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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9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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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차이나 워치] 맞고, 감금당하고, 해킹당하고, 중국 주재 외국 기자들의 수난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 방중 기간 폭행당한 한국 사진기자. photo 연합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베이징 특파원이었던 티지아노 테르자니(Tiziano Terzani·1938~2004)는 1980년대 초 중국의 한 농촌을 취재하다 어느 날 밤 숙소로 들이닥친 공안원들에게 양쪽 어깨가 붙들리고 뒷덜미를 붙잡힌 채 파출소로 끌려갔다. 이유는 “왜 숫자를 묻고 다니느냐”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곡물 생산량 등 숫자는 당 간부나 고위 관리가 알고 있어야 할 사안이지 외국 기자가 묻고 다녀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테르자니는 1984년 공안국에 연행되어 골동품 밀반출 혐의를 ‘시인’한 뒤, 조사 결과 ‘반(反)혁명 음모죄’가 드러나 추방됐다. 외국인을 상대로 국가 기밀을 보호하고 대간첩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1983년 6월 국무원 직속기구로 창설된 중국 국가안전부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가혹한 비판자인 테르자니를 일찍부터 지목해왔다. 테르자니가 베이징을 떠난 다음날 최초의 외신기자클럽이 베이징에서 문을 열었다. 테르자니는 나중에 홍콩에 주재하면서 ‘천안문의 뒤편(Behind The Forbidden Door)’이라는 책을 썼다.
   
   베이징에는 중국 주재 외국 특파원들이 결성한 FCCC(Foreign Correspondent Club of China)라는 단체가 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중국 민정부(民政府)에도, 외교부에도 등록하지 못한 사실상 불법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FCCC는 중국 공안당국과 각종 마찰을 겪었고 웹페이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운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베이징 주재 600여명의 외국 기자 가운데 200여명을 회원으로 확보한 상태에서 베이징과 지방 각지에서 취재 중 구타당하거나, 감금당한 사례, 그리고 이메일을 해킹당한 사례에 대한 고발을 받아 웹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FCCC는 각종 취재 방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fcccadmin@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2010년 4월 10일 뉴욕타임스는 ‘나는 베이징에서 해킹을 당했다’는 제목으로 중국 공안당국이 중국 주재 외국 기자들에게 가하는 각종 취재 방해 사례들을 폭로했다. 뉴욕타임스는 2004년 한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가 은퇴할 것이라는 기사를 게재한 뒤 뉴욕타임스 베이징 지국의 중국인 직원 자오옌(趙岩)이 사기혐의로 체포되는 일을 겪었다고 폭로했다. 자오옌은 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베이징 주재 외국 기자들은 외국 특파원 사무실의 중국인 직원들이 매주 목요일 오후에 공안국의 회의에 참석해서, 자신을 고용한 외국 기자의 행동을 낱낱이 보고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외국 기자들 가운데 제일 먼저 구금당한 경우는 마오쩌둥(毛澤東) 통치 시절이던 1967년 로이터통신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안토니 그레이(Anthony Grey)였다. 그레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2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영국의 식민지이던 홍콩에서 중국 기자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데 대한 보복이었다. 그 중국 기자가 홍콩에서 풀려나고 얼마 안 가 그레이에 대한 가택연금은 해제됐다. 문화대혁명 끝무렵이던 1975년부터 베이징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작가 겸 저널리스트 오빌 셸(Orville Schell)은 베이징에서 중국인 가이드의 안내로 시내를 취재하다가 갑자기 가이드들이 사라져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러다가 공안원들에게 발견돼 겨우 귀가하는 일도 있었다.
   
   1989년 천안문사태 때 생생한 현장 보도를 해서 나중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베이징에서 아침 조깅을 나갈 때 자신을 따라다니는 자동차 행렬을 보고 놀라곤 했다. 크리스토프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시민, 대학생들에게 실탄을 발사하기 시작한 1989년 6월 3일 밤 자전거를 타고 총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가 천안문사태 현장을 취재한 공로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의 또 다른 특파원 존 번스(John Burns)는 군사시설에 들어가 취재를 한 직후 당시 통역을 맡았던 중국인 직원이 1년간 감옥생활을 하는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폭로했다.
   
   FCCC는 2014년 9월 ‘중국 주재 외국 특파원들의 근무조건에 대한 보고서’라는 일종의 선언서를 채택했다. FCCC는 여기서 대체로 여섯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어 외국 기자들이 중국에서 당하는 어려움을 보고했다. 이 여섯 가지는 ‘취재 제한과 방해, 현지 채용인에 대한 박해, 뉴스 취재원과의 만남 차단, 정부에 대한 접근 거부, 중국 시장에 대한 직접 취재 거부, 징벌적인 취재 비자 제도’ 등이다. FCCC는 이 보고서에서 특히 TV카메라와 스틸카메라 기자에 대한 폭행과 장비 훼손, 필름과 데이터 삭제, 취재 방해 사실에 대한 부정(否定) 등이 심각하다고 적시했다.
   
   FCCC와 서양 매체들에 대한 각종 취재 방해와 폭력에 대한 폭로가 아니더라도 필자가 1992~1997년과 2006~2009년 두 차례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필자가 불편을 신고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조선일보 베이징 지국에 전기기술자들이 들이닥쳐 벽을 뜯고 뭔가 수리를 한 일도 있었다. 홍콩의 매체와 인터뷰를 한 후배 특파원 집에 밤중에 공안원들이 찾아와 가택 수색과 여권 조사를 한 일도 있었다. 그때 그 가족들이 느꼈던 공포는 말도 못 한다. 필자도 국내 신문 칼럼으로 중국 외교부장의 잘못을 꼬집었다가 외교부로 호출되어 가서 조사를 받은 경험도 있었다.
   
   1990년대 초에는 국내의 한 방송사가 조선족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중국 동북지방의 고구려 고분을 취재했다가 구금을 당하고 조사를 당한 뒤 풀려나 귀국했으나, 가이드와 통역을 맡았던 30대 조선족 여인은 남자 사형수 여섯 명이 쓰는 감방에 6개월 동안 구금됐었다.
   
   국경없는기자회 평가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언론자유 지수가 175위를 기록한 나라이고, 프리덤하우스의 언론 지수로는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 공안들이 외국 기자들을 두들겨 패는 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중국 주재 외국 기자들 사이에 공인된 사실이다. 두들겨 패고도 중국 당국이 사과하는 일 또한 없다는 것을 중국 주재 외국 기자들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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