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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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지난 8월 26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갈등을 빚은 이준석 당대표를 향해 “자신이 스트라이커가 돼서 골 넣을 생각 하지 말고 센터링을 올려줄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당대표의 메시지는 짧고 간결한 게 좋다. 대표의 역할은 대선후보들 광내주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당내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11월 윤 전 총장이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된 다음 날 곧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집을 찾아갈지도 모른다”며 “윤 전 총장이 안 대표와 힘을 합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공수처법, 언론중재법 등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법안들을 6개월 뒤 정권교체 성공 후 폐기하겠다”는 공언도 했다.

정 의원과는 당초 국회 본청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인터뷰 전날 의원회관 사무실로 장소가 바뀌었다. 그는 8월 25일 본회의에서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될 예정이었지만 국회 본회의가 무산돼 정식 임명이 연기됐다. 언론중재법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해지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연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부의장 될 운명이 아닌가 보다”라며 웃었다. 정 의원은 홍준표·주호영 의원 등과 함께 당내 최다선인 5선 의원이다.

- 여소야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여당은 각종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국회부의장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잘될 것 같나. “의회주의는 다수결원칙으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다.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 다수결만 앞세운다면 나치의 히틀러도 민주주의인가. 우리 선배 의원들이 어렵사리 머리를 맞대고 결론 낸 전통, 규범, 관행, 절차 이런 것들은 법보다 소중하게 지켜져야 한다. ‘87년 체제’ 출범 이후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의 제안으로 이런 전통이 확립됐다. 그런데 이러한 질서를 180석 의석만 믿고 송두리째 짓밟아버리는 건 납득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 180석을 앞세워 처리한 공수처법, 기업규제3법, 임대차3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그리고 오늘 언론중재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폐해를 남기지 않은 법이 없다. 자기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상대 입장도 헤아려가면서 정치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잘할 수 있는 DNA를 가졌다고 보지만, 민주당을 상대로 그게 잘될지 모르겠다.”

-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력이 야당 시절 민주당에 비하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이 있다. 과거와 같이 물리적인 투쟁에 제약이 있고, 번번이 실효도 거두지 못했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짜증이 나니 투쟁에 대해 큰 점수를 안 주시는 것 같다. 나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드루킹 사건이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난 이후 청와대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했다. 지금까지 의원들의 피켓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피켓시위는 김기현 원내대표가 마무리해 주기로 했다.”

- 범여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은 결국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것 아닌가. “국회는 통법부가 아닌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법 하나 만들어서 개혁된다면 세상에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다. 야당이 반대하고 그동안 자기네 편을 들었던 언론기관, 단체까지도 반대하는 악법을 왜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가. 새벽 4시에 법사위에서 날치기 통과하고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을 보고 절망했다. 이들의 독선과 오만은 ‘엔드리스(endless)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지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과되면 별수 없는 것 아닌가. 공수처 때도 그랬듯이. “6개월 뒤 정권이 바뀐 직후 폐기하겠다. 공수처법과 함께 언론중재법도 바로 폐기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고 장담한다.”

- 그게 될까?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1당을 회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책을 밀어줘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2024년 총선거에서 다수당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전에라도 국민적 여론을 결집시켜 역기능과 부작용만 초래하는 법률들의 폐해를 복구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정 의원과의 문답은 국민의힘 내부 상황으로 이어졌다.

- 지금은 잠시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당내 내분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에도 큰 원성을 샀는데.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측면이 있다. 다만 당 안팎의 집단지성이 발휘 돼 수습 국면을 마련했다고 본다. 이준석 대표가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 것 같아 다행이다. 난 앞으로 이 대표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내가 윤석열을 두고 ‘정권교체의 독보적 수단’이라고 얘기하는데, 결국은 이 대표와 윤석열이 2인3각으로 긴밀한 협력 아래 대통령 선거에 임해야 한다.”

- 페이스북에 ‘돌고래와 멸치’ 글을 써 이 대표와 논쟁이 있었다. “그 글은 부연이 필요하다. 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후보들을 가두리양식장에 가두지 말라, 푸른 등을 반짝이면서 헤엄치는 고등어처럼 풀어주라고 한 거다. 돌고래와 멸치, 고등어를 차등대우하라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언론에서 내가 말한 돌고래를 윤석열로 등치시켰다. 내 글엔 분명 ‘돌고래로 몸집 키운 후보들이 여럿 있다’고 써 있다. 홍준표, 유승민이 돌고래지 고등어급인가? 내 글이 완벽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나온 정도의 국어 실력이라면 차별대우 해달라는 뜻으로 읽히진 않았을 것이다. 10여명 대선후보들 중 그 글 때문에 나에게 항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오롯이 내 책임이다.”

- 돌고래와 멸치 간의 체급을 비교하려 쓴 표현이 아니었다는 건가. “모든 후보는 푸른 등을 빛내며 바다를 맘껏 헤엄치는 고등어가 되라는 뜻이다. 다른 후보와 달리 윤석열, 최재형은 다른 당원과 만나는 기회가 적지 않았나. 기존 정치인에 비해 광폭행보가 필요하고 당에 적응을 해야 하니 그런 기회를 좀 열어달라는 뜻에서 쓴 거다. 스케줄도 빡빡한데 며칠 간격으로 오라가라 하니까…. 그런 문제제기를 한 건데 글의 주제는 온데간데없고 마치 차별대우 해달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해 들어오더라. 하이에나부터 아부꾼이라는 험한 얘기까지 들었다. 앞으로 일절 대응하지 않으려고 한다. 당내 문제에 대한 글도 더 이상 쓰지 않을 거다. ‘이러다 당이 망하겠다’는 것 아니면 안 쓴다.”

- 현재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은 이준석 대표를 의심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한 동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당대표 선출 이전에 유튜브 방송에 나와 얘기한 내용을 현 시점에서 문제 삼는 것은 당내 분란의 트집거리만 될 뿐이다.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소설 같은 얘기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의 메시지는 가급적 짧고 간결한 게 좋다. 이 대표의 역할은 여러 대선후보들 광을 내주는 거다. 자신이 스트라이커가 돼서 골 넣을 생각 하지 말고, ‘링커’ 역할로 센터링을 올려줄 생각을 해야 한다.”

- 이 대표는 성향 자체가 스트라이커 아닌가. “미래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소양이 충분한 당대표라고 생각한다. 이번 당내 분란이 이 대표 자신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됐을 거다. 쓰지만 약이 됐을 것이다.”

- 윤석열 후보가 오늘(8월 26일) 여론조사에서도 다자 대결 1위로 나오기는 했지만 최근 그를 두고 회의적인 전망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비전이 뭔지 모르겠다”며 본선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실제 지지율도 부침이 있다. “경남도지사 두 번 지내고, 총리 물망에도 올랐던 김태호 의원이 얼마 전 대선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았나. 사퇴하는 날 아침에 내 사무실로 찾아와 ‘형님, 차 한잔 주세요’ 하며 이 옆자리에 앉았다. 김 의원이 하는 말이, 자기 지역구인 경남만 수개월 동안 돌았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윤석열 팬층이 콘크리트처럼 붙어 있다는 거다. 김 의원이 ‘왜 그렇게 윤석열을 지지하나’ 물었더니 ‘이 정권 좀 혼내줘야 한다’고 답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는 거다. 그러더니 그날 오후에 (김 의원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더라. 난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그다음 날부터 윤석열에 대한 세 쏠림은 더 급격해질 것이다.”

- 세 쏠림이라면. “이번 경선 국면에서는 ‘이재명을 꺾을 사람이 누구냐, 윤석열이다’로 등식화될 것이다. 우리 경선이 11월 5일(후보 선출일)까지 피를 말리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선 사실상 끝난 경선이 될 거라고 본다. 내가 예측을 좀 하는 사람이다.”

- ‘윤석열 vs 이재명’의 대선판이 벌어지면 윤석열이 이길 수 있을까. “불안감을 표하는 국민들이 계신데, 그런 불안은 나올수록 나쁜 게 아니다. (그만큼) 이겨달라는 간절한 염원에서 비롯된 거다. 토론회를 하면 할수록 윤석열은 득점 기회가 더 있다.”

- 윤 전 총장이 중도층 확장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안철수 대표와 손잡아야 한다. 11월 5일 윤석열이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되면 다음 날 바로 안철수 집에 찾아갈지도 모른다. 윤 후보가 원체 누구 집에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기다리지 않는다. 자기가 간다. 언젠가 날 만났을 때도 안철수 대표와 힘을 합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결렬됐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윤 전 총장 개인 의지로 풀어갈 수 있다는 건가. “최종 후보가 되면 당연히 (당내) 일인자가 되는 거다. 거기에 대해서 누구도 토를 못 단다. 윤 후보가 하겠다면 하는 거다.”

- 요즘 국회 세종시 분원 설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데. “이 얘기를 꼭 해야 한다.(웃음) 147억원이라는 국회 세종 분원 설치 관련 예산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데, 국회법에 ‘세종의사당 국회 분원 설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대 의견이 있어 국회법을 개정해야 그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그런데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평행선만 달리고 있길래 내가 ‘그냥 놔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야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국회법 개정안을 4월에 대표발의 했다. 아직까지는 관습헌법이라는 논리에 막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행정수도 완성으로 갈 이정표가 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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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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