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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9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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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중국 지식인은 아직 살아있다

쉬장룬 교수의 반시진핑 선언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RFA)은 지난 7월 26일 “쉬장룬(許章潤·56) 칭화(淸華)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통치 방식을 비난하는 글을 웹사이트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RFA는 1994년 미국 의회가 입법한 국제방송법(International Broadcasting Act)에 따라 1996년 미 의회가 출자해서 설립한 국제방송국. 중국 안팎의 일반 온오프라인 미디어들이 잘 보도하지 않는, 미국에 유리하고 중국에 불리한 뉴스를 자주 보도하는 방송이다.
   
   RFA가 전한 쉬장룬 교수의 시진핑 비난 글은 ‘우리가 당면한 우려와 기대(我們當下的恐懼与期待)’라는 제목으로, 중국 내 비판적인 지식인들이 만든 민간 싱크탱크 톈쩌(天則·하늘의 규칙) 경제연구소 웹사이트에 지난 7월 24일 올랐다. 이 글은 RFA가 보도한 이후 중국 인터넷 공간에서는 삭제됐지만 중국 바깥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미 전문이 올라 유포되고 있다. 쉬장룬 교수는 글을 올릴 당시 해외여행 중이었으며, 현재 소재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전파됐다.
   
   중국 바깥의 인터넷 공간에서 중국에 관한 핫이슈들을 다루는 China Strategic Analysis(中國戰略分析·CSA)는 쉬장룬 교수의 ‘우려와 기대’를 전문 게재하면서 쉬장룬 교수가 최근 중국 정치의 후퇴현상을 비판하며, 지난 3월 시진핑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3연임제를 폐지한 것을 철회하고 국가주석 임기제를 회복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CSA는 쉬장룬 교수가 개인숭배를 비판해서 외부세계의 강렬한 관심을 끌었다고도 했다.
   
   안후이(安徽)성 출신인 쉬장룬 교수는 2005년 ‘전국 10대 걸출한 청년 법학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 인물로, 칭화대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인 ‘법치와 인권 연구센터’ 주임을 맡고 있다. CSA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치와 사회가 최후의 마지노선을 넘어섰다고 평가하면서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극권(極權·전체주의)으로 회귀하고 있다” “개인숭배를 제지해야 한다” “국가주석의 3연임 금지 조항을 회복해야 한다” “관리들의 재산 공개” 등을 주장해왔다고 한다. CSA는 특히 쉬장룬 교수가 ‘평반(平反)’의 주장도 펴왔다고 전했다. 1989년 6월 4일 천안문사건 때 벌어졌던 유혈진압 사태를 제대로 평가해서 정확한 사망자 숫자 등 희생자들의 권리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쉬장룬 교수의 주장은 그가 칭화대학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칭화대는 비판적인 베이징대 출신들과는 달리 ‘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실무적인 졸업생들을 길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칭화대는 시진핑 당 총서기의 모교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이루어진 시진핑 체제 비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중국 안팎 지식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쉬장룬 교수는 ‘우리가 당면한 우려와 기대’라는 글에서 자신이 중국의 현 시국을 보는 8가지의 우려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는데, 첫째는 인민들의 재산권 보호에 대한 우려다. 그에 따르면 지난 40년간의 개혁개방 결과 돈을 벌어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은데도 아직 재산권 보호에 대한 입법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데다가 2012년 말 시진핑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반(反)부패 캠페인으로 파산하는 기업과 가정, 파괴되고 무너지는 개인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최근 들어서는 부자들이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그는 적시했다. 그는 등 따뜻하고 배 부르면서 살 만하게 된 일반 중산층도 뜻밖에 예금통장이 위협받는 사태가 많아 불안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런 가운데 개혁개방 시대의 최후 승자로, 권력과 지위를 함께 확보한 권귀층(權貴層)들이 부까지 누리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쉬 교수의 두 번째 우려는 “중국 정치에 다시 전제주의적인 절대지도자가 등장하는 괘수(挂帥)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들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야만의 세월이 문화대혁명 기간인데 요즘 다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선호하는 ‘신(新)극좌파’가 등장해서 여기저기서 ‘때려라, 죽여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세월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건설 위주의 정치를 펴왔으면, 그 다음에는 헌정(憲政) 건설 중심의 현대국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의 방향은 역주행(背道而馳)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쉬 교수의 세 번째 우려는 “최근 들어 계급투쟁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년에 들어 관영매체와 관원들이 자주 계급투쟁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인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다. 각종 정치 현장에서 놀랍게도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鬪, 鬪, 鬪!)”라는 구호가 들리는가 하면, 사유재산 보유를 보장하는 개헌과 인권을 존중하는 개헌은 유보되는 사태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고 그는 고발했다.
   
   최근 들어 시진핑 지도부가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양세계와 투쟁 국면을 보이며 쇄국을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 그의 네 번째 걱정이요, 중국이 미국에 이어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 대외원조를 과도하게 늘리는 바람에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경제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그의 다섯 번째 걱정이었다. 이어 여섯 번째 우려는 당국의 지식인에 대한 정책이 점차 좌적인 사상개조를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점이며, 일곱 번째 우려로는 ‘전면적인 내전상태에 돌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개혁개방 정책을 옹호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면서 국제사회에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점이 꼽혔다.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 우려는 개혁개방의 시대라면서도 개혁은 실종되고 국내 정치가 전체주의를 향해 방향을 잡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국내 정치는 어떻든 방향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쉬장룬 교수의 선언문 발표 이전에 중국 지식인 사회는 안 그래도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지난 3월부터 칭화대 인근 베이징대에서도 지식인들의 반정부적 움직임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베이징대학 소속 연구소 원장급 3명의 젊은 교수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을 한 데 항의해서 사표를 내고 성명을 발표한 사건이 대표적. 당시 사표를 낸 3명의 교수는 생명과학원 교수 겸 위안페이(元培)연구원 부원장 리천젠(李沈簡·47), 데이터연구원 원장 어웨이난(鄂維南·54), 동아시아연구원 주임 장쉬둥(張旭東·52)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베이징대 출신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들이다. 각각 미 퍼듀대학에서 신경생물학과 분자유전학으로, 미 캘리포니아대학 LA분교에서 수학으로, 미 듀크대학에서 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이들 3명의 인재급 교수 가운데 대표 격인 리천젠은 지난 3월 22일 오후 온라인으로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개 같은 선비가 되기를 거부하자(挺直脊梁 拒做犬儒)’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성명의 주요 대목은 이랬다.
   
▲ 쉬장룬(좌) 리천젠(우)

   “베이다 개교 120주년을 맞아 나는 차이위안페이(蔡元培) 초대 총장을 기리고자 한다. 차이 총장은 우리 베이다 사람들에게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개 같은 선비가 되기를 거부하라’고 가르치셨다. 젊은 시절 청 왕조의 관원들을 암살하기 위한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한 차이 총장은 베이다 총장이 된 후 여덟 차례에 걸쳐 불의에 항거하여 총장직 사표를 내는 의기를 보여주셨다.… Freedom is never free(자유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자유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골기(骨氣)를 가진 사람들이 무거운 대가와 바꾼 것이다. 베이다 선배들은 그런 전범(典範)을 보여주었다. 후스(胡適)는 평생 장제스(蔣介石) 국민당의 전제를 용감하게 비판했다. 마인추(馬寅初)는 마오쩌둥 앞에서도 자신의 학술 관점을 바꾸지 않았다.”
   
   리천젠의 격문은 시로 마무리됐다. ‘흑암에서 광명이 나온다/ 절망에서 희망이 솟아난다/ 의문이 있는 곳에 믿음이 생겨난다/ 미움이 있는 곳에서 사랑이 나온다/ 베이다 교수와 학생들이여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개 같은 선비가 되기를 거부하자’.
   
   리천젠의 격문은 발표된 지 얼마 안 가 인터넷 검열 수단으로 삭제됐지만 이미 베이징대 교수와 학생들은 대부분 읽은 뒤였다. 이런 베이징대의 분위기 때문인지 시진핑 당 총서기는 지난 5월 2일 베이징대를 시찰한 후 교수와 학생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했다.
   
   “베이다의 개교 120주년을 축하합니다. 5·4운동의 진원지는 베이다입니다. 5·4운동의 정신은 애국·진보·민주·과학의 네 가지입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새로운 장정(長程)에 나선 지금, 베이다 사생(師生)들은 5·4정신을 발양해서 민족과 국가, 인민을 위해 커다란 공헌을 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꿈을 좇는 사람,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홍곡(鴻鵠)의 뜻을 지니고 분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1840년부터 두 차례 있었던 영국과의 아편전쟁의 결과 청조(淸朝)가 1912년에 붕괴하자 새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중국 지식인들의 열망은 불타올랐다. 량치차오(梁啓超)의 변법자강(變法自疆)운동을 비롯 ‘태평천국의 난’ ‘의화단 사건’ 등을 거치면서 각종 실험을 진행하다가 결국은 1949년 10월 1일 중국공산당 중심의 중화인민공화국 건설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국 지식인들의 저항정신은 계속 이어졌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전제주의 끝판의 통치 아래서도 제1차 천안문사건을 일으켰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끄는 개혁개방의 시대에 들어서도 평범한 잡지 편집인이던 웨이징성(魏京生)의 민주화 요구 벽보 사건과 1989년의 제2차 천안문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통해 중국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1979년 3월 25일 베이징시 서쪽 번화가 시단(西單)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要民主还是要新的独裁)’라는 벽보를 붙여 공안에 체포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웨이징성은 1994년 석방 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라는 한마디를 한 죄로 다시 15년형을 받아 복역하는 당찬 결기를 보였다. 그는 복역 중 미국의 요구로 풀려나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 3월 시진핑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3연임제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지식인들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다. 베이징대 대학원장급 세 교수의 사표에 이어 이번에 시진핑의 모교 칭화대 쉬장룬 교수가 반시진핑 선언을 한 것은 앞으로 중국 국내 정치에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당 규약의 종신제 금지 조항 삭제’라는 난관 돌파는 더욱 험한 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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