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3월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기로(岐路)에 서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작년 12월 이후 40%대 중반에서 4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50% 선으로 회복할지 아니면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지 갈림길에 있다”고 했다.

매주 실시하는 한국갤럽 조사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과 반대층이 45% 안팎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갤럽의 3월 3주 차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45%)와 ‘잘못하고 있다’(44%)의 차이는 불과 1%포인트였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문재인·심상정 대(對)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 등으로 거의 반반씩 나뉜 것과 판박이 양상이다. 45% 안팎의 여권 전통 지지층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3월 초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전반적인 국정 방향에 대한 평가’에서도 확인된다. 이 조사에서 ‘일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그렇다’(42%)와 ‘아니다’(44%)가 비슷했다. 지난 1월 조사에서도 국정 방향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42% 대 43%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대선 득표율과 비슷, 전통 지지층만 남아

이양훈 칸타퍼블릭 이사는 “2년 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지 않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기대를 갖고 지지를 보냈던 ‘새로운 지지층’은 대부분 다 떠났다”며 “지금은 대선 때부터 지지를 보냈던 ‘전통 지지층’만 남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 본인(41%)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6%) 등을 택했던 유권자 규모(47%)와 비슷하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자 대결을 펼쳤던 2012년 대선에서 얻었던 득표율(48%)과도 큰 차이가 없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버팀목은 여권(與圈)의 전통적 지지층이란 것이다. 여권으로선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진보 진영을 지지했던 유권자 규모를 ‘심리적 지지선’으로 볼 수 있다. ‘심리적 지지선’이 뚫리고 지지율이 30%대로 진입한다면 레임덕(lame duck), 즉 권력누수 현상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문 대통령 지지층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항목이 있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북한과 관계 개선’(17%), ‘외교를 잘한다’(10%), ‘적폐 청산’(7%) 등이 많았다. 하지만 지지 이유가 ‘모르겠다’(14%), ‘열심히 한다’(9%), ‘전반적으로 잘한다’(4%), ‘기본에 충실하다’(3%) 등 구체적이지 않은 응답도 30%에 달했다. 즉 현재 문 대통령 지지층 중에는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남북 평화 이슈’와 ‘적폐 청산’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는 지지층과 지지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도 지지를 보내는 지지층 등 둘로 나뉜다. 이 중에서 구체적 이유 없이 지지를 보내는 지지층은 앞으로 경제가 더 나빠지거나 정부에 부담스러운 악재가 튀어나올 경우엔 쉽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국정 반대층의 경우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경제 문제 해결 부족’(34%), ‘일자리 문제’(4%), ‘최저임금 인상’(2%), ‘부동산 정책’(2%), ‘빈부 격차 확대’(2%) 등 절반가량이 ‘경제 문제’에 쏠려 있다. 국정 반대층을 뭉치게 하는 주요 요인이 경제 민심 악화란 것이다.

취임 22개월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흐름은 초반에 비해 갈수록 하락 곡선을 그렸던 역대 정부의 ‘전강후약(前强後弱)’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지율이 1년 차부터 무너졌던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제외하면 과거 정부에서 핵심 지지층 이탈로 지지율이 30%대로 접어든 시기는 2년 차 말(김영삼 정부) 또는 3년 차 초반(김대중·박근혜 정부)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2년 차 하반기 6개월 동안 지지율이 45% 안팎을 유지하며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렸던 40% 선이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차 말에 ‘정윤회 문건 파동’과 연말정산 환급금을 줄이겠다는 기조로 인한 ‘연말정산 후폭풍’으로 3년 차 1분기에 34%로 하락했다. 전례로 보면 여권으로선 집권 3년 차로 접어드는 시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 차 30%대’를 가장 경계해야

200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득표율이 50%가 넘었던 핵심 지지층은 지역별로 호남, 직업별로 화이트칼라, 연령별로 30~40대 등이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은 문 대통령 득표율이 광주(60%), 전남(63%), 전북(65%) 등이었고 최근 갤럽 조사에서도 광주·전남북의 지지율은 65%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직업별로 문 대통령 대선 득표율은 화이트칼라가 50%로 가장 높았고 다른 직업 계층은 40% 안팎이었다. 최근 조사에서도 화이트칼라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60%로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는 대졸 무렵과 결혼 적령기에 IMF 외환위기, 부동산 폭등,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진보 성향이 강해진 30~40대가 견고한 핵심 지지층이다. 30대와 40대의 문 대통령 대선 득표율은 각각 56%와 50%였고 최근 갤럽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각각 58%와 65%로 과반수에 달했다. 20대도 문 대통령 대선 득표율이 48%로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 지지율은 37%로 대선 때보다 떨어졌다. 20대는 정부 출범 초기와 비교해 국정 지지율의 하락 폭도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컸다. 갤럽 조사에서 대선 직후와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을 비교해보면 20대(89→37%), 30대(90→58%), 40대(92→65%), 50대(85→34%), 60대 이상(79→34%) 등으로 20대에선 52%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엔 갤럽의 3월 3주 차 조사에서 지지율이 20%에 그치면서 전체 성·연령층 중에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대 여성의 지지율(56%)과는 차이가 무려 36%포인트였다. 한때 핵심 지지층이던 20대 남성이 공정성 및 페미니즘 논란과 최악의 취업난으로 이젠 ‘핵심 반대층’으로 돌아섰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층과 반대층 규모가 비슷한 것처럼 국민의 이념 지형(地形), 즉 보수층과 진보층 규모 차이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는 현상도 주목된다. 지난 대선 직후엔 갤럽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대답한 비율이 45%로 절반에 육박하면서 ‘중도’(30%)와 ‘보수’(25%)를 압도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선 진보층이 37%로 크게 줄어든 반면 중도층은 32%, 보수층은 31%로 늘었다. 탄핵 정국과 대선 이후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진보층이 급격히 팽창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경제적·사회적 측면 모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다시 보수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년가량 유지됐던 ‘진보 우위 정치 지형’의 균열과 보수·진보층 규모의 재편을 정부·여당이 자초했다는 것이다.

4·3 재·보선이 분수령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지지층과 반대층의 균형이 무너지고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1차 계기는 4·3 재·보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례를 보면 선거 승패에 따라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이 크게 요동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로 인해 승리한 쪽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거나 그동안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지 않던 이른바 ‘샤이 지지층’이 커밍아웃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6년 4·13 총선 일주일 전 갤럽 조사에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43%)와 반대(46%)가 비슷했지만, 총선에서 여당이 패한 다음주 갤럽 조사에선 지지가 29%로 급락하고 반대가 58%로 급등했다. 재·보선이 정권에 치명타를 가한 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 3~4년 차에 네 번에 걸쳐 실시된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 등 40곳의 재·보선에서 여당이 전패(全敗)하는 기록을 세우며 사실상 ‘식물 정당’으로 전락했고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졌다.

이번 4·3 재·보선은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등 두 곳에서만 치러지는 초미니 선거지만 결과에 따라선 여권 또는 야당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선거란 견해가 많다. 특히 여권으로선 두 곳 모두 자유한국당이 승리할 경우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향후 정국(政局)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일자리 참사와 분배 악화 등 경제 실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재·보선도 여권이 패한다면 역대 정부가 레임덕에 갇혔던 ‘집권 3년 차 증후군’이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셈”이라고 했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본부장은 “재·보선에서 여권이 선방한다면 핵심 지지층 이탈이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경제 성장과 공정 사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정부가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갈수록 지지 기반이 흔들리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고전할 수 있다”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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