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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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광화문과 마포 인근 카페에서 두 차례 만난 김용태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김병준 비대위 체제였던 2018년 12월, 253개 당협위원장 중 현역의원 21명을 포함한 79명을 교체할 때 사무총장으로 악역을 맡았었다. 당시 당내 반발에 자신의 지역구(서울 양천을)도 내려놓아야 했다. 그는 칼을 휘둘렀던 아픔에 대해 “내 몸을 잘라내는 고통이었다”면서 “나도 지역구를 포기하면서 지지자들로부터 원망을 들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양천을 대신 ‘20년 진보 텃밭’이라고 불리는 구로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의 통합당 지지율 상승에 당시의 ‘물갈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현역의원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로 기득권 구조가 깨지고 계파색이 옅어져 이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피할 생각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갈이로 계파색 옅어져, 이제 세대교체가 과제”

- 오랜 기간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던 통합당의 계파가 이제 많이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준 비대위 때 주도했던 당협위원장 교체가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하나. “김병준 비대위에 주어진 1차 과제는 당의 몰락에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한 인적 혁신이었다. 현역의원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로 기득권 구조가 깨지고 계파색이 옅어졌다. 다만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서 문제다. 민주당은 세대교체가 꾸준히 이뤄졌다. 이제 우리가 아닌 국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 그동안 계파 갈등이 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나. “나는 친박 패권뿐 아니라, 이상득으로 대표되는 친이 패권과도 싸웠다. 이러한 패권은 국정을 망친다. 패권의 속성이라는 것이 포용과 확대가 아닌 배제다. 결국 국회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 친문, 이른바 ‘대깨문’(극성 친문)들이 과거 우리 당의 친이·친박 패권주의와 똑같다. 느낌까지 같다.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데, 친박진영에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다’라는 얘기를 예사로 했다. 논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심금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는 “친박 패권으로 정권이 실패했지만, 친문 패권은 나라가 실패하게 만들고 있다”며 현재의 친문 패권주의가 훨씬 더 위험하다는 진단도 내렸다. “대통령 호위 그룹이 생기면 발언권이 커지고 힘이 쏠린다. 정치 파워가 커지면서 대통령을 결사옹위하게 되고 충성 경쟁을 벌인다. 이러한 분위기가 어느 순간까지는 점점 강화된다. 친문도 어느 순간까지는 광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이건 아닌데’라며 물러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갑자기 누군가 기회라고 생각해 더욱 강하게 충성 경쟁을 하는 식이다. 한 예로 진중권 전 교수가 추미애 장관을 비판하면 잠잠한데, 대통령에 대해 한마디만 하면 벌 떼처럼 달라붙지 않나.”

- ‘문재인 포퓰리즘’이라는 책도 냈는데 극성 지지층에 얹힌 현 정부의 포퓰리즘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보나. “문재인 정부에 몸담은 운동권 출신 핵심 인사들은 20대에 가졌던 착한 의도만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안 된다. 의도는 착하다고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자기들 이해관계로 움직이지 않나. 이제는 젊었을 때의 순수성도 잃어버렸다.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은 같이 나온다. 집권세력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가주의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장이 사악하니까, 선한 국가권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 국가주의다. 하지만 국가가 시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방자한 생각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이다. 포퓰리즘은 이러한 국가주의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퍼주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자신의 지지 그룹을 필사적으로 넓히고 그들만 이익이 되도록 만든다.”

- 지금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 뭐라고 보나. “도시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무조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을 지어야 한다. 공급 이외에 대책이 없다. 현재 공급 자체가 스톱되어 있다. 그린벨트 접경에도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유세를 올리면 양도세를 낮춰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보수는 인간의 선한 의지가 아니라 시장 자율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다.”

“서울시장 출마는 피할 생각도, 피할 수도 없다”

- 내년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데 실제 출마 의지가 있나. “서울 비강남권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 하면서 느낀 것은 서울이 무한 잠재력이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의 지난 9년은 정말 참담한 실패였다. 서울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파먹어버렸다. 매우 비효율적이고 원칙이 없었다. 부동산만 하더라도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나서지 않았다. 모든 걸 토건사업이라고 몰아붙여 하지 않다 보니 주택공급 자체가 줄어들었다.”

- 서울시장 경선에는 나설 생각인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는 정권 심판을 위한 교두보라고 본다. 또한 정의의 문제다. 불쏘시개가 되는 것도 영광이다. 경선 경쟁력을 위해 모두 나서야 한다. 피할 생각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 지난 총선 공천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많은데 책임감을 느끼지 않나. “이 세상에 100% 완벽한 공천은 없다. 김병준 위원장 때 발탁되어 1년 이상 지역구를 갈고닦았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공천에서 추풍낙엽으로 탈락했다. 그런 공천을 하게 된 것은 일단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통합을 하지 않으면 선거를 해 보나 마나였다. 통합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다 보니 본선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진 젊은 인재들이 많았다. 인적 혁신 작업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 젊은 인재들을 통합당으로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처럼 젊은 사람들을 구색 맞추기 혹은 총알받이로 사용하면 안 된다.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 오지 않겠나? 그것도 아니면 적극적으로 비례를 주든가 해야 했다. 영남, 강남 3구에 파격적으로 30대를 공천하면 왜 안 되나? 젊은 인재들이 ‘당이 우리들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없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이런 비판이 나오면 당연히 20대가 통합당을 지지할 이유도 없다.”

- 지난 총선에서 진보 텃밭이라는 구로을에 출마한 걸 후회하지 않나. “당시 여당이 대통령의 복심(윤건영 의원)을 공천해 저격수가 필요했다. 거절할 처지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지난 총선 공천에 잘못이 많이 있었다고 본다. 국민들은 나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내 편이 되어주고, 나의 삶에 책임져줄 것을 원하는데 이러한 요구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해서 패배했다.”

- 통합당이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선주자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미스트롯’ 형식으로 대선후보를 뽑자는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어떤 생각인가. “내년 서울시장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는 정말로 중차대한 선거다. 통합당은 변해야 한다. 당이 독점을 하면 안 된다. 서울시민과 국민들에게 (선거권을) 돌려줘야 한다. 국민들이 직접 선택하는 개방형 방식이 옳다. 실력과 밑천이 탈탈 털리도록 해야 본선에 나가서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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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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