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미래통합당 김세연(48)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먼저 인적쇄신을 요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남 3선이지만 40대인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후 다른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는 불출마 변에서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당을 향해 혹독한 비판을 퍼부었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참패했다. 김 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으로 참여하며 나름대로 애썼지만, 흐름을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의원은 총선 다음 날인 4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세상이 바뀌었는데 몇십 년 전의 세계관으로 고장난 녹음기 같은 이야기를 하는 정당에 국민들께서 미래를 맡길 만한 동기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또 “국민들께서 산업화 기득권 세력에 준엄한 심판을 하신 것이다. 민주화 기득권 세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선택을 하신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보나. “우리당 지도부의 그동안 아침 회의 메시지를 분석해 보면 거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비판에 머물러 있었다고 본다. 지금 기술혁명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우리 삶을 바꾸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통합당은 감수성이 없으니까 공감능력이 없고, 공감능력이 없으니 소통이 힘들다. 아무리 합리적인 이야기라도 표현이 거칠다. 공감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말하다 보니 필요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혐오감만 불러일으키는, 옳은 이야기를 해도 동의받지 못하는 그런 행동으로 계속 스스로의 입지를 위축시켜오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 불출마 선언 당시 당을 ‘좀비’로 표현하며 비판했다. “당 주류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이미 더 이상 보편적인 세계관이 아니라는 것을 상식으로 알 수 있는 건데 그 부분에서 기본적인 인식의 괴리가 의견의 차이로 계속 나타났다. 이대로 있으면 당이 생존할 수 없다고 보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부의 누구라도 자성의 충격파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같으면 뜻이 맞는 의원들이 함께 행동했겠지만 당시 상황이 그렇지 못했기에 혼자서라도 문제제기를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 지금과 같은 결과를 예상했었나. “이번 선거 투표율이 기록적으로 높았는데,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지 않은 20, 30, 4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한 결과다. 이미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할 때 이런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됐었다. 우리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상의 변화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느껴보려고 하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당시 불출마 선언 때 경종을 울린다는 생각으로 그런 진단을 담은 것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변화해도 제대로 선거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봤었다.”

- 다수의 유권자들은 감성에 의한 투표를 하는 경향이 많다. 그런 면에서 ‘어쨌든 미래통합당은 싫다’는 비호감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비호감도를 낮추기 위해선 문제 있는 사람을 다 바꿔야 한다. 공천 때 걸렀어야 하는데 못 거른 것도 있다. 사실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의원이 당원이 어떻다 논하는 건 맞지 않지만, 당원이 극우화되니 선출되는 후보들도 극우화되고 개혁적인 사람은 컷오프된다. 지금까지의 당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사들이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이 당을 주도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포장을 잘해놔도 한두 명의 막말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게 무한반복의 과정이다.”

- 단시일 내에 되긴 어렵지 않겠나. “그렇다. 수도권의 민심은 수도권에서 선출되는 의원들이 더 반영을 잘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당을 중도개혁적 영역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18대부터 21대까지 보면 수도권 의석은 계속 줄어왔다. 19대, 20대 공천 때는 수도권 당선 의원들의 성향이 친박 주류여서 수도권 의원이지만 대변하는 가치·정서가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종종 있었다. 아무튼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여건이 쉽지가 않다.”

- 공천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공천에서 가장 문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제가 참여했던 일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 입장이고, 거기에 대해서 잘못된 부분까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답을 드리기 어렵다. 공천 중반 넘어가며 외풍이 들어오는 걸 완전 차단하지 못했다. 내부의 오류까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해달라. “국민들께서 이미 평가하셨다.”

- 김종인씨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앉힌 것도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도 부탁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안 계신 상황을 상상해 보면 더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만큼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래통합당은 다음 대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20초간 생각) 답이 안 보인다.”

- 구심점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어 보인다. “현재로는 답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밖에 말씀 못 드리겠다. 남은 시간 동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그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나 세력이 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수도권에서 통합당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당원 모집 등 근본 절차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나. “중도보수나 중도, 더 넓게는 중도진보까지도 동의할 수 있는 의제를 계속 주도하면서 가야 선거에서 승리하고 집권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진보는커녕 중도보수까지 등 돌리게 하는 극단주의로 당이 바뀌어온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당원 구성이 점점 더 (한쪽으로) 쏠리면서 악순환이 진행 중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계기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변하기를 바라지만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보수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나서 오답노트를 쓰면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나. 오답노트를 써야 할 때라고 본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오판하고 있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 모든 구성원들이 다 자각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제대로 진단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또 잘못된 처방과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데서 모든 것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키워드

#인터뷰
배용진·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