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버닝썬’ 사건에서 가수 ‘빅뱅’의 승리와 그 지인들로부터 ‘경찰총장’으로 불려 주목을 받았던 윤규근(49) 총경이 이번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윤 총경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함께 근무했는데, 공교롭게도 윤 총경이 투자한 회사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가 연관된 사모펀드와 연결되어 있다. 윤 총경은 민정수석실 재직 당시 ‘실세 총경’이란 말을 들을 만큼 내부 입김이 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버닝썬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권 인사들의 청와대 내 연락책 역할로 지목되는 등 현 정부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윤 총경을 향한 검찰 수사는 단순 개인 비리보다는 결국 ‘조국 민정수석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승대)는 윤 총경이 근무했던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윤 총경의 집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를 통해 수천만원의 금전적 이익을 본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총경이 투자한 회사는 특수잉크제작 업체인 녹원씨엔아이(전 큐브스)로 이 회사 대표 정모(45)씨는 회사자금 60억원을 횡령해 구속됐다. 검찰은 윤 총경이 미공개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수사 정보 등을 정씨에게 흘려줬다고 보고 있다.
윤 총경에 대한 이번 수사에 검찰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그가 조국 장관과 함께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며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실은 수석비서관 산하에 총 4개 비서관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느 정부나 ‘사정(司正)’과 ‘인사(人事)’ 주도권을 놓고 비서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이 존재해왔다. 이번 정부 초기 민정수석실에는 친문 핵심이라 불리는 백원우 전 의원이 비서관으로 있던 민정비서관실의 힘이 가장 셌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민정비서관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비리 등을 담당한다. 윤 총경은 백 비서관 바로 밑에서 이런 정보들을 취합해 비서관과 수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국 장관 사진 속 “백원우의 오른팔”
윤 총경의 아내 역시 경찰로서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파견을 나간 바 있는데, 경찰 내에서는 윤 총경의 아내가 승진과 해외근무를 나가는 과정에서도 백 전 비서관이 힘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 수석과 윤 총경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던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지난 3월에도 윤 총경에 대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오른팔로 지칭된다”며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강원지방경찰청 과장으로 있다가 문재인 정부 때 백원우 민정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는 조 장관과 윤 총경이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조직 장(長)의 스타일에 따라 내부 직원들과 스킨십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이 사진의 촬영자가 외부인사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조 장관과 윤 총경의 관계가 최소 다른 직원들보다는 가까웠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에서는 이 사진의 촬영자가 녹원씨엔아이 정모 대표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녹원씨엔아이는 ‘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가 투자했던 2차전지 업체 WFM과 연결된다. 이 회사는 2014년 WFM으로부터 8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WFM은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가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간 고문료 명목으로 1400만원을 받아간 업체다.
윤 총경은 공교롭게도 버닝썬 사건과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폭로했던 민간인 사찰 의혹 등 현 정부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들에 이름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현 정권 청와대가 연관된 사건이 나올 때마다 윤 총경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간조선이 처음 보도한 ‘우리들병원 1400억원 불법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윤 총경이 정권 실세들의 연락책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여럿 발견됐다. 주간조선이 우리들병원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윤 총경 관련 자료에서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및 다수 여당 의원들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어 있었다. 그가 친인척비리를 담당하는 조직에 있는 만큼 이런 활동들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박도 가능하지만, 이 사건은 공식라인을 통해 다뤄지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의혹은 2017년 말 경찰에서 내사에 나섰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본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간조선이 한 차례 보도했듯 서초경찰서와 경찰청 본청 두 곳에서 내사를 진행했었다. 당시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서는 우리들병원 전 재무이사를 만나 자세하게 이야기까지 들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도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데, 사건을 담당했던 인사가 윤규근 총경이었다. 윤 총경은 청와대 입성 1년 만에 경찰청 인사담당관이라는 핵심보직으로 영전했다.
조선일보가 지난 10월 2일 버닝썬 사건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와 한 인터뷰에서도 윤 총경의 이름은 여러 번 언급된다. 다음은 조선일보에 털어놓은 김상교씨 관련 발언 중 일부다.
‘버닝썬’ ‘우리들병원’ 의혹에도 등장
“처음 ‘경찰총장’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인물이 특정되지 않았을 때 A대표는 단박에 윤규근을 지목했다. 실제 별명이라고 했다. 총경인데 경찰청장보다 힘이 세서 경찰총장이라 불린다고. 승리가 참여한 단체카톡방에서 단어를 잘못 쓴 게 아니고 실제 경찰 실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윤 총경이 현 정부 청와대가 연관된 사건에 다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는 단순히 개인비리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조국 펀드와 관련한 업체에 수사 정보를 흘려줬는지에 대해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한발 더 나아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제기했던 의혹들, 즉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실 재직 시 부당하게 덮었다고 주장하는 각종 사건들에 대해 다시 들여다볼 수도 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지난 5월 10일 백 전 비서관이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피고소인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출석하면서 “직속 상관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것을 얘기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허위고 명예훼손이냐”며 “백원우·이인걸·윤규근과 끝장토론 할 자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대질수사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특감반원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현재 조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