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코로나19 위기 자영업자 대책 촉구 상인단체·시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7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코로나19 위기 자영업자 대책 촉구 상인단체·시민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정의당이 여당과 청와대에 연일 각을 세우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노선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위성정당 논란 때부터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가 불편해졌고, 정의당이 이후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노선을 걸으면서 민주당을 저격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공수처 독립성의 근거인 야당의 비토권이 훼손됐다”며 공수처법 개정안에 당론과 배치되는 기권표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에게 취재진이 장 의원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이 관계자는 “이들(장 의원)의 소신이 사안의 선과 후, 주와 종, 역사적 소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인지 회의적”이라는 한겨레신문의 칼럼을 인용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남의 칼럼이나 에둘러 인용하며 해괴한 소리만 가득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지난 12월 8일 저녁에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전화해 낙태죄와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설파하자 정의당이 이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당대당 차원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의원이나 당직자 개인 간의 갈등 차원이지만 정의당 의원들이 이렇게 민주당에 각을 세우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 초기 때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당시 정의당은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의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은 청문회 통과가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말이다. 바꿔 말하면 정의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일부 인사를 빼면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에 긍정적 의견을 유지하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정의당은 지난해 ‘조국 사태’ 때 원칙을 잃은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의당의 숙원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의 열쇠를 쥔 민주당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는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 등 자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결정적인 파열음을 냈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위성 정당 논란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내자 그 대응책으로 자체 위성정당을 출범시킨 민주당을 향해 정의당은 ‘명분이 없다’며 각을 세웠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밀어붙이면서 정의당 후보가 우세한 인천 미추홀 을, 창원 성산 등에서 정의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거부했다. 그 결과 정의당은 간판인 심상정 의원 단 한 명 만이 지역구에서 살아남는 참패를 당했다. 다만 비례대표에서는 지난 총선보다 2%가량 오른 9.67%의 정당득표율을 받아 5석을 획득했다.

지난 총선 참패 이후 새로 들어선 정의당 지도부가 이전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도 현재 정의당이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10월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당헌당규를 고치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내려는 민주당에 “스스로 한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며 원칙을 지킬 것을 주문했었다. 당시 김 대표는 “(만약 민주당이 후보를 내면)정의당이 앞장서서 다른 진보 정당과 진보시민사회를 묶어 세우면서 강력한 선거연합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