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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호] 2018.12.17

손학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목숨 거는 이유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photo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지난 12월 6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에 들어간 71세 고령인 손 대표가 “여기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주변의 거듭된 설득에도 단식을 풀지 않으면서 연말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로 떠올랐다.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한다
   
   손 대표는 단식 8일째를 맞은 12월 13일에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제가 지금은 앉아 있지만, 쓰러지기 전에 좀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도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 해결에 나서는 모습은 보기가 좋지만, 다른 한편 당면한 정치 현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도 응해 “민주당은 예산안을 한국당하고 ‘짬짜미’로 통과시켰는데 그런 열정을 갖고 한국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우리 같이 해보자’고 타협을 하고 대화를 하고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개특위에 넘겨서 1월에 하겠다는 것은 굳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 5당이 합의하고 원내교섭단체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확실하게, 이제는 돌릴 수 없는 길이 되도록 합의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정개특위로 넘기는 길이 돼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손 대표는 지난 12월 10일 단식농성장을 찾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향해서도 강한 결기를 보여줬다. 이 대표가 “왜 단식을 해요, 왜!”라고 하자, 손 대표는 “그러면 김대중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느냐”고 했다. 이 대표가 거듭 단식을 풀라고 요청하자 손 대표는 “아니 뭐가 돼야 단식을 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과 손잡고 민주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야합이지 야합”이라면서 “민주당이 어떻게 집권을 했는데, 그 촛불혁명을…”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손 대표가 단식을 풀 때부터 내가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하자, 손 대표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내가 몸을 바치겠다”고 했고, 다시 이 대표가 “단식을 풀면 협상을 시작할게”라고 하자, 손 대표는 다시 “협상이 끝나는 거 보고 단식을 풀든지 그때까지 협상이 안 되면 나는 가는 거지”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손 대표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손 대표가 사전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단식을 결정하면서 신체적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손 대표가 단식 결심을 밝힌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은 전부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하지만 손 대표의 결심이 너무 확고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손 대표가 자신의 마지막 정치적 소명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걸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흔들리던 당이 일시적으로 결속되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손 대표는 따뜻한 물과 소금을 섭취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손 대표가 안쓰러워서 꿀이 들어간 물을 갖다드렸더니 한 모금 마시고는 바로 아무것도 안 들어간 물로 다시 떠오라고 했다”고 했다. 옷을 갈아입거나 세면을 할 때 가끔 당대표실에 들르는 손 대표가 당대표 비서실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당직자들을 보고 “라면 먹지 말고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오라”고 했더니 한 30대 여성 당직자가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손 대표는 “왜 울어? 나 때문에 우는 거야?”라고 하고는 웃으며 다시 단식농성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대표가 단식을 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끼니를 빵과 라면으로 때우고 있었는데 대표가 저렇게 말하니 마음이 다 안쓰러워졌다”고 했다. 손 대표는 단식을 하면서도 주변 인사들이 위로나 설득을 위해 찾아오면 오히려 상대방 손을 잡고 여러 대화를 나누곤 한다. 손 대표는 한적한 시간이 되면 로텐더홀 주변을 걷기도 한다. 한 지도부 의원은 “처음에는 손 대표의 단식 결행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당내 분위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진정성에 적극 공감하는 상황이 됐고 그래서 동조 단식에 나서게 됐다”며 “손 대표가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단식을 하는게 아니라 정말 나라와 당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의 과거 이력을 보면 이번 단식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손학규 대표는 웃지만 독한 사람”이라며 “쇼를 해도 진심으로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과거 그가 민주당 대표로, 제가 원내대표로 한겨울에 서울 시청앞 광장에 텐트를 쳤던 적이 있다”며 “프라자호텔 방을 준비할 테니 잠깐씩 따뜻하게 몸이라도 녹이고 샤워하고 나오라고 해도 그는 웃기만 하고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손 대표가 2014년 재보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토굴에서 2년간 살다가 나왔던 과거도 언급했다. 박 의원은 “저는 강진 토굴에서 3일도 못 살 것 같은데 그는 거기서 부인과 살더라”고 했다.
   
   
   관건은 자유한국당
   
   손 대표의 단식으로 민주당이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정한다고 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자유한국당이 소극적인 상황에서 손 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구체적인 합의를 해오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정치개혁의 큰 방향은 권력의 분산”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여당을 견제할 야당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마치 정의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야당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여야 간 합의가 더욱 어려운 사안이고 심지어 개헌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손 대표로서는 단식을 풀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하고 논의를 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월 3일 당 회의에서 “어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 몇 분들과 얘기했지만, 한국당 내에선 선거법에 대한 논의가 아직 충분치 않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정적인 분위기”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야 3당과 민주당만이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선거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손 대표는 “민주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론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하기로 결의한 것처럼 한국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확정해서 우리가 참된 민주주의로 가고, 우리 국민의 뜻을 받드는 한국당으로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는 민주당이 한국당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거대 양당의 실질적 합의를 갖고 와야 단식을 풀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손 대표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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