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관련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photo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관련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photo 공동취재사진 /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고 징계 청구를 한 가운데, 현 사태를 바라보는 보수 야권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추미애로 하여금 윤석열을 탄압해 대권 주자로 키운 뒤, 도리어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여권의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의 존재감이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추 장관은 지난 11월 24일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명령을 내렸다. 이에 윤 총장은 11월 26일 자신에 대한 직무 정지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접수했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장관 임명 직후부터 계속 이어져온 ‘추·윤 갈등’이 법적 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과 추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윤석열 대망론’이 거세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월 27일 추 장관을 향해 “고삐 풀린 미친 말 한 마리가 밭에 들어가 돌아다니며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치는 일을 봤다”며 “추미애 무법부(無法部) 장관의 난폭과 활극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온통 망가뜨려 놓고 있다”고 다소 거친 표현으로 비판했다. 한편 주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11일 윤 총장이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자 “여론조사는 변하는 것이니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적인지 동지인지 잘 구별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추 장관이 ‘X맨’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었지만, 윤 총장의 대권 지지율 1위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뒤인 11월 25일 긴급기자간담회에서도 ‘아직도 윤 총장을 정부 여당 사람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기 때문에 여권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여권의 반간계(反間計)”라는 보다 직접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른바 ‘윤석열 때리기’가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검사 앞세워 소위 국정 농단 수사로 보수와 우파 진영을 궤멸시켜 놓고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만들어 윤 총장을 반대 진영의 주자로 세우도록 야권 분열을 작업한 후 정권 재창출 한다?”라고 했다. 추·윤 갈등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여권의 ‘반간계’라는 비판이었다.

윤 총장은 현재 중도·보수층에서 지지를 얻고 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윤 총장이 향후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고 나올 경우 보수층이 분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최근 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우리 당 출신 대통령(이명박·박근혜)을 수사한 사람을 대권 후보로 맞이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면서도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지 않고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할 경우 야권은 또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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