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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66호] 2021.07.12

이재명의 ‘文 거리두기’ 상향 조정?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07-09 오후 4:56:47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기념촬영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박수를 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반(反)이재명 전선’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여권 내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본선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친문계는 여전히 이 지사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친문 지지자들과 이 지사 지지자(‘손가락 혁명군’)들의 갈등도 골이 깊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출마하자 강성 친문 네티즌들은 “차라리 남경필을 찍자”며 ‘낙선 운동’까지 벌였다. 현재 친문 지지자들의 대선주자 지지는 대체로 이낙연·추미애로 양분된 모양새다.
   
   지난 7월 5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소위 ‘대깨문’이 ‘누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도 없고 제대로 성공시킬 수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당내 강성 지지층을 작심 비판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지사는 현재까지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지난 7월 2일 치러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을 묻는 질문에 “나도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라며 “남 이야기 하듯 할 수 없다. 내 책임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7월 7일 MBC 100분 토론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 토론회에서는 ‘4·7 보궐선거 패인이 조국 이슈라는 일부 평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반대를 의미하는 ‘×’ 푯말을 들기도 했다.
   
   
   “이재명의 최대 약점은 집권당 후보”
   
   현재까지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 후반대를 기록하는 등 역대 정권의 집권 말기에 비해 지지율이 높다는 점은 이 지사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과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28~29일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4.8%였다. 반면 ‘정권재창출’은 37.5%로,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때문에 이 지사가 언제 ‘배신’할지 모른다는 불신의 기류가 친문계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후임 정권’의 배신은 정치공학적으로 필연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재명의 최대 약점은 집권당 후보라는 사실”이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그가 최근 20%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는 이유도 집권당 주자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지금은 친문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에 친문 정서를 거스를 수 있는 비판은 입에 담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이 본선 후보로 확정되고 나면, 그는 중도층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까지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친문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본선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친문을 끌어안고 중도층을 포기하느냐, 친문을 포기하고 중도층을 얻느냐’가 이 지사가 처한 딜레마다.”
   
   1987년 이후 대권은 보수 10년(노태우·김영삼), 진보 10년(김대중·노무현), 보수 10년(이명박·박근혜)이 번갈아 차지해왔다. 이른바 ‘10년 주기론’이다. 이 10년 주기론의 공통점은 같은 진영 내 ‘후임 정권’이 ‘선임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는 것이다. 집권당이 레임덕에 빠지고 여론이 나빠지면, 여당 대선후보는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은 물론 탈당까지 요구하곤 했다.
   
   이 10년 주기론에 비춰 봤을 때 현재 여권의 특징은 친문 지지층이 당내 헤게모니를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 탓에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본선 후보로 오른 후에도 문재인 정권과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토끼’ 잡겠다고 ‘집토끼’를 완전히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재명이 ‘거리두기’에 나설 조건들
   
   다만 집권 말기에 여론을 더 악화시킬 권력형 비리나 실정(失政)이 나타나면 이 지사 역시 이를 계기로 ‘거리두기 전략’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유창선 평론가는 “이 지사 자체가 항상 명확하게 입장을 내는 사람인데, 정권 관련 비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권력에 의해 ‘핍박받는’ 이미지로 지지율을 얻게 된 것을 보면 이 지사 또한 집권당 주자의 기득권 이미지를 내려놓기 위해 애쓸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선택적 검찰권 행사에 더 큰 문제가 있지만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도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분명 지나쳤다. 수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와 엄청난 마녀사냥을 했다. 기본적으로 선택적 정의를 행사한 윤석열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 대신 ‘윤석열 검찰’을 저격한 것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 정리는 여전히 이 지사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비문계에 속하는 더불어민주당 전직 의원은 “본선 진출이 유력한 이 지사가 지금 시점에서 굳이 친문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할 필요는 없지만, 본선으로 넘어가면 이 지사는 조국, 윤미향 등 여권이 보여준 ‘내로남불’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조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인데,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왜 인기를 얻었는지 생각해보면 어물쩍 넘어가는 태도로는 중도층의 마음을 사기 어렵다는 걸 이 지사 본인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 지사와 친문 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 수 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 경선 연기론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친문 주자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현재로선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반이재명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 5일 정세균·이광재 후보의 단일화 이후 정세균·이낙연 단일화도 물밑에서 논의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선이 진행될수록 ‘반이재명 전선’보다 결국 ‘친문’ 대 ‘비문’ 구도가 강해질 것”이라며 “이 지사가 경선연기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중에는 빨리 본선 후보가 되어 차별화 전략을 시작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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