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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01호] 2018.04.02

문 정권 해결사? 정해구가 중용되는 이유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해구(63)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자문위원장이 문재인 정권의 각종 개혁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앞장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문재인 대통령을 대선후보 시절부터 옆에서 도왔던 정 위원장은 국정원개혁위원장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을 역임하며 국정원 개혁안과 개헌안 마련이라는 현 정권의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앞장서 풀어나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해결사’라는 말도 나온다.
   
   
   실질적인 정책 브레인
   
   정 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안 초안을 보고하면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은 시대적 과제이며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가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개헌의 주체는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또 “개헌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데 개헌 문제가 정당들 간 정치적 이해관계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그런 점을 감안해서 개헌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6월 여야 간 개헌안 합의, 10월 국민투표’ 등의 로드맵을 제시하며 지방선거 이후로 개헌을 미루자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 위원장이 주도해 만든 개헌안을 대부분 받아들여 국무회의를 거쳐 발의에 나섰다. 야당들의 반발이 거세 이번 개헌안이 실제로 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은 없지만, 현 정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카드’를 통해 야권을 압박하며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권 지지층의 결집과 함께 야권 지지층의 분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청와대 개헌안 마련 과정에서는 물론 과거 국정원 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비전문가인 정 위원장의 자격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 위원장은 “오히려 전문가는 전문성 때문에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며 맞섰다. 정 위원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저도 국정원 개혁의 중책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 많이 당황했다”면서도 “하지만 위원 중에 전문가가 많은 데다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데는 전문가가 아닌 게 낫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정책기획위원회의 위상에 대해선 “정부의 100대 과제를 각 부처가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거와 달리 국민이 요구하고 정부가 그에 답하는 상황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데 정부의 100대 과제에 그런 정신이 반영돼 있다”며 “각 부처가 100대 과제를 시행하는 과정을 점검하고 정책 환경의 변화나 시행 이후 ‘피드백’을 할 것이며 각 과제 내용의 수정과 조정도 집중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처럼 정 위원장은 그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마련과 시행에 직간접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정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과 긴밀히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위원장은 정책실이 ‘컨트롤타워’이고 자신들은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 위원장이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교수
   
   정 위원장은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할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를 돕는 여러 교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대선 패배 이후 문 후보의 대선 재수(再修)를 옆에서 지원하는 교수 그룹을 이끌면서 문 대통령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으로 발돋움한다. 5년여에 걸쳐 문 후보 곁에서 ‘가정교사’ 역할을 하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교수들을 조직화하는 데 힘을 썼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 위원장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심천회’의 주축으로 활동하며 문 후보의 ‘정책 브레인’으로 계속 주목받아왔다. 정 위원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에도 대통령직 정무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어서 2003년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3년에도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장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현 여권 정치개혁의 중심에 늘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 위원장에 대해선 ‘온건한 진보’라는 평가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정 위원장과 알고 지내는데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에 힘을 실어왔기 때문에 우리 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크지 않았다”며 “급격하고 파격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였다면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주당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정 위원장을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 위원장 임명 관련 브리핑에서 “사회현실에 대한 통찰력, 주요 정책지식, 현장경험까지 보유한 정책 전문가”라며 “균형감각, 소통능력으로 국정과제 이행 지원과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이끌 적임자”라고 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프레임으로 비판을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정 위원장은 그런 측면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정책 전문가”라며 “자신의 신념 자체도 급진적이지 않지만 그것을 국민들 앞에 풀어나가는 자세가 일단 신중하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맡겨도 다른 인사들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 정부 시절 알게 된 정 위원장의 이런 성품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이 현 정부 들어서 맡은 각종 직책도 문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정 위원장에 대해 ‘말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다’란 판단으로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문 대통령과 정 위원장은 여러 정치적, 정책적 사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든 발언에 있어서는 신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정 위원장은 정치적 소신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정 위원장은 일찌감치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해왔다. ‘풀뿌리민주주의’를 늘 강조하면서 대의제민주주의에 직접민주주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접목해야 한다고도 해왔다. 정 위원장이 민주당을 향해 강조했던 일자리, 주거, 교육을 통한 정치개혁도 큰 틀에서 보면 현재 문재인 정부를 통해 실천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여권 내부에선 정 위원장의 성실성도 오랫동안 회자돼왔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2013년 우리 당이 대선 패배로 충격에 빠졌을 때도 정 위원장은 당내에서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정치혁신위원회를 이끌면서 밤을 새다시피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며 “그 내용들이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되는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 위원장은 오랜 세월 민주당과 함께 일을 해왔지만 자리 욕심을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사실 이번 정부에서도 정 위원장은 정치적, 정책적으로는 중요하지만 한시적인 일종의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셈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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