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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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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종전선언이 주한미군·NLL 등에 끼칠 영향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 지난해 8월 25일 서해 NLL 최전방 말도에서 전진구 해병사령관과 로렌스 니컬슨. 미 3해병기동군 사령관이 작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We’re not going anywhere.)”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6월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뒤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 정국에서 주한미군 철수·감축설이 계속 제기되자 매티스 장관은 이날 작심한 듯 보기 드물게 높은 강도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다시 말하겠다. 그것(주한미군 철수)은 (미·북 정상회담의) 논의의 주제조차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분명히 그들(주한미군)은 안보상 이유로 10년 전에 있었고, 5년 전에도 있었고, 올해도 있는 것”이라며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에 변화가 생긴다면 검토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민주국가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는 진짜로 이 이야기(주한미군 감축설)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국방부 기자실에 갈 때마다 이 질문을 받는데 진짜로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아시아안보회의 기간 중 “(주한미군은) 북한과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문제”라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매티스 장관이 이런 이례적인 발언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직후 “한국전쟁 종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미·북 회담에서 종전에 대한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다”며 처음으로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김 부위원장이 주한미군 규모에 관해 물어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많은 것에 관해 얘기했다”고 답변, 주한미군 문제도 논의됐음을 시사해 타오르던 주한미군 감축설에 기름을 부었다.
   
   종전선언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현재 정전(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상황을 완전히 전쟁을 끝내는 상태로 만들자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을 갖고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사실 이런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지더라도 주한미군은 별개의 사안으로 계속 주둔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이 아니라 그로부터 3개월 뒤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 합의에 의해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許與)한다’며 주둔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등의 표현은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오히려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 등을 언급하며 북한보다 광범위한 위협에 대응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사라져도 주한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고문이 파문을 일으키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은 별개다.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히 ‘비즈니스’ 입장에서 주한미군을 바라보고 있어 북한과 거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무역에서 돈 잃고 군사에서도 돈 잃는다”고 보고 있어 기회가 되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고 싶어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종전선언이 이뤄진 뒤 평화협정 체결이 본격 추진되면 현재까지 미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종전선언과 무관
   
   주한 유엔군사령부(UNC)의 경우는 한반도 정전협정 유지 및 관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종전선언과 직접 관련이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6·25전쟁 참전 16개국 군대와 한국군으로 구성돼 있다.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겸한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유엔사는 존립 근거가 약해져 유엔 또는 유엔사를 실질적으로 운용 중인 미군이 이를 해체하거나 다른 역할의 기구로 바꾸는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종전선언, 특히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가 자동으로 해체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은 “종전선언 시 평화협정 전까지 DMZ(비무장지대) 관리 등을 유엔사 대신 남북한이 맡을 경우 잠정협정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에 유엔사가 당분간 정전협정 유지 책임을 계속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는 평시엔 한반도 평화체제를 관리하고, 유사시엔 유엔 참전국(16개국)의 전력제공 창구 역할을 하도록 성격을 바꿔 존속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엔사를 완전히 없애버리면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창구’인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미군기지) 7곳의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 지휘기구이기 때문에 종전선언과 무관하게 존속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종전선언과 별개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을 추진 중이다. 올해 중 연합사를 대체할 새 지휘기구(미래 한·미연합군사령부)의 형태와 전작권 전환 시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종전선언 시 가장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대상 중의 하나는 서해 NLL(북방한계선)로 꼽힌다. 정전협정 규정상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NLL도 새로운 해상경계선으로 대체돼야 한다. 즉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새로운 해상경계선 논의가 남북 간에 시작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새 해상경계선이 결정되기 전까지 NLL을 공식 인정하면 문제는 덜 복잡해진다. 그러나 북한이 종전처럼 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틸 경우 종전선언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NLL 논란과 갈등이 되풀이되면서 문제가 매우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NLL’ 표현을 수용했지만 NLL을 인정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14일 열릴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북한이 NLL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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