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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33호] 2020.11.16

조급해진 이낙연의 ‘김현미 패싱’

▲ 2018년 4월 24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료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먼저 여론조사를 들여다보자.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보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지사는 23%, 이낙연 대표는 22%를 기록하며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이 대표는 이 지사보다 당심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 당심의 우세를 민심의 우세로 연결해야 한다. 6~7월만 해도 전환 과정은 순조로웠다. 지지율 조사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격차로 이 지사를 따돌리면서 민심에서 우세를 점했다. 그런데 8월부터 그 격차가 사라졌고 지금까지 박빙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대표에게 애초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7개월이 채 못 됐다. 대선후보로 나서려면 내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이제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아직 처리해야 할 원죄 같은 일들이 남았다. 2021년 4월에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책임은 시간을 따져보면 그가 져야 한다. 이 대표가 사퇴하는 날은 내년 3월 9일이지만 이 대표 체제 아래서 민주당은 후보를 결정해야 하고 무대에 등판시켜야 한다. 오롯이 보궐선거의 평가를 감당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고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로 생채기가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여론의 움직임은 이 대표에게 고민거리다. 부산은 애초 쉽지 않은 곳이었지만 해볼 만하다고 봤던 서울에서 국민의힘에 정당지지도가 밀리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11월 5일 TBS-리얼미터 조사(95% 신뢰수준, ±2.5%포인트)를 보면 서울에서 국민의힘은 31.4%를 얻어 30.3%를 얻은 민주당을 제쳤다. 11월 9일 YTN-리얼미터 조사(95% 신뢰수준, ±4.4%포인트)도 흐름은 비슷했는데 국민의힘은 32.2%, 민주당은 30.6%를 얻었다. 일시적 흐름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이렇게 만든 게 ‘부동산’ 때문이란 거다.
   
   
   ‘공급’ 언급하는 민주당의 TF
   
   이 대표가 직접 무언가를 챙기기 시작한 건 그래서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사람들은 진중해 보이고 점잖아 보이는 이 대표를 워커홀릭에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한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까지 엄청난 노력과 결과를 요구한다. 본인이 직접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경우가 많고 실수에도 매우 엄격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총리 시절 그를 보좌하던 주변 사람들은 “버티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가 당대표가 된 뒤 TF를 활용하는 건 이런 그의 업무 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가 취임한 뒤 민주당에는 특위와 TF가 약 40개 정도 등장했다. 현안에 대응하는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고 있는데 이 대표는 중간마다 보고를 받고 피드백을 준다. 최근에 등장한 TF는 11월 5일 발족한 미래주거추진단이다. 부동산 문제를 당에서 직접 다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인데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대선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당대표에 충실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만큼 보궐선거부터 추진단이 그리는 밑그림을 적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가 부동산 급등과 전·월세 문제 등 민생 현안에 직접 나서겠다는 걸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고맙게 생각할 리는 없다. 추진단 발족식에서는 조직 재편의 문제도 나왔는데 국토부의 권한을 일부 떼어내자는 얘기였다. 이 대표는 “정부 조직에 주택 및 지역개발부를 신설하는 안을 검토해 봤으면 한다. 부처별로 산재한 주택 관련 정책·기능·조직을 일원화, 체계화하고 관련 정보와 통계를 통합해 효율적인 주택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진단에서는 주거 수요 변화에 부응하는 공급 대책에 관해서도 논의할 예정인데 현 정부가 신중론을 펼치는 도심 용적률 상향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 부동산 대책을 직접 논의하는 건 부동산 문제가 그만큼 아킬레스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궐선거를 넘어 대선까지 가더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민주당 후보는 없다. 여기에 더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정 간 엇박자에 김 장관 책임을 따지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관료 출신도 아닌 3선 지역구 의원 출신의 장관이 민심 대응에 늦다는 불만도 있다. 이런 김 장관과 민주당 사이의 부동산 엇박자는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전해졌다.
   
   
▲ 지난 8월 11일 오후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관료에 휘둘린다는 건 옛날 이야기”
   
   지난 8월 31일 김 장관은 국회국토교통위에 출석해 30대의 부동산 패닉바잉에 대해 “영끌 매수(영혼까지 대출을 끌어 집을 매수한다)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는데 불난 민심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10월 16일에도 “전세난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뒤이어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세난의 원인은 코로나19와 저금리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저금리 기조는 오랫동안 지속됐던 일인데도 현재 불거진 비난 여론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보여 말들이 나왔다.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 비공개 회의에서도 부동산 대책이 언급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 전세 대책의 필요성을 언급한 반면 주무부처 수장인 김 장관은 정책의 효과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라고 이야기했다. “김 장관이 국토부 관료들에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 “현장 민심보다 국토부 관료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것 아니냐” 등의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다.
   
   반면 지금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판단과 태도가 국토부가 아닌 김 장관의 뜻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장관은 의원 시절에도 보좌관들에게 인기가 좋은 ‘영감님’이었다. 부하 직원에게 필요한 권한을 주고 문제가 생길 때는 울타리 역할을 해줘 리더십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출신 정부 관계자는 “여당 출신의 중진 의원이 장관으로 와서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김 장관이 오히려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부처 국장급이 정책을 두고 장관과 논쟁하는 일도 있었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그런 사람들이 다 솎아졌고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무원 사회도 점점 ‘노’라고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국토부가 개발지상론을 펼치는 줄 알던 사람들도 이곳에 와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의사 결정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청와대나 국회에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정해지고 오더가 내려오면 실무적인 논리나 방법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게 국토부다. 막상 그렇게 하고 나면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욕먹는 경우가 많다.”
   
   2017년 6월 23일 국토교통부 수장으로 취임하던 날, 김 장관은 덕담이 아닌 파워포인트 발표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화면에 자료를 띄워가며 가장 강조했던 건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의지였다. 김 장관은 당시 “올해 5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줄었는데 3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비중은 늘었다”면서 “최근의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다.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라고 강조했다. 투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전달했다.
   
   
   “서울 도심 공급은 장관 철학과 맞지 않아”
   
   부동산 정책은 크게 공급과 수요로 나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부동산 불패신화에 맞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종부세 등의 규제와 주택담보인정비율·총부채상환비율 정책 등을 도입하며 초점을 수요 억제에 맞췄다. 결과는 실패였고 집값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런 얘기를 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서울 중심에 재개발을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마치 부동산업자처럼 생각되던 분위기였다. 그때도 서울 집값은 투기 중심의 과도한 허위 수요 때문이라고 보고 수요 정책을 펼쳤다. 대출과 세금을 활용해 팔을 비틀어서 수요를 줄이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서울 집값의 상대적 가치를 알게 됐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데 세계 유수 도시에 비해서 서울의 집값, 특히 강남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게다가 강남은 공급도 제한돼 있는 희소한 재화다. 이미 강남 중심의 부동산 평가는 끝난 셈이고 무슨 대책을 세우더라도 수요 정책으로는 오를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의 문제 인식은 노무현 정부의 그것과 닮았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지만 투기 억제, 수요 억제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공급은 서울 외곽 위주로 하되 도심이나 강남 등 핵심 지역은 건드리지 않는 것도 다르지 않다. 일단 국토부의 대책은 ‘23타수 무안타’라는 비아냥까지 받으며 실패라고 평가받는다. 게다가 국회에서 의원들이 전세난에 관해 대책을 묻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직접 “특출 난 대책이 있으면 이미 정부가 했을 것”이라고 답하며 ‘확인 사살’까지 했다. 더 이상 쓸 만한 카드가 없다는 걸 경제부총리가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서울 도심에도 공급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생겼다. 당장 선거가 급한 여당 입장에서는 국토부의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김 장관은 당장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이는 게 엇박자의 이유다. 한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도 노무현 정부 때 국회에 입성한 386세대 정치인이고 그 세대 정서와 함께한다. 그들에게 지역균형발전, 부의 불평등 해소는 중요한 가치다. 마지막 카드로 쥐고 있는 게 서울 도심에 공급을 늘리는 건데 장관과 철학적으로 맞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런 엇박자 속에 늘어가는 건 패싱 논란이다. 지난 10월 23일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이 부동산 대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고 했는데 당정 협의가 진행됐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답했다. “협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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