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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0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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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차이나 워치] 김정은 신년사 ‘시위(示威)’ ‘시호(示好)’에 숨은 배경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photo AP·연합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에는 ‘시위(示威)’와 ‘시호(示好)’가 동시에 나타나 있으며, 김정은이 시위와 시호를 동시에 보여준 사실을 잘 따져보면 그의 고민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다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국제문제 칼럼 ‘협객도(俠客島)’가 날카롭게 분석했다. ‘시위’란 좌전(左傳)에서부터 나오는 용어. 좌전은 2500여년 전 중국 춘추시대 말년 노(魯)나라의 좌구명(左丘明)이 쓴 편년체의 역사서다. 기원전 722년에서 기원전 468년까지의 춘추시대 역사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 고전이다. 좌전의 ‘문공(文公) 7년’ 편에는 “반이불토 하이시위(叛而不討 何以示威·반감을 갖고 있어도 토벌하지 못할 처지일 때는 어떻게 시위를 해야 하나)”라는 구절이 나온다. ‘시호(示好)’는 현대에 들어 쓰이기 시작한 중국어로 ‘여성이나 남성이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해 선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뜻으로 주로 사용된다.
   
   협객도는 1월 3일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에는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시위를 하고, 한국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과적으로 잘 치르기를 바란다’면서 ‘조선의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시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협객도는 “김정은이 시위와 시호가 동시에 들어 있는 혼란한 메시지를 내보냈는데 이 점에서 김정은의 책략을 읽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협객도는 김정은의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 대해 4가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첫 번째 문제는 ‘김정은은 왜 이런 시점에 한국에 시호(示好)를 보냈을까, 이런 자세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보여준 일이 없는 자세인데…’라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김정은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선의(善意)일까’이고, 세 번째 문제는 ‘조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김정은의 신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의문은 ‘김정은은 왜 이번 신년사에서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을까’라는 것이다.
   
   협객도는 김정은이 이 시점에 왜 한국에 시호를 보냈나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본래 목적은 미국과 대화하는 것인데 최근 미국이 조선과 대화할 용의를 일절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궁즉통(窮則通)의 수단으로 미국 주변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대상으로 시호의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칼럼은 한국이 취약한 고리가 된 이유가 문재인 대통령이 놓인 현재의 처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많은 정치세력들로부터 ‘봉문필반(逢文必反·문과 만나면 반감을 표시한다)’의 대접을 받는 처지이고, 국제적으로는 한·중(韓中) 관계나 한·미(韓美) 관계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 문제에서 박근혜나 이명박 정권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협객도는 김정은이 한국에 보여준 것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의 한반도 문제 해결방식인 ‘쌍잠정(雙暫停·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에 동의하는 자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해서 한·미 간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의 틈을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김정은이 계산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협객도는 김정은이 보기에 한국은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국제사회 가운데서 가장 취약한 고리이며, 여러 차례 “아주 괜찮은 카드”라는 뜻을 밝혀왔다고 아울러 전했다.
   
   협객도는 김정은이 보여준 것이 단순한 선의일까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진단했다. 김정은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제적인 제재 아래서 조선의 경제가 받는 타격이 상당히 크고 어떻게든 숨 쉴 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형편인 데다가 아직 핵무기의 운반수단에서 여러 가지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혀 있기 때문에 일단 “내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는 시위(示威) 수단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시위란 상대방을 공격해야 하나 자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판단될 때에 사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협객도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북한에 대한 완제품 석유 수출이 금지돼 있어 북한 내의 주유소 기름 가격이 잇달아 오르는 데다가 공급량도 제한적이어서 북한 차량들의 주유 차수가 상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양의 사정을 전했다. 이와 함께 유엔 2395호 결의에 따라 올해 3월까지 해외 노무자들의 귀국이 완료되면 무려 10만여명의 노무자가 벌어오던 외화수입이 차단되는 데다가 이들 귀국 노무자 10만여명에게 줄 일자리도 없는 형편이라는 난관에 김정은이 부딪혀 있는 중이라고 협객도는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판문점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병사의 몸에서 회충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북한에서 화학비료가 제대로 생산·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분을 제대로 발효시키지도 못하고 사용해야 하는 조선 농업의 사정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해서 한국으로부터 원조를 얻어낼 수도 있다는 판단을 김정은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협객도는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이번 신년사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을 일절 거론하지 않은 이유는 올해가 자신의 집권 만 5년이 되는 해로, 올해부터는 자신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려는 국내 정치적 책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협객도는 국내판과 해외판이 많이 다른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에 실리는 무기명 칼럼이다. 칼럼은 이른바 중국식 논리로 김정은의 신년사에 나타난 미국에 대한 시위와 한국에 대한 시호의 배경을 찬찬히 따져보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외교 지휘 당국자들은 김정은의 신년사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말로 물 샐 틈을 다 막았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우리 외교, 통일 정책 지휘부는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아야 한다. 보기 싫어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도 검토해가며 김정은과의 협상을 진행해야 협객도의 말처럼 “한국이 가장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받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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