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지지율 2위권 그룹인 ‘이낙연-정세균’ 단일화 가능성이 경선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두 예비후보(이하 후보)는 현재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낙연-정세균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지난 7월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두 후보가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두 후보는 식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4기 민주정부 탄생과 정권 재창출에 협력한다”는 취지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현재 두 후보 단일화의 핵심 변수는 시점이다. 언제 단일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이낙연·정세균 중 누가 단일후보로 뽑힐지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적합도나 지지율을 보면 1위 이재명, 2위 이낙연으로 나오고 3~4위권에 정세균 후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단일화를 하면 지지율에서 앞서는 이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낙연 후보는 민주당의 당 예비경선 과정 중 하나인 ‘국민면접’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두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이낙연 후보 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낙연 후보는 정세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두 번째 총리로 일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권 재창출, 그리고 민주정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만 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그게 경선에서 제일 중요한 사안인데 어림짐작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 않냐”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내용 이외에는 아직 밝히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정세균 후보 측은 좀 더 적극적인 분위기다. 현 시점에서 단일화와 관련한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앞으로 7월 말, 8월 초에 들어가면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모든 가능성을 닫아놓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세균 캠프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단일화는 너무 빠른 이야기”라면서도 “8월 돼서 본경선 시즌에 들어가면 서로 소통하고 편이 나뉠 텐데, ‘명-추(이재명-추미애) 연대’라고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편이 나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라며 “결선 투표가 되면 당연히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오는 7월 12일부터는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선거인단을 모집하는데 ‘파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두 후보가 당분간은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것이 세(勢) 불리기 차원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결선 투표 때 연대 가능성 높아”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단일화를 한 정세균-이광재 후보 간 단일화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지난 7월 5일 단일화 직후 기자회견에서 두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후보가 여론조사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광재 의원 측 한 관계자는 “단일화 여론조사를 안 했다는 건 오보”라며 “선관위 검토를 받으면서 여론조사를 했고, 단일화 여론조사의 경우 누가 이겼다는 결과만 공표가 가능할 뿐 어느 후보가 몇 퍼센트의 지지율을 받았다는 건 공표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절차는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 외에 후보님들 간에 플러스알파적인 디테일이 있었다”고도 했다. 이광재 의원 본인의 정치적 결단도 단일화에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 캠프는 정세균 후보와의 단일화를 발표한 기자간담회 직후 해단식을 가졌다.

이외에 이낙연-정세균 두 후보의 캐릭터가 상당히 겹친다는 점 역시 두 후보의 단일화를 점치는 요소 중 하나다. 공통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두 후보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주류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재명은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게 약점”이라며 “가뜩이나 불안한 시대에 안정감이 중요한데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그 점에선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륜이라는 측면에서도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나이는 이낙연 후보가 1952년생, 정세균 후보가 1950년생으로 여야를 합쳐 가장 나이가 많은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국무총리 외에 이낙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정세균 후보는 국회의장을 지냈다. 두 후보 모두 각각 5선과 6선의 중진의원 출신이다. 인지도라는 측면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정세균 후보보다 현 시점에서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이 후보는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매끄럽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이후 현 정부 중반까지 상당 기간 여야를 합쳐 지지율 1위를 기록해왔다. 현재도 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에 이어 꾸준히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정 후보는 이 같은 본인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배우 김수미씨를 후원회장으로 맞아 주목받기도 했다. 당내 입지는 탄탄하지만 일반 국민들로부터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밀리는 만큼 인지도를 보완하겠다는 측면에서다.

반면 당내 세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정세균 후보가 이낙연 후보를 압도한다는 평이다. 6선에 국회의장을 지냈고 지역구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였던 정 후보는 당내에 굳건한 자기 세력을 갖고 있는 반면, 이낙연 후보는 5선에 당대표를 지냈지만 당내 세력은 정 후보에 비해 상당히 밀린다는 평이다. 후보 본인의 덕목인 ‘안정감’ ‘신뢰’라는 측면에서도 정 후보가 앞선다는 평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세균이 광주에 내려가서 카페 사장을 만나 자영업자들의 쓴소리를 현장에서 듣지 않았나. 싫은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건 매우 잘한 것이라고 본다”며 “이낙연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지막까지 두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보통 단일화는 어느 한쪽이 확실히 우위에 있을 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낙연-정세균은 백중세로 보인다”며 “두 후보 모두 완주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당내 경선은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있는 만큼 막판에는 후보들 간 합종연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9월 5일 첫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절대강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다음 날 결선투표에서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7월 11일 9명의 대선후보 중 3명을 컷오프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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