양측이 세대결을 펼칠 첫 번째 시험대다. 현재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김성태 의원을 비롯 이주영·나경원·유기준 의원 등이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홍 대표 측의 한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설명한다.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은 기본적으로 스타일이 잘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한때 친박이었던 김 의원에 대해서 적폐청산의 칼을 들이댈 수 있는데, 그땐 홍 대표가 다시 냉정한 판단을 내릴지 모른다. 역사는 줄곧 주류에 의해서 쓰여져왔다.”
   
   김무성 의원은 자유한국당 입당 후 연말까지 당에 뿌리를 내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연말부터는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견제에 나서며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내 김무성계 의원은 2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을 제외하면 당내 최대 계파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세를 모으는 길은 최고 권력과 결연하게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대여 강공투쟁을 예고했다. 친김무성계는 ‘포스트 홍준표’ 체제를 염두에 두고 내년 선거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 탈당說
   
   바른정당발 탈당의 여진은 국민의당으로 옮겨갔다. 국민의당 일부 호남 중진인사들은 그동안 바른정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를 추진해온 안철수 대표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바른정당이 쪼개진 이후 국민의당 입장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비꼬았다. 유성엽 의원은 안철수 대표를 향해 “(당대표로서) 자격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이 다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반안(反安) 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거란 생각마저 든다”고 반박했다. ‘당이 불편하면 나가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강경한 발언이다.
   
   안 대표와 호남 중진그룹이 큰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안 대표가 바른정당을 끌어들여 중도·보수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호남 중진들은 지역을 지키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 강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외연을 확장하다가 자칫 호남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동교동계 원로들과 일부 호남 의원은 “안 대표가 바라는 외연 확장이 실패할 게 자명하다면 차라리 민주당과 통합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그럼에도 이번 기회에 분당을 감수하고라도 외연을 확장할 기세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이 국민의당 입장에서 중도보수를 끌어안을 적기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안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기반을 지켜내야만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까지 국민의당이 순항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 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통합에 성공한다면 국민의당 일부 의원이 탈당한다 해도 정치적으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기회를 갖게 된다. 호남과 영남이 결합한 제3의 정당이 가질 파괴력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안 대표와 유 의원이 이런 정계개편을 주도하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이 통합을 한다 해도 자기 목소리가 강한 안 대표와 유 의원이 조화를 이루며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치 컨설팅업체 윈지코리아 박시영 부대표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ARS조사의 경우 20% 전후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친다 해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넘어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이 분열을 봉합하고 바른정당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합을 해낸다면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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