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0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도읍(가운데) 조사단장이 청와대 특감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photo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지난 12월 20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도읍(가운데) 조사단장이 청와대 특감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photo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 수사관의 비위 행위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넘어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중 어느 하나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현 정부의 도덕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일단 검찰은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월 2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의 사무실이 있는 청와대 경내 여민관에, 특감반 사무실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있다.

검찰이 이날 건네받은 자료에는 이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특감반 근무 시절 생산한 각종 보고 문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김 수사관이 첩보를 생산한 과정에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직속 상관들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특감반의 첩보 내용을 어디까지 보고받았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임의제출 형식이기는 하지만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처음 집행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지난 12월 20일 자유한국당이 서울중앙지검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튿날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으로 이송했다. 동부지검은 지난 12월 24일 사건을 형사6부에 배당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이 사건을 중앙지검이 아닌 동부지검으로 이첩한 것에 대해 탐탁지 않아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특감반 관련 사건들을 모두 서울중앙지검에서 병합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청와대가 특감반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했는지 여부를 고발한 사건과 김 수사관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고발한 사건 사이 법률적 관련성이 없어 병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주진우 부장검사는 특감반장 출신

검찰이 민간인 사찰 사건을 동부지검으로 이송한 데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피고발인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을 함께 수사한 전력 때문에 벌어질지 모를 정치적 시빗거리를 사전에 차단했다. 두 사람은 국정원 댓글사건 이외 과거 광주지검에서도 함께 근무하며 사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동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한 것도 정무적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주진우 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박근혜 정부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인물이다. 주 부장검사는 2014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청와대 특감반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2014년 5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선임되고 3개월 뒤 청와대 근무를 시작했다. 주 부장검사는 당시 검사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논란을 사기도 했다. 두 사람은 우 전 수석이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재직하다 2016년 10월 사임하기까지 2년2개월간 함께 근무했다. 이 같은 사유로 주 부장검사는 2017년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에서 열린 우 전 수석의 2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주 부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로 자리를 옮긴 뒤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또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특감반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만큼 주 부장검사는 그 누구보다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시스템이나 내부 특성, 특감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정상적으로라면 특감반의 불법활동 여부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현재 김태우 전 수사관의 정보활동과 관련해 그가 텔레그램에 수집한 정보를 올리면 상급자인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오케이’라고 답한 것이 과연 추가 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존재한다. 이것의 적법성 여부는 결국 주 부장검사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동부지검이 수사 착수 이틀 만에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압수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수사에 이로울 것이 없다고 주 부장검사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주 부장검사는 지난 정부 민정수석실이 어떻게 와해되는지를 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도 가장 잘 아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정권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검찰이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동부지검에 있지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지난 정부에서 윤 지검장이 대전과 대구지검으로 좌천됐을 때도 종종 주 부장검사와 통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판단이 문 정부 레임덕 바로미터”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선제적 압수수색을 하면서 청와대나 검찰 모두 공정성 시비는 피해갔지만, 청와대는 결과적으로 검찰의 판단에 정권의 안위를 맡겨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현 정부는 출범 후 계속해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앉힌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정 권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조 수석이 민정수석실을 관할하면서, 역설적으로 많은 부분을 검찰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권의 부침을 본능적으로 가장 잘 아는 조직이 바로 검찰”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문재인 정부 레임덕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으로 인해 조국 민정수석의 거취도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남게 됐다. 조 수석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두들겨 맞으면서도 가겠다”고 했지만, 조 수석이 자리를 지킬수록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는 어떤 모양새를 갖춰 조 수석을 교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후임 인사도 여럿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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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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