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그걸 거부할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퀴어문화축제는 도시의 중심이 아니라 남부 쪽에서 열린다.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퀴어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이 발언으로 ‘혐오 조장’ 비판에 직면하자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광화문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다. 이를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사실상 그가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보수적 입장을 확고히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정치입문 때부터 각종 정책, 사회 문제 등에서 진보·보수의 입장이 갈릴 때 ‘우클릭’을 시도하곤 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런 행보가 두드러졌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입장 선회가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당초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했지만, 대선이 임박하자 돌연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못박았다. 대선 토론회에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두고 “공과 과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의원 등 호남 출신 의원들은 안 후보의 이 같은 태도를 규탄했고,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이 불거지자 안 후보에게 ‘우경화’ ‘보수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 안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동길 전 연세대 명예교수, 반기문 전 유엔총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보수 인사를 연달아 만났는데 이 같은 행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했던 한 인사는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인의 실력이라는 건 긴 안목을 가졌느냐에서 오는데, 과거나 지금이나 안 후보는 변한 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도 보수 지지층을 포섭하려는 시도겠지만, 중도를 표방하면서 보수를 지향하는 이 같은 태도가 정치관을 불분명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