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횡령과 뇌물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횡령과 뇌물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9일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항소심 이후 법원의 구속집행 정지 결정으로 석방된 이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2일 서울 동부구치소에 다시 수감될 예정이다. 17년형이 그대로 집행된다면 올해 79세인 이 전 대통령은 사실상 여생 전부를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보내야하는 처지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7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7년 3월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올해 68세로, 20년 형을 모두 마치면 85세에 출소하게 된다. 현재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돼 심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고심 판단을 받은 만큼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사실상 여생 전부를 감옥에서 보내야하는 처지가 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고령인데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역대 실형을 선고받은 대통령 중 가장 긴 수감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4월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2년여 동안 수감생활을 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3년 7개월 가까이 수감돼 있다.

청와대가 ‘국민 통합’의 명분을 내세워 특별사면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앞서 YS정부 임기 막바지인 1997년 12월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의 경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김영삼 전 대통령을 설득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청와대 역시 내년에 임기 5년차를 맞는 만큼, 상대 진영과의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후보자 시절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번 대법원 상고심에서 뇌물·횡령죄가 확정됐고, 박 전 대통령 역시 사실상 뇌물죄가 확정될 처지다. 문 대통령이 이 사면 원칙을 고수한다면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사법 행위보다 ‘정치적 행위’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있다. 지난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와 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특멸사면을 결정했다. 이 특별사면에는 김종률 김현미 배기선 이부영 박혁규 전 의원 등 당시 야당 출신 국회의원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재임 중 ‘정치적 사면과 임기 내 범죄에 대한 사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에서 ‘반대 진영과의 정치적 관계를 정리하고 통합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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