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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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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여당 의원 잇단 접촉

트럼프의 숨은 채널 게일이 움직인다

박혁진  객원기자 

▲ 2016년 10월 12일 스탠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photo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 5월 12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2층에 있는 레스토랑 탑클라우드52에서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과 미국 디벨로퍼인 스탠 게일(68·Stan Gale)이 마주 앉았다. 스탠 게일은 현재 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 시행사인 ‘NSIC(New Songdo International City)’의 최대주주인 ‘게일인터내셔널’의 회장이다.
   
   국정원 해외정보를 총괄하는 핵심 간부와 미국계 시행사 회장. 얼핏 보면 만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이날 마주 앉은 것은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게일 회장이 우리나라와 미국 간 ‘핫라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일 회장은 미국 내에서 유명한 디벨로퍼 가문의 일원으로 주로 공화당 측 인사들과 오랜 기간 가깝게 지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오래된 디벨로퍼 가문 출신이다. 특히 트럼프 가문과 게일 가문은 록펠러 가문과 함께 미국의 3대 디벨로퍼로 꼽힌다. 이런 공통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게일 회장은 오래전부터 친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그 주변 인맥까지 뻗어 있다. 미국 대외무역을 총괄하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도 게일 회장의 오랜 친구다. 1997년부터 송도국제도시 사업을 추진해왔던 게일 회장은 자연스럽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과도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다. 미국 동북아 문제 최고 전문가이자 한때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거론됐던 빅터 차 전략문제연구소 한국석좌와도 가깝다.
   
   뿐만 아니라 게일 회장은 북한 권력 핵심부와도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인물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다. 김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4일 밤 미·북 정상회담 취소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발표하자 불과 8시간30분 만인 25일 오전 7시30분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는 담화를 발표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2007년 처음 만나 지금까지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가문과 오랜 친분
   
   이날 서동구 차장과 게일 회장은 약 2시간 가까이 만나면서 미·북 정상회담, 송도국제도시 등 다양한 현안을 가지고 대화했다. 서 차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친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송도가 거론된 사실에 대해서 나도 많이 놀랐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월 1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송도가 미·북 정상회담 개최지 후보로 거론됐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게일 회장 역시 송도국제도시 관련 현안을 국정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게일 회장은 송도국제도시 사업과 관련해 한국 측 사업자이자 NSIC 2대 주주인 포스코건설과 경영권 분쟁 중이다. 이 사업은 한·미 민간 합작 사업으로는 최대인 20조원 규모로 추진되다 최근 두 회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인천 지역에서는 이번 6·13 지방선거 최대 이슈이기도 하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안젤로 고든’으로부터 재무적 투자를 받아, 게일 회장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게일인터내셔널도 대응에 분주한 상황이다. 게일 회장은 이 문제를 다각도로 풀기 위해 그동안 가용한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국내 여러 기관 인사들과 접촉해왔는데 국정원도 그중 하나였다. 게일 회장은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서도 국정원과의 만남을 추진해왔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다 최근 미·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오히려 국정원 측에서 만남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의원도 전화 걸어와
   
   게일 회장이 미국 정가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비공식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게일 회장을 통해 미국 정부와 대화하거나 접촉을 시도했던 적은 전에는 없었다. 국정원이 게일 회장을 만난 것 역시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가용한 모든 라인을 동원해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게일 회장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조급함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이번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측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한다고는 하지만 미국 측에서 진행 상황을 우리 측에 하나하나 통보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워싱턴까지 날아갔지만, 얼마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알려온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 측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부의 다급함이 잘 드러난 사례가 있다. 한국시각으로 5월 24일 밤 10시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알렸고, 외신을 통해 이 사실이 속보로 전해졌다. 그러자 청와대를 비롯한 국내 관련 기관들은 요즘 표현대로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장면이 생중계됐으니 청와대 측의 당혹감은 익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다음날 아침 일찍 게일 회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전화였다. 송 의원은 2010년부터 4년간 인천시장을 맡으면서 게일 회장과 친분을 쌓은 바 있으며, 현재 국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 의원은 “(청와대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된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며 게일 회장에게 이것저것 물어왔다. 청와대가 송 의원을 통해 게일 회장에게 백악관 측 소식을 물은 이유는 따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전하기 전 마지막 만찬 자리를 게일 회장과 함께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전날 저녁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청와대에서는 현 여권 내에서 그나마 게일 회장과 친분이 있다고 하는 송 의원을 통해서 게일 회장에게 전화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일 회장이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 사이에서 ‘핫라인’으로 떠오른 결정적 계기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천 송도가 미·북 정상회담 개최 장소 후보로 거론된 후부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5월 11일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백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8일 1시간가량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판문점이 1순위였고 싱가포르, 송도도 거론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송도가 미·북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거론됐음을 먼저 알려온 것은 백악관이었다.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송도가 미·북 정상회담 개최지 후보로 거론돼서 놀랐다”고 한 것도 그 방증이다.
   
▲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강연에 참석했던 김계관 북 외무성 1부장과 게일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200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게일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2011년 6월 인천 송도에 있는 동북아무역센터를 방문해 송도 프로젝트와 관련해 게일 회장(왼쪽 첫 번째)의 투자 설명을 듣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째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 두 번째).

   송도가 정상회담 후보지로 거론됐던 배경
   
   송도가 미·북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잠시나마 거론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 언론들이 이런저런 보도를 했었다. 예컨대 JTBC는 지난 5월 11일 청와대도 송도가 거론된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송도가) 오늘 깜짝 거론됐는데요. 인천 송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겁니다.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이 통화하는 과정에서 3군데에 대해 장·단점 얘기를 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공개한 사실인데요. 싱가포르, 판문점, 나머지가 인천 송도라는 것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나가는 수준으로 거론됐고, 주로 판문점과 싱가포르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는 건데요.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인천 송도를 거론했는지는 청와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는 겁니다.”
   
   또 연합뉴스는 지난 5월 12일 “비록 최종 회담 장소로 낙점되지는 못했지만 2003년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는 이미 굵직한 국제행사를 여러 차례 개최해 국내외 정상 등 다수의 글로벌 지도자들이 다녀간 장소”라고 나름대로 의미 부여를 했다. 연합뉴스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북한 고위급 인사 3명이 전격 방남했을 때 인천을 찾았던 선례 역시 회담 후보지로 송도가 거론된 배경으로 꼽힌다”는 분석도 했다.
   
   재선 인천시장 출신인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간에서 역할을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안상수 의원 측은 송도가 후보로 거론된 이후 몇몇 언론에 2008년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송도 투자를 권유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몇몇 언론에서는 이때 인연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송도를 거론한 것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송도를 언급한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게일 회장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에 송도가 ‘남북 통일도시’ 모델로 적합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일 측 한 인사의 말이다.
   
   “인천은 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역사적인 장소이자 승리를 상징하는 장소다. 인천상륙작전을 통해서 한국전쟁의 전세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전쟁 당시 송도, 더 자세히 말하면 송도국제도시는 지도에 없던 곳이다. 2000년을 전후해서 바다를 메워 만든 도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한 측에 꾸준히 던진 메시지가 있다. 바로 북한의 경제적 번영이다. 그런 점에서 송도는 북한에 많은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장소다. 남한이 우방인 미국과 손잡고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오늘날 송도 같은 첨단도시를 개발하고 있는데 북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게일 회장의 생각이었다.”
   
   게일 회장이 송도를 ‘통일도시’로 만들고자 했던 것을 트럼프 대통령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몇 년 전 게일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를 송도로 직접 초청해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게일 회장은 송도와 강화도, 해주를 잇는 서해안벨트를 남북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자는 제안까지 백악관에 했다고 한다.
   
   게일 회장이 이런 제안을 백악관에 했다는 사실은 청와대 측에서도 파악하고 있었다. 이러한 내막을 알고 있는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미·북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추후 개최 가능성이 있는 남·북·미 정상회담이나 미·북 고위급회담의 경우 송도 개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송도국제도시 개발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추진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보다 송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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