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쓴 ‘문희상 평전’.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쓴 ‘문희상 평전’.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퇴임을 맞아 그를 찬양하는 ‘문희상 평전’을 펴내면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처신으로는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선의 현직 지자체장이 아직 정계를 은퇴하지도 않은 같은 지역구 거물 정치인의 평전을 써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경기 의정부시가 시민 예산으로 6억원짜리 호화 화장실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3선 시장이 시정보다 정치활동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0년부터 시장직을 맡고 있는 안 시장은 의정부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지난 5월 말 문희상 의장 퇴임식 때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문 전 의장에게 ‘문희상 평전’을 헌정했다. 당초 ‘문희상 평전’은 안 시장을 비롯한 각계 교수들이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책을 읽어보면 안 시장이 단독 저자다. 안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시장으로 당선되기 전 의정부에 있는 신흥대(현 신한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냈다.

‘문희상 평전’의 내용을 읽어보면 문 전 국회의장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다. 총 800쪽 분량의 책이 문 의장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평, 문희상의 개인적 인생, 문희상의 정치 인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맨 뒤 표지에는 문 의장과 안 시장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캐리커처도 실려 있다.

3선 시장의 총선 정지(整地) 작업?

신흥대 교수 출신인 안 시장은 문희상 의장의 도움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문희상 라인’으로 불린다. 실제 안 시장 본인도 ‘문희상 평전’ 서문에서 “(문 의장은) 당시 당원도 아닌 저를 시장 후보로 여러 차례 간청하고 발탁하여 민주당 시장 후보로 공천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흥대 학교법인인 신흥학원 이사장은 강성종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17대, 18대 국회에서 의정부을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2012년 5월 임기 만료를 한 달 남기고 학교 공금을 횡령한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의정부시장으로만 내리 3선을 한 안 시장은 3선 제한 규정 때문에 더 이상 시장직을 맡을 수 없다. 자연히 다음 총선을 노린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부시의회 구구회 시의원(미래통합당)은 주간조선에 “평전을 내는 건 사비로 했고 시 예산을 쓰진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코로나19로 경기도 어렵고 의정부시 재정자립도도 낮은데 굳이 이 시점에 책을 내야 했나 싶다”고 했다.

차후 안 시장의 출마가 점쳐지는 의정부갑 지역구의 경우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둘로 갈라져 있는 상태다. 이 지역구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넣을 뻔했던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의 진원지다. 지난 1월 문희상 전 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당시 의정부갑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의정부에서만 6선을 한 대표적인 거물 정치인이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는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는 것이 사실상 ‘지역구 세습’에 가깝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아빠 찬스’로 여론이 악화하자 당시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문석균 부위원장 대신 청년 인재로 영입한 오영환씨(현 의정부갑 국회의원)를 이 지역에 전략공천했다. 그러자 문 부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의정부갑의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오 의원의 전략공천과 문 부위원장의 공천 탈락에 반발해 지역 내 민주당원들이 대거 탈당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오 의원은 의정부 지역과는 연고가 없는 인물이었다.

당시 안병용 시장도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문 부위원장의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민주당 당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안 시장은 공개석상에서 오 의원을 공격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당시 안 시장은 “공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며 탈당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문 부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오 의원이 쉽사리 당선됐고, 안 시장도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은 채 오 의원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이었던 6월 8일 경기 의정부시청 대강당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안병용 의정부시장 후보(가운데)가 문희상 국회의원(오른쪽), 김민철 의정부을지역위원장과 투표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이었던 6월 8일 경기 의정부시청 대강당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안병용 의정부시장 후보(가운데)가 문희상 국회의원(오른쪽), 김민철 의정부을지역위원장과 투표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6억 넘는 호화 화장실 건립 계획도

안 시장이 이끄는 의정부시는 현재 건립 비용이 6억원 넘는 호화 화장실과 국제 테니스장 건립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의정부시는 최근 1호선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화장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화장실의 건립 비용이다. 이 화장실은 멀리서도 잘 보이는 발광(發光) 화장실인데, 외벽 재료로 하얀 대리석을 쓰고 내부에는 LED등을 채워넣을 계획이다. 건립 비용이 3.3㎡(1평)당 2000만원을 넘는다. 3.3㎡당 1500만원대 정도인 의정부 내 신축 아파트의 가격보다도 더 비싸다.

애초 이 화장실은 택시기사들의 민원이 잇따르면서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다. 근린공원 인근에 화장실이 부족해 택시 기사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이 쇄도하면서 화장실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화장실 건립 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비판이 쇄도했다. 정의당 의정부시위원회는 성명에서 “호화 화장실을 짓겠다는 것으로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평당 2000만원이 넘는 호화 화장실과 사업비 467억원이 투입되는 국제 테니스장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러나 이런 시민들의 비판에도 안 시장은 지난 7월 7일 열린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호화 화장실과 테니스장 예산 낭비 주장은 정치적 음해”라며 건립 강행 입장을 되풀이했다. 의정부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역시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년간 택시사업자와 많은 시민이 건의했던 사업으로, 호화 공중화장실 비판은 일각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며 안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정 유력 인사들이 돌아가면서 시장, 국회의원 등 주요 자리를 맡아온 의정부시의 사례는 사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의정부 지역구는 2004년 분구되기 전까지 문희상 전 의장과 홍문종 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백중세를 이뤘다. 하지만 2004년 지역구가 갑·을로 쪼개지면서 홍 전 대표가 문 전 의장을 피해 의정부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홍 전 대표 역시 강성종 전 의원처럼 지역의 대표적인 사학 재벌 출신으로, 홍우준 경민학원 창립자의 아들이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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