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3개월 앞두고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photo 뉴시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photo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총선을 3달여 남긴 상황에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신년 벽두부터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권에 맞서 야권통합을 추진하던 중도·보수 진영에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 뒤 독일로 떠났고 작년 10월부터 미국 스탠퍼드대에 체류해왔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조선일보와 서면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혁신 행보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의 확장에 반대하지만 한국당은 개혁돼야 한다”며 “통합보다는 혁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총선이 다가오면 중도·보수 진영의 통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시지를 통해 드러나는 안 전 대표의 모습이 과거에 비해 명쾌해지고 힘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 비해 명쾌해지고 힘 생겼다”

안 전 대표는 2017년 국민의당 소속으로 대선에 도전하고 이후 바른미래당을 창당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때 지속적으로 ‘극중주의’를 강조했다. 좌우(左右)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 중도’가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던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정계복귀를 선언하는 페이스북 글에서도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했었다. 안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도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사람이 우리나라에 훨씬 많다”며 “그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조국 사태’를 통해 문재인 정부도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반쪽 대통령’, 통합의 리더가 아닌 진영의 대표 주자라는 게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냐”며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인데 진영 논리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 적으로 규정하는데 그건 전체주의”라고 했다.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며 “현재 진영 간 우열은 확실하게 진보좌파 패러다임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현 집권세력이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그런 불리한 대결구도에 스스로 빠져들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무조건 뭉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야권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지금 제1야당은 가치와 이미지에서 완벽하게 열세에 처해 있다”며 “여당의 거짓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도 제1야당이 수구·기득권·꼰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냐”고 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좌파가 세니까 ‘모여라’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야권의 혁신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창당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른미래당을 만든 것은 영호남의 화합과 국민 통합이 이뤄져야 국가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역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나의 순수한 의도가 왜곡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이고 과분한 사랑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니 미래가 사라져”

안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는 빠르게 미래로 가고 있고 철저하게 국익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치밀하고 종합적인 국가전략이 수립되지 않으면 국익을 지켜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이념이나 정파적 입장이 아닌 실리와 국익 중심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해외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는 고립 국면으로 미국·일본·중국과의 관계가 모두 더 나빠졌다”며 “결국 줄 것은 다 내주면서 성과 없이 박대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과 안보 문제에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북한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게 대화를 추진하되, 북한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세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준칙을 지켜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스위스가 중립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장중립’이라는 철학이 있다”며 “힘이 없으면 중립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인데 평화로운 환경에 놓여 있는 지금도 스위스는 국방비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를 회피하는 정권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그래야 우리는 인도주의 관점에서 식량과 필수의약품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며 “핵 없는 평화, 원칙 있는 공존이 우선이며 통일은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결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안 전 대표의 비판 중에서는 경제 문제에 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세계 주요국들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윈스턴 처칠이 ‘과거와 현재가 싸우고 있으면 미래를 잃어버린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알려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이제는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정부가 주도해서 새로운 산업을 기획하고 만들고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났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앞장서서 도와주려고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정부가 우리의 미래와 가능성을 막는 일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우리의 인터넷 산업이 발전한 이유는 정부에서 미처 인터넷 산업 진흥 부처를 만들지 못해서’라는 세간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도 했다. “당시 정부에서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민간에서는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환경이 지금의 인터넷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는 신산업을 막는 규제들을 해결하고, 빅데이터 활용과 프라이버시 보호 간의 충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놓여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미래산업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되는가에 관심 없다”

정치권과 대중의 관심은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다. 안 전 대표는 야권통합에 거리를 두면서 본인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총선에 출마하냐’는 질문에 “내가 무엇이 되는가에 관심이 없다. 내가 국회의원이나 대선주자가 되려고 돌아온 게 아니다”라고 했다. 안 전 대표 주변에선 설 연휴 전 귀국해 당분간 독자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 전 의원의 한 측근은 “귀국 후엔 독자 노선을 가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 정치제도와 관련한 구상과 비전을 국민과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안 전 의원이 귀국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중도·보수 통합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안 전 의원이 조선일보 인터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메시지를 보면 과거에 비해 좀 더 강단이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며 “문재인 정권에 대해 더 강하게 맞서야 할 필요성을 국내에서 절감하게 된다면 과감한 통합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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