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미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서 미국의 우주군 창설 계획을 발표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옆에 서 있는 인물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photo 뉴시스
지난 8월 10일 미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서 미국의 우주군 창설 계획을 발표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옆에 서 있는 인물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photo 뉴시스

“미국을 지키는 것에 관해서라면 우주에 미국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미국이 우주를 지배하게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8일 백악관에서 국가우주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는 이날 “나는 국방부로 하여금 여섯 번째 병과로 우주군(Space Forces)을 창설하도록 지시했다”며 “우주군은 공군과 별개이면서 대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지시는 약 두 달 뒤인 지난 8월 9일 구체화됐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에서 “미군 역사의 위대한 다음 장을 써야 하는 시기”라며 “2020년까지 우주군을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군 창설의 목표시한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그동안 미군에서 우주 관련 업무는 공군에서 담당해왔다. 우주군이 독립하면 미군은 육군·해군·공군·해병대·해안경비대 등 5군(軍) 체제에서 6군 체제로 바뀌게 된다. 미 우주군은 약 3만명 규모로 창설될 예정이다.

미국의 우주군 창설은 중국, 러시아와의 우주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위성을 매우 정교하게 운용 중”이라며 “미국의 우주 시스템에도 전례 없는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러 등이 미 인공위성을 타격해 무력화할 수 있다면 미국엔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미 첨단 네트워크전에서 미국의 인공위성 의존도는 아주 커졌고 미래에는 그 의존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형 정찰위성은 수백㎞ 상공에서 4~5㎝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종전 KH-12 정찰위성의 해상도 15㎝에 비해 ‘시력’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화성 12·14·15형 중장거리 미사일 기습 발사를 미리 탐지하는 데에도 미 신형 정찰위성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폭탄·미사일을 목표물까지 정확히 이끄는 GPS도 인공위성으로 유도된다.

GPS 위성들이 파괴된다면 미국의 정밀타격 능력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주공간에 떠 있는 미군의 정찰위성, 통신위성, GPS 위성 등이 파괴된다면 미국은 전쟁수행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우주 분야를 관할하고 있는 미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부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용 위성은 127기에 달한다. 여기엔 DSCS-Ⅲ 등 통신위성 39기, ‘냅스타(NAVSTAR)’ 등 위치·시간측정 위성 31기, ‘개량형 크리스털(Improved Crystal)’ 등 정보감시 정찰위성 14기, ‘머큐리’ 등 전자정보·신호위성 26기, DSP 등 조기경보위성 6기 등이 포함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중국의 2007년 위성요격 시험 성공을 중국 위협의 대표적 예로 들어 눈길을 끌었다. 2007년 1월 중국에서 개조된 KT-1 고체연료 미사일이 고도 865㎞ 상공의 자국(自國) 기상위성 FY-1C를 명중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산산이 부서진 기상위성의 파편들이 우주 공간에 흩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놀랐다. 지상의 미사일로 수백㎞ 상공의 적 정찰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처음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에 앞서 미 정찰위성에 레이저 광선을 발사, 장애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중국 쉬지량(許其亮) 공군사령관은 2009년 “중국 공군은 국가이익 보호를 위해 우주에서의 적절한 작전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우주군 창설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6년 1월 위성발사, 우주정찰 등을 담당하는 ‘전략지원군’을 창설했다. 지난해 11월엔 2045년까지 핵추진 우주왕복선, 태양계 행성·소행성 대규모 탐사기술 개발 등을 하겠다며 야심 찬 우주개발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반경 5000㎞ 내 표적을 1㎿ 출력으로 공격할 수 있는 2.5t 무게의 화학레이저 발사체계를 향후 10년 내에 우주에 배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정보감시 정찰위성 30기, 전자정보·통신정보 위성 15기, 시간·거리 측정 위성(베이더우) 21기 등 72기의 군사용 위성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전 시절 우주 공간에서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러시아는 우주군 창설과 해체를 되풀이하다 경제가 나아지자 2001년 재창설했다. 10년 뒤엔 우주항공방위군으로 재창설했으며 2015년 8월엔 항공우주군 예하에 공군과 우주군을 창설했다. 러시아는 정보감시 정찰위성 6기, 항행·위치 측정위성(글로나스) 26기, 통신위성 57기, 전자정보·통신정보 위성 4기 등 100기에 가까운 군사용 위성을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강 중의 하나인 일본도 우주의 군사적 활용 경쟁 대열서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2008년 이후 ‘우주기본법’ 등 우주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정찰위성만 8기를 띄웠다. 지구 전 지역을 하루 한 차례 이상 감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총 40여기의 각종 위성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이후 우주군 얘기가 종종 나오고 있다. 2007년엔 우주 레이저무기 배치 등 3단계 우주전력 건설 계획이 발표된 뒤 최근까지 계속 수정·보완됐다. 3단계 ‘우주전력 단계별 추진계획’은 2040년까지를 목표로 한다. 1단계는 2020년까지로 우주작전 상황도, 우주정보 상황실, 전자광학 위성감시체계를 갖춰 기반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2단계로 2030년까지는 고출력 레이저 위성추적체계, 레이더 우주감시 체계, 우주기상 예보체계 등을 확보해 우주 상황에 대한 인식능력을 신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조기경보 위성체계, 소형위성 공중발사체, 위성요격체계 등 우주작전 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40년 이후에는 지상기반 레이저 무기체계, 우주기반 레이저 무기체계, 정찰·타격용 우주비행체 등을 갖춰 우주공간에서의 교전을 현실화한다는 게 공군의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2040년 무렵 ‘우주작전 사령부’가 창설되고, 영화 속 ‘스타워즈(Star Wars)’가 어느 정도 현실화할 수 있게 된다.

공군은 그 첫 단계로 2015년 7월 ‘우주정보상황실’을 개관했다. 충남 계룡대에 있는 공군연구단 건물 내에 설치된 상황실은 미국으로부터 각종 우주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국내 기관들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정보상황실 설치와 야심 찬 3단계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우주 관련 계획과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변 4강의 우주군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건배사도 ‘하늘로! 우주로!’를 외치는 공군의 꿈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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