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유재중 전 의원, 이언주 전 의원, 이진복 전 의원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유재중 전 의원, 이언주 전 의원, 이진복 전 의원 ⓒphoto 뉴시스

내년 4월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는 국민의당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야당에서만 10명 안팎의 잠재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당권을 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현역 의원 차출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이번 선거에 나올 후보들은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과 유재중 전 의원, 이언주 전 의원, 이진복 전 의원 등으로 압축되어 가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여의도연구원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지역 내 명망이 높은 전직 국회의장에게도 손을 내미는 등 경선 통과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간 지역 매체들과 여론조사업체들이 수행해온 부산시장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병수 의원이 1위, 이언주 전 의원과 민주당 소속의 김영춘 국회사무총장이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진복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좀처럼 한 자릿수 지지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지율 1위 서병수 의원 딜레마

하지만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서병수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현재 개헌저지선이 위태로워 1석이 아쉬운 국민의힘 입장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이미 확보한 현역의원의 지역구를 비우기는 쉽지 않다.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비울 경우 다시 지역구 보궐선거가 발생할 요인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출마 명분이 떨어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현역 의원의 선거 출마에는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병수 의원이 이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나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패배한 적이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언주 전 의원도 서 의원과 함께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기록해 왔다. 이 전 의원은 부산 출신이고 영도여고를 나왔지만 주로 수도권에서 활동해 왔다.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선거운동에 돌입했을 경우 지역 조직과 세(勢)라는 측면에서 지역 표밭을 오랫동안 갈아온 후보들에게 밀릴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여론조사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국민의힘 후보들에게도 경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진복 전 의원은 현재 자천타천 거론되는 부산시장 후보군 중 가장 먼저 출마 의지를 내비치고 활동해 왔다. 그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후방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과는 의원과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어 왔다. 박 전 의장이 국회의원을 지낼 때 이 전 의원이 보좌관을 맡았었다. 지역구도 박 전 의장이 6선을 한 부산 동래구에서 이 전 의원이 3선을 했다.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의 경우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총장은 정 전 의장이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역임할 때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었다. 정 전 의장의 신임이 두터워 국회 사무총장직에 오르도록 직접 청와대에 뜻을 전달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박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로 분류되지만 박근혜 정부 요직에도 기용된 바 있다.

5선 의원 출신의 정의화 전 의장은 긴 정치 생활에도 이렇다 할 스캔들이 없어 현재도 부산 지역에서 명망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도 지역 정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국회의장들의 지원사격

물론 전직 의장들의 ‘지원사격’은 어디까지나 외곽에서의 지원이다. 당내 가장 큰 영향력을 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간 ‘신선함’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간 김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에서 김 위원장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을 필두로 한 당 지도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후보를 후방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서 ‘복수의 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공천관리위원회 의결로 단수추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 초선의 박수영·김미애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부산시장 후보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인물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새로운 사람을 내세우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경남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전직 의장들이 뭘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새로운 사람이 좋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당내 의원들 사이에 있다”며 “이번 선거가 ‘미투’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부산 역시 여성 후보면 더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 지도부가 섣불리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선 룰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선 룰을 만들거나 밀어줄 경우 다른 후보들이 불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역 여론이 국민의힘에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표가 갈라지면서 부산시장 선거를 오히려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지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부산시장 선거를 목표로 두고 지역 표밭을 오랫동안 다져온 후보들은 지도부가 다른 인사를 전략공천할 경우 불복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표가 분산돼 다른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