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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586호] 2019.12.09

선거법 개정안의 또 다른 논란 ‘만 18세 선거권’ 찬반 근거들

▲ 지난 11월 18일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장해온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을 왜 싫어해, 선생님한테 혼난다.” “너 일베니?” 서울 인헌고 교내에서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했다고 의심받는 발언들이다. 지난 10월 22일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 기자회견을 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40여일 후인 현재, 주요 제보자 격인 A군은 학교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학업중단 숙려제를 신청했다. 학생들 사이의 왕따와 위협 때문이라고 학수연 측은 밝혔다. A군은 전학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인헌고 사태는 한국 사회에 여러 논쟁거리를 건넸다. 옆나라 총리를 저주하는 구호를 학생들에게 외치도록 강요하는 일이 합당한가라는 말초적 의문부터, 공교육 현장에서 정치 편향 교육이 이뤄지고 있진 않은가, 정치 편향 없는 시민 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 나아가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는 먼 얘기가 아니다. 이르면 당장 내년 4월 총선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포함된 만 18세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도 있다. 12월 초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로 여야가 박 터지게 싸우고 있는 이 선거법 개정안엔 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측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투표 연령 만 18세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이유다. 이건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6곳 중 33개국이 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18세 이상으로 정해놨다. 나머지 세 나라 중 오스트리아와 그리스는 각각 16세 이상, 17세 이상으로 심지어 더 낮다. 한국만 만 19세다.
   
   
   OECD 중 한국만 만 19세
   
   이에 대해 ‘18세 선거법’ 반대 측은 ‘교복 투표 우려’를 지적한다. OECD 내 해당 국가들의 경우, 취학 연령이 빠르거나 학제가 다른 이유로 만 18세가 되면 의무교육 과정을 졸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주장이다. 대체적으로 사실이다. 35개 회원국 중 총 15개 나라의 고교 졸업 연령이 한국보다 빠르다. OECD 교육지표(2018)를 보면 일반계 고교를 졸업하는 나이는 영국이 가장 어리다. 만 15세다. 일본, 미국, 이스라엘, 스페인 등에선 만 17세에 고교 과정을 마친다.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에서도 늦어도 만 18세엔 고교를 졸업한다.
   
   교복 투표를 우려하는 측은 교실이 선거운동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고, 학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거권이 있다는 건 실질적으로 선거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단 얘기다. 한국교총의 조성철 대변인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선거법을 어기는 등 위법을 저지르거나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뒷감당은 생각 안 하고 법부터 고치려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의견을 물었다. “입장이 없다. 선거권 연령 하향은 교육부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는 게 교육부 대변인의 답변이었다.
   
   
   투표할 수 있으면 성년인가?
   
   두 번째 찬성 논거는 만 18세는 이미 실질적으로 성년이라는 주장이다. 인지능력의 성숙은 물론이고, 만 18세가 되면 혼인과 군입대도 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게 그 근거다. 반대하는 측도 같은 법 조항을 근거로 든다.
   
   민법 제807조(혼인적령)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민법 제808조에서 ‘미성년자가 혼인을 하는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부모 중 한쪽이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한쪽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부모가 모두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에는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기 때문이다.
   
   병역법 제8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고 정했다. 현실에선 대부분이 고교 졸업 후인 만 19세 이상부터 군에 입대한다. 해당 법 조항이 선거권 연령 하향의 근거가 되긴 현실적으로 힘들단 얘기다.
   
   사실 이 문제는 심층적으로 따져볼 만한 사안이다. 권리엔 의무가 따른다. 납세나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으면서 투표권이라는 권리만 행사하는 게 온당한가라는 의문이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의 말이다. “투표권은 세금을 내면서 받는 것 아닌가. 게다가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다. 보호의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권리를 갖게 되는 거다.”
   
   한국교총의 조 대변인은 “선거권 연령 하향은 단순히 좀 더 일찍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선거권 연령 하향은 곧 성년 연령을 내린다는 의미다. 이런 설명 없이 교묘하게 숨겨서 통과시키려 한다. 소위 말하는 ‘19금’이 해제되는 거다. 일단 18세가 된 학생들은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성년의 ‘권리’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성년이 되기 전까지 각종 위협에서 보호받을 권리, 이를테면 부양청구권도 박탈되는 거다. 학업도 못 마쳤는데 보호도 못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패스트트랙으로 묶어 얼렁뚱땅 법안을 통과시킬 일이 아니다.”
   
   
   “보호받을 권리도 사라진다”
   
   선거권 연령과 민법상 성년 연령을 꼭 일치시킬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의 이석민 책임연구관은 지난해 발간한 연구서 ‘아동·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정당가입 연령제한을 중심으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치적 기본권과 관련한 연령 기준인 19세의 기준이 우리의 법체계에서 항상 민법상 미성년자와 동일했던 것은 아니다. 20세에서 19세로 낮춘 2005년 8월 4일의 공직선거법 등 개정이 있은 후에 2013년 7월 1일까지(민법 개정에 따라 미성년자 기준이 기존 20세에서 19세로 바뀌게 된 시점)는 선거권, 정당가입권 등의 정치적 권리 행사 연령 기준과 민법상 미성년자 연령 기준이 다르게 존재하였고, 이것이 다년간 지속되어왔다. 이 점으로 인한 특별한 법적 혼란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달리 말하면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 연령과 민법상 미성년자 연령이 동일해야 할 이유는 경험적으로도 없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OECD 국가 중 징병제를 시행 중인 곳은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다. 이스라엘은 징병 연령과 선거권 연령이 같다. 만 18세 이상이다. 스위스는 좀 다르다. 징병 연령은 만 18세 이상이지만 선거권 연령은 하향 추세다. 주마다 다른데 일부 주에선 지방선거의 경우 16세부터 투표권을 준다.
   
   현행 체제에서 법조문 때문에 권리를 침해받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만 18세의 청소년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그만두고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이들의 경우다. 대학생도 이른바 ‘빠른 생일’(1~2월생)들은 만 18세에 대학교에 입학한다. 이들에게도 선거권을 주지 않는 건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부분은 이를테면 학령 기준 조항으로도 보완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 중·고교 과정을 종결한 이에게 선거권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하는 식이다.
   
   
   징병 연령과 선거권 연령의 관계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세 번째 이유는 청년층의 정치 참여 독려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선 젊은층의 정치 관심도와 투표율이 내려가고 있다. 그 결과 ‘고령자 민주주의’ ‘연금 생활자 민주주의’라는 용어까지 출현했다. 전체 인구 중 비율이 높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장년층 이상의 이해관계가 정책에 반영되기 쉽다는 말이다. 네덜란드엔 아예 ‘50플러스’라는 정당까지 존재한다. 이름 그대로 50세 이상 장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 상원 75석 가운데 2석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7년 선거권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을 실었다. 젊은층은 거주지를 자주 옮기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에도 많이 노출된다는 게 이유였다. 자주 이사를 다니면 지역의 현안과 지역 의원에 대해 아무래도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부모님과 머무르고 있을 때, 가짜뉴스를 통해 왜곡된 정치관을 갖게 되기 전에 성숙한 유권자 교육을 하자는 논지였다.
   
   영국 스코틀랜드는 2014년 독립투표 당시 선거권을 만 16세로 하향 조정했다. 독립 여부는 젊은 세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니,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시각이 있다. 로렌스 스타인버그 미국 템플대 심리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만 16세부터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썼다. ‘고등학생들은 총기 규제처럼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에 선거를 통해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는 이유였다.
   
   
   일본의 교훈, “유권자 교육부터 필요”
   
   다만 선거권 연령 하향이 젊은층의 정치 참여도를 높이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허진만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올해 3월 국회에서 열린 선거권 연령 관련 토론회에서 “독일과 프랑스 외에도 유럽 및 영미권 나라들은 사회적 참여를 사회 속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 과정으로 여긴다”면서도, “선거권 연령 하향이 꼭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그 예였다. 일본은 2016년 만 18세로 선거권 기준 연령을 낮췄다. 하지만 2017년 선거에서 18세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시행 첫해보다 낮아졌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 나왔다.
   
   박대권 교수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했다. “외국은 선거권 대상을 확대할 토양이 되어 있었다. 한국은 어떤가. 당장 부모 세대만 봐도, 정치 얘기만 하지 정치 참여는 안 하지 않느냐. 당원에 가입해 활동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 성년의 정치문화도 아직 성숙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미성년까지 끌어들이나.”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한 관련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하향 자체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낮다. 연령은 낮출 수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연령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이 이뤄진 후에 시행하거나, 적어도 유예 기간을 두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교육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을 주자는 얘기다.
   
   게다가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전무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반대 여론이 좀 더 많다. 리얼미터가 지난 12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선거권 연령 하향에 반대가 50.1%, 찬성이 44.8%였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참고해야
   
   선거권 연령 조정과 별개로 교육 현장에서는 편향 없는 건강한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러 교육 관계자들이 지적한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독일 또한 분단 상태 때문에 이념 갈등이 컸다. 1976년 독일 모든 정파의 정치인들과 교육자들이 보이텔스바흐라는 도시에 모여 정치교육의 원칙에 대해 토론했다. 그 결과가 바로 보이텔스바흐 합의 3대 원칙이다. 첫 번째는 강제성 금지다. 강압적인 교화나 주입식 정치 교육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두 번째는 논쟁성 유지다. 현재 사회에서 논쟁적인 사안이라면 수업에서도 논쟁 상황과 각 입장이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학생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해 스스로 시민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이상의 세 가지 원칙은 4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독일 시민 교육의 기본 원칙으로 인정받는다.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는 분명 필요하다. 내년 총선 전 통과처럼 기한을 정해둘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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