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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489호] 2018.01.01

서민 교수의 ‘문빠’ 논란이 보여준 것

▲ 서민 교수 블로그
#1 지난 12월 19일 포털 네이버에는 ‘일자리 미스매치… 향후 10년도 “문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저출산으로 청년층이 감소해 청년 졸업생이 시장 인력 수요보다 부족해질 수 있지만, 고학력화와 전공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기사였다. 특히 인문·사회 대졸자는 여전히 시장 수요가 졸업생(공급)보다 적어 고학력 졸업자 간 명암은 더 짙어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이 이 기사의 제목을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발생했다. 문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이 “욕하기 전에 제목 바꿔라” “기레기(기자+쓰레기)라 죄송하니 ‘기송’이냐”는 등 기자와 언론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1800여개 단 것이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으로 제목에 단 “문송합니다”를 ‘문재인 죄송합니다’로 착각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이 기사가 화제가 되면서 해당 언론사는 제목 뒤에 괄호를 넣고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설명을 추가해야 했다.
   
   #2 같은 날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빠가 미쳤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무조건적으로 문 대통령만을 옹호하는 열혈 지지자들을 ‘문빠’라고 정의한 뒤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고 말하는 글이었다. 이 글이 화제가 되면서 1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서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서 교수는 5일 만인 지난 12월 24일 “본의 아니게 건전한 지지자들마저 환자로 모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사과문을 올렸지만 “문빠의 존재가 문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문빠에 대한 비판적 발언이 필요하다는 제 문제의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문빠’에 대한 비판의식은 철회하지 않았다.
   
   
   ‘문빠’는 누구?
   
   ‘문빠’로 불리는 일부 맹목적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이 도를 넘어서는 행태를 보이면서 일각에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문 대통령을 옹호하는 일부 지지자들이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까지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문빠’로 불리는 열혈 지지층은 문 대통령의 일반 지지자와 어떻게 구분할까. 우선 용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빠’는 열렬한 팬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팬클럽을 뜻하는 ‘빠순이’와 ‘빠돌이’의 줄임말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을 뜻하는 ‘문’을 합친 말이 ‘문빠’다. 경멸적 어감이 있어 문 대통령 지지층이 싫어하는 용어로도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문빠’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 중 ‘합리적 이성을 상실한 극단적 지지자’를 가리킨다. 지난해 12월 27일 서민 교수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문빠’가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인터넷 기사에 악플을 달고 다른 네티즌들을 동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생각보다 숫자가 정말 많아요. 여론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지난 정부의 국정원 댓글조작단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 그걸 모르는 거죠. 그 수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무서워요. 지난 1년간 이런 행태를 경험해왔고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단계에 왔다는 점, 한마디로 자정(自淨)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안 하면 내가 한다’는 생각에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덤은 ‘젠틀재인’ ‘문팬’ ‘문사모’ 등 다양한 문재인 팬카페를 주축으로 한다. 세 카페에 가입한 회원 수만 합쳐도 10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특히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댓글창과 엠엘비파크, 클리앙, 오늘의 유머 등 웹사이트가 주 활동 무대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이들은 실제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을 자체적으로 담는 등 실제 아이돌 팬클럽처럼 활동한다.
   
   소위 ‘빠’로 불리는 맹목적 지지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진영을 막론하고 유력 정치인들은 그들의 팬덤을 몰고 다녔다.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되기 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깨지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구성하는 ‘박사모’ 회원들 역시 ‘박빠’로 분류될 수 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맞붙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그들의 팬클럽인 ‘안희정아나요’ ‘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으로부터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다.
   
   서 교수의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꾸준히 보수 정부를 비판해온 진보성향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 교수는 ‘서민의 어쩌면’이라는 이름으로 경향신문에 3년간 칼럼을 기고했다. 이 칼럼을 통해 ‘지능형 안티’에 가까운 역발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비판해왔다. 그런 서 교수가 같은 진영의 문빠들을 비판하게 된 것은 문빠들의 행동이 자정작용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만큼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문빠’의 독선에 대한 경고음이 들려온다. 지난 11월 28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 강연회에서 한 말이 대표적 사례다. 안 지사는 이 자리에서 “이견의 논쟁을 거부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왜 네가 문제 제기야’라고 하면 우리의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겨냥한 말이다. 안 지사는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중도·보수 진영까지 아우르는 ‘대연정’을 내세우면서 강성 지지자들에게 공격받아왔다. 당시 안 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을 맡은 박영선 의원은 지난 3월 YTN라디오에 출연해 문빠의 문자폭탄을 가리켜 “똑같은 사안을 놓고 문재인한테는 찬성하고, (문재인을) 비판하는 사람들한테는 엄청난 비난을 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가 ‘문빠’와 ‘문빠’가 아닌 지지자들을 구분하는 사례로 든 사건은 대통령 수행기자 폭행 사건과 영흥도 낚싯배 사고다. 지난 12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때 한·중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수행기자단이 중국 보안업체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한 ‘기자폭행 사건’도 논란이 됐다. 당시 여러 포털사이트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온 기사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기자들이 맞을 만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샜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에 동조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 폭행은 정당방위”라는 글을 올렸다가 사과하고 글을 내리기도 했다. 서 교수는 이를 두고 “문 대통령에게 언론이 연일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TV뉴스가 땡문뉴스로 바뀌면 정말 좋은 세상이 올까?”라고 반문했다.
   
   
▲ 서민 교수가 블로그에 올린 사과문에 달린 댓글 일부.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사례들을 통해 볼 수 있듯 ‘문빠’의 주 공격 대상은 언론이다. 특이한 점은 보수 성향 언론만이 아니라 소위 ‘한경오’로 불리는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등 진보 성향 언론에 더욱 맹렬한 공격을 한다는 점이다. 한겨레신문사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안수찬 전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덤벼라 문빠들”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문 대통령 팬덤의 십자포화를 맞고 다음날 사과문을 올린 뒤 SNS 활동을 접었다. 한겨레21 표지에 실은 문 대통령의 사진이 권위적으로 보인다며 지지자들이 한겨레21을 비난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김정숙씨’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로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호칭을 바꾸기도 했다. 방중 기자단 폭행 사건에서도 주된 공격 대상은 기자들이었다.
   
   ‘문빠’가 언론을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들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층 중 일부가 ‘노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 부채의식이 노 대통령의 동지인 문 대통령에게 투영되면서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던 언론들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인다는 설명이다.
   
   ‘문빠’의 공격이 언론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공격은 같은 당 인사들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 12월 초 여야가 2018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자 ‘문빠’들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무능력자” “야당의 첩자”라고 공격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함께 협상에 나선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자 폭탄은) 대통령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가 또 문자 폭탄을 맞았다.
   
   온라인상의 공격이 오프라인의 공격에 비해 더 격렬하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 교수는 “온라인상의 공격의 경우 피해가 크다”며 “오프라인에서 누가 나를 싫어한다고 하면 그곳을 가지 않으면 되는데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의 공격을 받으면 방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모이기 쉬운 온라인 공간에서는 군중심리가 작용해 더욱 공격이 거세진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팬덤현상을 직접민주주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한다. 신문이나 방송 등 기존 매체를 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던 일반 시민들이 메신저와 SNS의 발달로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게 되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은 ‘문빠’가 결국 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서민 교수는 “문빠들의 생각과 달리 문빠의 존재가 문 대통령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7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7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이 약해지면 맹목적인 지지층의 존재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당한 비판에도 귀를 막아버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지나친 지지는 독이 될 수 있다’며 직접 달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블로그에서 “‘문빠’들의 행동 양태를 분석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라고 했지만 전화통화에서 “주변에서 힘들어해 더 이상 ‘문빠’와 관련된 글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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