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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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60)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다들 단일화를 원하시지만 (선거를) 하다 보면 나중에 단일화가 쉽지 않다”며 “(후보들 간) 감정이 쌓여가고 세력이 결집하고 그런 상태에서 단일화가 된다 한들 민심은 따라서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서, 야권 분열 상태를 원천 봉쇄하자는 차원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한테 당(국민의힘)으로 들어오시라고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과 본인의 출마 선언을 결부시켜 일각에서 ‘조건부’라고 비판받았던 지난 1월 7일 출마선언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오 후보는 다만 “단일화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단일화 절차) 아직 시도도 안 해본 것”이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은 오는 3월 4일 오 후보를 포함해 나경원, 오신환, 조은희(가나다순) 예비후보 중 한 명의 최종 후보를 가린다. 경선 기간 동안 이 네 명의 서울시장 후보들은 각각의 일대일 토론을 거치면서 격론을 주고받아 왔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당 후보 간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이 난무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의 두 후보가 ‘누님, 동생’ 하는 식으로 서로를 띄워주는 것과 달리, 경쟁에 매몰돼 후보들 서로 간의 비판이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다. 인지도와 지지율에서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나경원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서로를 ‘원내대표 시절 성과가 없다’거나 ‘시장직을 내팽개친 분’이라는 식으로 거칠게 몰아붙이는 등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다.

오 후보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미스터트롯’ 형식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이 흥행한 것을 본떠 만든 경선 룰을 가리킨 것이다. 국민의힘 내 공천관리위원회 등의 기구에서 지나치게 후보들 간 경쟁을 강조한 나머지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이 됐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미스터트롯처럼 그렇게 재미있게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인기가 올라간다고 해서 공관위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이 게임을 설계했다”며 “일대일 스탠딩 토론도 하고 싸움을 붙여 놓고 싸움하지 말라 하면 그렇게 되냐”고도 했다. 현재 후보들끼리의 일대일 스탠딩 토론 위주로 짜인 공관위의 경선 룰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경선 룰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일부 언론의 책임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 후보는 “미스터트롯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경선의 구조가 이렇게 짜인 것”이라며 “일대일로 주제도 없고 그냥 토론을 무작정 해라. 그래놓고서 (상대 후보를) 위해주라고 하면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도 자제할 부분은 자제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오 후보는 그간의 일대일 스탠딩 토론에서 오신환·조은희 후보에게 승리했고 나경원 후보에게는 패배했다. 토론회 직후, 당원과 시민 1000명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의 ARS 투표 결과다. 인터뷰 하루 뒤인 2월 25일, 오 후보는 “지금의 평가단은 100% 당협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구성됐다. 특히 당원 중심의 평가 결과가 시민 평가라는 이름으로 보도되고 있어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할 여지가 크다”며 “토론평가단을 즉시 해체하고 서울 시민들의 평가가 아니었음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오 후보의 불만처럼 격렬한 일대일 토론 과정을 수차례 거치면서 경선 후보들 간 감정은 상당히 악화되어 있는 모양새다. 오 후보에게 ‘경선 상대로 맞붙어 본 다른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오 후보는 “뭐 더 다른 얘기 하면 깎아내린다 하니 말을 못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는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지적이 야권의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서 나왔다. 유 전 대표는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시민은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데 야권은 후보 단일화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이에 대해 “서울시민 중 많은 분이 정권 교체를 원하시는데, 정권 교체의 교두보가 서울시장 선거이다 보니 단일화를 애타게 바라시는 것”이라며 “그런 시민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게 먼저고, 정계 개편이나 이런 건 거기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을 바라보는 유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정계 개편까지 따라오는 게 바람직해 보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단일화가 선행이 돼야 정치권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게 오 후보의 반론이다.

지난 2월 23일 나경원 후보는 오 후보와의 일대일 토론에서 오 후보에게 “소신과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후보에게 하는 것치고는 다소 강도가 높은 비판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당시 시간관계상 오 후보는 제대로 답변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에 대해 묻자 오 후보는 “제가 왜 소신이 없겠나. 소신이 없으면 무상급식에 그렇게 자리를 걸고 맞섰겠느냐”고 반박했다. 당시는 무상급식, 현재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 오 후보는 일관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 후보는 “아직도 민주당이 지금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나눠 주느냐 아니면 선별적으로 더 피해가 많은 분들에게 나눠 주느냐를 갖고 자기들끼리도 헤매지 않냐”며 “이건 영원한 숙제”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더구나 우리나라 나랏빚이 연간 1000조원인데 이런 나라에선 앞으로 이런 논의들이 더할 것”이라며 “결국은 선별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걸 미리 내다보고 그 점에 대해 먼저 문제제기를 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자리를 건 것은 후회하고, 잘못했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서울시장직을 건 것은 잘못이지만, 보편복지보다는 선별복지라는 가치를 위해 맨 앞에 서서 싸웠던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06년부터 2011년 중도 사퇴할 때까지 서울시장을 지낸 오 후보는 이미 시정을 운영한 경험이 최대 강점이다. 오 후보 스스로도 이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서울시장 시절을 설명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한 시장직 사퇴다. 이로 인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등장해 서울시장이 됐고 10년간 서울시장직을 수행했다.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분열로 인한 2016년 총선 승리와, 같은 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승을 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직을 건 것은 잘못, 선별복지는 후회 없어”

일각에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 범야권 후보의 대권 직행 가능성을 거론한다. 지지율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없는 현재 범야권의 지형상, 야권 후보가 이번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대선주자급의 지지율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때문이다. 오 후보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면 바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각 정당마다 8월 말이면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된 인물이 다음 대권에 직행하는 것은 일정상 아예 불가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 후보는 “5년짜리 공약을 내놓고서 (대권에 직행하는 것은) 약속과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저는 출마선언문에서 이번에 당선되면 계속해서 서울시장 재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고민정 의원에 패배하면서 기세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오 후보는 늘 야권의 잠재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언급된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오 후보는 ‘대선으로 직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이 같은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해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된 이유에 대해 “쭉 의견수렴을 해왔는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지면 내년 정권 탈환은 힘들어진다. 중량감 있는 사람이 나와서 꼭 승리했으면 한다는 당내 여론이 강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마찬가지로 대선후보로 언급되다 서울시장 선거로 입장을 바꾼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도 “어차피 그분도 단일화의 대상”이라며 “나오신 분들이 다들 훌륭한 분이시고, 특히 정치개혁의 의지가 강하고 그런 노력을 해오신 분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이 지닌 시대정신에 대해 “공존과 상생”이라고 정의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많은 이들을 서울시가 나서서 보듬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오 후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서울시가 보듬고 함께 어우러져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돌파해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오 후보의 경선 맞상대들인 나경원 후보와 조은희 후보는 오 후보에게 “10년간 행정현장을 떠나 있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여의도는 떠나 있었지만 제 인생은 쉬지 않았다”며 “강연과 강의, 연구 활동으로 지난 10년이 다져져 왔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뒤 고려대 석좌교수 등 주로 대학을 근거지로 활동해 왔다. 현실정치에서 떨어져 있었을 뿐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분석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10년간 무려 다섯 권의 책을 썼다”며 특히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중점적으로 고민해왔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요일 최종 후보 발표 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있다고 본다”며 “단일화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최대한 밀알이 되고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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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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