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7일 열린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7일 열린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조국 사태’가 나라를 뒤흔든 지난 두 달여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면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고 공정한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14일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청와대 회의에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는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이른바 ‘조국 내전(內戰)’이 벌어지는 동안 여권(與圈)은 검찰개혁이 국정 최우선 과제인 것처럼 수없이 강조했고, 조 전 장관 수호를 위한 서초동 집회 명칭도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였다.

하지만 많은 국민의 생각은 달랐다. 주간조선이 지난 10월 16~17일 메트릭스에 의뢰해 수도권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경제 활성화’(45.5%)가 단연 1위였다. 다음은 ‘검찰개혁’(27.4%)과 ‘국민 통합’(18.1%)이 비슷했고 이어서 ‘북한 비핵화’(6.0%) 순이었다(모름·무응답 3.0%).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20대와 30대·50대는 ‘경제 활성화’에 이어 ‘검찰개혁’이 중요하다고 했고, 60대 이상은 ‘경제 활성화’ 다음으로 ‘국민 통합’이 시급하다고 했다. 다만 여권 지지층이 많은 40대에선 ‘검찰개혁’이 ‘경제 활성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 지지층은 ‘검찰개혁’이 1순위

응답자의 정치성향별로는 차이가 더 컸다. 문 대통령이 현재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지지층의 경우엔 ‘검찰개혁’(56.5%)이 ‘경제 활성화’(26.8%)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반대층은 과반수(60.1%)가 ‘경제 활성화’라고 했고, ‘국민 통합’(24.2%), ‘검찰개혁’(5.1%)은 소수였다. 응답자 이념성향별로도 진보층은 ‘검찰개혁’(48.4%)과 ‘경제 활성화’(32.6%) 순으로 답했다. 반면 보수층에선 ‘경제 활성화’(56.1%)와 ‘국민 통합’(20.4%) 순이었다. 중도층은 ‘경제 활성화’(48.3%)와 ‘검찰개혁’(21.6%) 순이었다.

요약을 하면, 중도층 및 야권을 지지하는 보수층은 무엇보다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컸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하지만, 중도·보수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여권을 지지하는 진보층은 경제 살리기보다 검찰개혁을 더 급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시급한 국가 현안에 대한 생각도 여야(與野) 지지층이 극명하게 갈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선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매우 잘하고 있다’(19.5%), ‘다소 잘하고 있다’(23.6%) 등 긍정 평가 비율, 즉 지지율이 43.1%로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1%) 수준이었다.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33.4%), ‘다소 잘못하고 있다’(19.6%) 등 부정 평가가 53.0%로 절반 이상이었다(모름·무응답 3.9%). 전통적 여권 지지층 이외엔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대부분 철회했다는 의미다.

특히 문 대통령이 ‘매우 잘하고 있다’(19.5%)는 강한 지지층보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33.4%)는 강한 반대층이 훨씬 많은 게 눈길을 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콘크리트 지지층보다 웬만해선 지지를 보내지 않을 콘크리트 반대층이 더 많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앞으로도 하락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반등 가능성보다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수도권 내에서 서울(44.2%), 경기(43.2%), 인천(38.9%) 등이었다. 연령별로는 비교적 차이가 뚜렷했다. 30대(61.6%)와 40대(59.5%)에선 절반 이상이 지지를 보냈다. 이에 비해 20대(40.4%), 50대(34.7%)와 60대 이상(24.5%) 등에선 지지율이 모두 50%에 못 미쳤다.

지지 정당별로도 차이가 매우 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77.8%)과 정의당 지지층(58.5%)은 다수가 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층(4.6%)과 바른미래당 지지층(9.8%)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는 소수였다. 응답자의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선 지지율이 70.2%에 달한 반면, 보수층의 지지율은 19.4%에 그쳤다. 중도층도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54.8%)가 긍정 평가(40.4%)보다 높았다.

‘조국 사태’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

한편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논란으로 벌어진 국론 분열의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34.7%)이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자유한국당’(17.4%), ‘조국 전 장관’(14.7%), ‘언론’(14.5%), ‘검찰’(10.4%), ‘더불어민주당’(2.9%) 등의 순이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선 대통령과 조 전 장관, 여당 등의 책임이 크다는 야권의 주장과 검찰, 언론, 야당 등의 책임이 더 크다는 여권의 주장이 강하게 충돌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조 전 장관, 여당 등(52.3%)에 책임이 있다는 야권의 주장에 공감하는 응답자가 검찰, 언론, 야당 등(42.3%)에 책임이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 공감하는 응답자보다 더 많았다.

‘조국 내전’으로 나라 전체가 싸움판으로 바뀌고 두 동강 날 정도로 갈라진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 청와대 회의에서 광화문·서초동 조국 찬반 집회를 두고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야당 등에선 “남 얘기 하듯 한다”란 비판이 많았다.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이 조국 사태의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민심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보수층은 절반 이상의 다수(61.6%)가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검찰이 조국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견해가 10명 중 1명(10.4%)에 그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민주당 지지층도 검찰 책임론이 17.8%에 머물렀다. 서초동 검찰 청사 인근에서 열렸던 촛불집회에서 ‘조국 수호’를 외치며 강하게 검찰을 성토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서초동 집회의 목소리가 전체 야권 지지층의 견해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다.

조사 어떻게 했나

주간조선은 창간 51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코퍼레이션’에 의뢰해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민심을 들어봤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인 지난 10월 16~17일 수도권 거주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80%)와 집전화(20%)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해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은 2019년 9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로 비례할당 추출했다(셀가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은 11.2%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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