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를 외치는 구 새로운보수당 당직자들이 지난 3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왼쪽)에게 인사명령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이 박종원 전 새보수당 공보팀장. ⓒphoto 뉴시스
고용승계를 외치는 구 새로운보수당 당직자들이 지난 3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왼쪽)에게 인사명령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이 박종원 전 새보수당 공보팀장. ⓒphoto 뉴시스

“정당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승계가 돼야 하는데 이런 원칙도 지키지 않는 보수정당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박종원(34) 전 새로운보수당 공보팀장을 만났다. 박 전 팀장은 현재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 14명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새보수당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과 통합되면서 소속 의원 8명(2월 17일 기준)이 당적을 옮겼다. 하지만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 14명은 현재 미래통합당으로 고용승계가 안 된 상태다. 지난 3월 20일이 월급날이었지만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박 전 팀장은 “통합당 총무국으로부터 인사발령대기를 통보받고 기약 없이 대기하는 중”이라고 했다. 정당의 신설합당을 규정한 정당법 제19조 5호에 따르면 ‘합당으로 신설 또는 존속하는 정당은 합당 전 정당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는 규정이 있다. 박 전 팀장은 “기존 새보수당의 조직과 예산, 정당교부금은 모두 승계됐는데 우리 당직자만 승계가 안 된 상황”이라고 했다.

박 전 팀장을 비롯한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들은 지난 3월 16일 통합당 최고위 회의 개회 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찾아 “우리도 당직자다. 고용승계 이행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박 전 팀장은 이 자리에서 황 대표에게 인사명령 요청서를 전달했다. 당시 당직자들과 자리를 함께한 오신환 통합당 의원은 “당이 사기 치는 것도 아니고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 전 팀장은 이후 박완수 사무총장을 만나 면담을 했지만 “곧 답을 주겠다”는 말과 달리 아직 답은 안 온 상태라고 한다. 박 전 팀장에 따르면 통합당 사무처는 이에 앞선 지난 3월 12~13일 이틀 동안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 14명을 불러 “4개월간의 월급을 줄 테니 원하는 사람은 퇴직하라”며 희망퇴직 통보를 했다고 한다.

박 전 팀장은 통합당 중앙당 당직자 들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통합당 사무처 노조는 성명을 통해 새보수당계 당직자들의 합류를 반대했다. 노조는 새보수당 출신 당직자들을 가리켜 “정식 고용되지 않은 ‘자원봉사자’”라고 주장하며 고용승계 요구를 ‘특혜채용’이라고도 했다. 당의 재정에 여유가 없어 받아줄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전 팀장은 이에 대해 “뻔히 서로 다 아는데 어떻게 자원봉사자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전 팀장은 2017년 2월 바른정당 공채로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들의 고용승계를 위해서는 의원들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사무국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실권자인데, 당 지도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들은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9일 새보수당 의원들의 좌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올 4월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 하지 않을 테니 중앙당과 시도당 당직자들의 고용승계를 해달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구 한국당 지도부가 요청을 거절한 셈이다. 현재는 의원들도 총선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박 전 팀장은 “우리 문제이니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고용승계는 불합리와 비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