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여론조사 결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여론이 현역 의원 지지 여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갈이 여론은 진보보다 보수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공천에 임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 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게 좋습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습니까’라고 물은 결과 수도권 유권자들의 54.8%는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다’고 답했다. 29.1%만이 ‘현재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모름·무응답’은 16.1%였다. 이른바 현역 의원 ‘물갈이’를 원하는 여론은 서울(54.7%), 인천(55.4%), 경기(54.7%) 등 모든 지역에서 다 50%를 넘겼다. 지역을 세분화해 권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서(60.6%)와 경기 동부(60%)의 현역 의원 교체 여론이 60%대로 가장 높았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보수정당 지지층에서 물갈이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의견이 68%로 나온 반면,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의견은 15%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다’가 45.5%, ‘현 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게 좋다’가 40%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에서도 현역 의원 물갈이 여론이 59.8%에 이르렀다. 현역 의원 교체 지지 여론을 이념 성향별로 나눠보면 보수층 65.9%, 중도층 54.2%, 진보층 47.3% 순이었다.

연령대별 현역 의원 교체 여론을 보면 20대(19세 포함)의 교체 여론이 가장 높았다. 20대는 62.5%가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다’는 대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 현 정치권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40대는 현역 의원 물갈이를 원하는 여론이 47.1%로 가장 낮았다. 60대 이상의 경우는 57%, 50대는 56.9%가 현역 의원 교체를 지지했다.

보수층에서 현역 의원 교체 여론이 높다는 것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여론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현역 의원 교체 여론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경북(44.1%)이었다. 조만간 시작될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수정당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조사 어떻게 했나

주간조선은 창간 51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코퍼레이션’에 의뢰해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민심을 들어봤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인 지난 10월 16~17일 수도권 거주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80%)와 집전화(20%)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해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은 2019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로 비례할당 추출했다(셀가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은 11.2%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혁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