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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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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광주형 일자리 설계한 김필수 교수

“노동자 프렌들리냐 자동차산업 구할 거냐 정부가 나설 때”

조현주  기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두고 연일 논란이 거세다. 광주형 일자리는 2014년 6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선거 공약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 현대차가 광주에 있는 빛그린 산업단지에 자동차 공장을 짓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광주시와 현대차는 경형 SUV를 연간 7만~10만대씩 생산하는 자동차 완성 공장을 짓고, ‘주 44시간·초봉 3500만원’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업구상안을 내놓았다. 기존 현대차 초봉에 비해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가 행복·임대주택·어린이집 등을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지난 12월 6일 협약식이 예고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전날인 12월 5일 현대차가 노·사·민·정협의회가 제안한 수정안을 거부하면서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당초 사업구상안에 포함됐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유예 조항이 지역 노동계의 반발로 빠졌기 때문이다. 이 임단협 유예조항을 두고 여전히 노사 간 견해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파열음을 내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정책”이라는 주장과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을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지난 2014년부터 광주형 일자리 사업 자문위원회에 참여해 기틀을 만들어왔던 김필수(57)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다. 김필수 교수는 미국 마르퀴스후즈후(Marquis Who’s Who)가 발행하는 세계인명사전(Who’s Who in the World)을 비롯해 세계 주요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자동차 전문가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필수 자동차연구소’의 소장직을 포함해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 한국자동차문화포럼연합 대표, 에코드라이브운동본부 대표 등 자동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오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전체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전체 맥락은 보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만 보면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격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자동차 사업의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다. 이게 성공하지 못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퇴보를 막을 길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 2014년부터 광주형 일자리 자문위원회에 참여하며 광주시가 지역노동계는 물론 정부와 현대차를 설득하는 과정을 지켜봐온 그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해외 사례를 그대로 본떠 만든 설익은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말처럼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의 ‘폭스바겐 아우토5000’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 아우토5000’은 폭스바겐이 지난 2001년 경기침체로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하자 공장을 니더작센주·볼프스부르크하노버에 나눠 짓자고 노조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폭스바겐 측은 일자리를 계속 제공하는 대신 주말을 포함해 주당 근로시간이 최고 48시간에 이르고 월급은 폭스바겐 정규직의 80% 수준인 5000마르크(약 360만원)로 고정된 근로조건을 제시했다. 초기엔 독일 금속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의 중재로 ‘주 최대 42시간 근로’로 극적 타결을 했다. 2009년 ‘폭스바겐 아우토5000’이 종결하면서 이곳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아우토5000’과는 전혀 다른 모델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는 ‘아우토5000’을 그대로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 광주에서 만든 한국형 모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방정부의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아우토5000’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래서 독일의 사례뿐만 아니라 일본 도요타의 성공사례 그리고 국내 성공사례까지 참고해 컨버전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즉 ‘아우토5000’과 광주형 일자리의 다른 점에 주목하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실패할 것이라는 추측들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오해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광주 빛그린 산업단지에 지을 자동차 공장이 경형 SUV를 생산하기로 한 점을 들어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성공사례를 참고해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레이, 모닝과 같은 경차는 기아차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동희오토라는 하청업체에서 만든다. 여기서 만든 것을 품질 관리만 해서 모닝 기아차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동희오토는 연봉이 약 4000만원 정도로 기아차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기에 생산차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모델을 광주에도 들여와 저가의 자동차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광주형 일자리가)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형 SUV를 생산할 광주형 일자리가 ‘비전 없는 프로젝트’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지역 노동계 역시 ‘이미 포화상태나 다름없는 경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만들게 되면 중복투자를 하는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오히려 국내 자동차 공장이 생산하는 차종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경형 SUV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상황에 맞게 짜인 것이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나오는 일반 현대차 모델과 프리미엄 차종인 제네시스 모델은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생산하는 곳이 없는 경형 SUV를 도입하게 됐다. 동희오토의 사례처럼 경차는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아우토5000’의 일부를 차용해 임금을 줄이는 방안을 내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경차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결국 (광주 공장의 경형 SUV를) 국내에서만 판매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수출물량을 생각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경차를 만들어 국내에 팔아보겠다는 건 전략이 잘못된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경쟁력 있는 경차를 만들어 동남아라든지 제3세계 시장을 공략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광주 공장은 경형 SUV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신만의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경형 SUV 생산공장을 만들어서 현대차 외에 다른 브랜드의 차를 위탁생산할 수 있다. 또 앞으로 광주에서 초소형 1~2인승 친환경 이동교통수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생산하게 되면 이게 특색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이제 기지개를 켜는 단계인데 광주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왜 굳이 현대차여야 하나?
   
   광주형 일자리 타협 막판에 현대차가 한걸음 물러나면서 재협상이 언제 탁상 위에 오를지 불투명하게 되다 보니 ‘왜 굳이 현대차여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사실 현대차 말고는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해외에서 참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미 세워져 있는 군산 공장을 인수하는 식의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광주에 오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금 ‘불화의 씨’라고 할 수 있는 임단협 유예 조항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사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래야 ‘광주형 일자리’가 살아난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약 1만5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일자리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가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지는 ‘임단협 유예 조항’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렸다. 임단협 유예 조항에 대한 노동계와 현대차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현대차는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량이 35만대가 될 때까지(광주 공장에서의 1년 생산량은 7만~1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5년 정도의 기간임) 임단협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에선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한 임단협 조항은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행 노동법상 임금협약의 유효기간은 1년, 단체협약은 2년이다. 현대차가 한 발짝 물러나 임단협 5년 유예조항을 버리게 되면 이듬해 노사 협상에서 노조가 얼마나 임금 인상을 요구할지 가늠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로서는 투자 의욕을 느낄 수 없는 이유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자동차 산업은 지금 말 그대로 위기”라며 노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을 주문했다.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 방침을 다 지키려다가 이대로 고꾸라질 수 있다. 연초 한국GM은 30만대의 생산능력을 지닌 군산 공장의 문을 닫았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자동차 산업의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쓰러지기 전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각성을 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도 폈다. “그동안 사실 정부는 방관자처럼 지켜보기만 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대통령 공약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광주시에서 직원을 보내 서울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공을 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이제야 일자리문제가 심각해지니 광주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데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정부가 개입해서 중재를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일본 도요타의 사례를 들며 ‘지금이야말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이제 ‘노동자 프렌들리’ 방침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요타는 1950년 노사 양측이 모두 옷을 벗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분규가 생기자 ‘회사가 없으면 노동자도 없다’는 합의에 이르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68년간 노사분규가 없었다. 합의에 이른 이유는 단순하다. 정말 망하기 직전까지 갔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부분이다. 정부가 노사정협의에서 노동자 프렌들리에 휘둘리지 말고 위기 속에서 자동차산업을 지켜내야 할 때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 일지
   
   2014년 6월
   윤장현 전 광주시장 ‘광주형 좋은 일자리 1만개 창출’ 공약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
   
   2018년 5월
   현대차, 광주시에 투자의향서 제출
   
   2018년 9월
   지역 노동계 사업 불참 선언
   
   2018년 10월
   지역 노동계 재참여, ‘현대차 투자유치 성공을 위한 원탁회의’ 출범
   
   2018년 11월 12일
   이용섭 광주시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과 비공개 면담
   
   2018년 11월 13일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 발표
   
   2018년 11월 14~26일
   광주시-현대차 협상, 입장 차로 대립
   
   2018년 11월 27일
   지역 노동계, 광주시에 협상 위임
   
   2018년 12월 3일
   광주시 협상단, 현대차와 최종 협상
   
   2018년 12월 4일
   광주시 협상단, 현대차 완성차 공장 합법적인 설립 잠정 합의
   
   2018년 12월 5일
   다음날(6일) 예정된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 무기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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