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수서간 녹색공원화 사업 일부 구간 전경.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분당수서간 녹색공원화 사업 일부 구간 전경.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1800억원 규모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 소음저감시설 설치공사’(녹색공원화 사업)가 수년간 안전성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이를 무시한 채 원안대로 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의회에선 시의 이런 무리한 공사 진행을 두고 시가 고수했던 특정 ‘공법’용 자재 제조업체를 밀어주려 했던 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와 이 업체가 맺은 ‘관급자재 계약’ 절차 등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 그 근거다.

게다가 이 사업 대상 고속도로 구간은 이 후보 측근이자 대장동 의혹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김용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의 시의원 시절 지역구(이매1동·이매2동·삼평동)로 한정돼 있다. 시 안팎에선 이 사업을 두고 대장동 개발사업과 같이 이 후보와 관련한 또 다른 검증 사안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이뤄진 인천지역 공약발표 및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성남시가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 상층을 덮고 위를 공원화하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도 저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며 “혹시 업자와 유착된 것이 아닌가라고 하는데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니 국가 발전이 안 되는 것”이라며 미리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이 사업은 분당·수서를 잇는 도시고속화 도로 일부 구간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교량 형태의 구조물을 도로에 씌우고 그 위에 녹지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당시 여러 연구용역 보고서와 시공사 공문 등엔 시가 설계한 공사 ‘공법’대로면 구조물이 붕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적시됐다. 시공사에선 문제시되는 ‘공법’ 변경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시는 오히려 시공사에 소송을 걸기도 했다. 현재까지 9차례의 설계변경과 7차례의 공사기간 연장이 있었지만 기존 공법은 변경되지 않았다. 앞서 이 후보의 주장과 달리 이 사업과 관련한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 셈이다.

성남시, 붕괴 위험 큰 ‘파형강판’ 고집

2015년 7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분당수서간 도시고속도로 소음저감시설 공사 기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5년 7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분당수서간 도시고속도로 소음저감시설 공사 기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 소음저감시설 설치공사는 구체적으로 분당수서간 도시고속화도로 중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있는 1.59㎞ 길이의 왕복 6차선 ‘매송~벌말 지하차도’ 구간을 대상으로 한다. 시는 이곳에 복개터널과 방음벽 등을 설치한 후 그 위에 약 8만3000㎡ 면적의 녹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에선 이를 ‘분당수서간 녹색공원화 사업’으로 일컬었으며, 이 사업으로 조성되는 공원을 ‘굿모닝파크’(덮개공원)라 불렀다. 이재명 후보는 2010년과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 후보와 같은 당 소속이던 김용 당시 시의회 의원 역시 이를 시의원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대엽 전 성남시장 시절 때는 고속도로 소음저감 방안으로 ‘지하화’만이 거론됐는데, 이 후보는 당시 이와 전혀 다른 방식을 들고나온 것이다.

지역에선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사업은 2015년 7월 기공식 및 착공 직후 난항만 거듭해왔다. 시공사 측은 설계 검토 단계에서부터 안전성 문제를 들고나왔다. 시 설계에 따르면 총 사업 구간 1.59㎞ 중 801m는 ‘거더 공법’, 498m는 ‘파형강판 공법’으로 복개 터널 공사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거더 공법은 공장에서 콘크리트로 제작한 ‘거더’를 기둥으로 심고 그 위로 구조물을 떠받치도록 하는 공법을 말하며, 파형강판은 작업 현장에서 여러 개의 강판을 너트·볼트 연결만으로 구조물을 조립하는 공법을 의미한다. 파형강판 공법은 공사비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효과를 낼 수 있는데, 보통 짧은 길이의 교량이나 생태통로, 격납고 등에 활용된다.

사업 초기 시공사가 지적한 건 이 파형공판 공법의 적용이다. 시행사와 시의회 설명에 따르면, 본래 이 공사는 거더 공법만을 적용해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4년 전후로 일부 구간에 대해 거더 공법이 아닌 파형강판 공법을 적용하는 논의가 이뤄졌고 이는 실제 설계에까지 반영됐다. 당시 이 사업을 잘 기억하는 민주당의 한 전직 시의원은 “파형강판 공법은 한마디로 알루미늄으로 된 여러 개의 강판을 볼트와 너트로 연결해 짓겠다는 건데 그것만으로도 문제가 많았다. 거더 공법과 달리 우천과 화재, 무게쏠림(편토압) 등에 취약했다. 그 위에 공원까지 지었다간 하중을 견디기 더 어려울 거란 분석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선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수년간 이어졌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지난 7대(2014~2018년) 시의회 속기록 일부 발언이다.

“파형공법으로 시공을 한 지자체, 완주에서 교량이 붕괴로 재공사가 되고, 공군에서 방호 진지를 파형공법으로 했는데 이게 또 문제가 생겨가지고 SBS에까지 이것이 보도가 되고, 공주시에서 무너져서 또 성토작업 하던 중에 이렇게 됐어요. (중략) 공법에 지금 문제점이 있다 해서 계속해서 사고가 나고 있는 것이 이 파형공법이에요.” (2016년 5월 25일 218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 강한구 민주당 의원 발언)

“우리가 목적한 소음을 차단시키고 그리고 거기에 아름답게 공원을 꾸몄다고 칩시다. 그런데 만약에 잘못돼서 지금 상당히 우려하는 이런 파형강판 공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그것이 무너졌거나 빗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문제가 생겨서 물이 새거나 그랬을 때는 책임질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그 안전에 대한 것이 결국은 우리 주민들한테 위험으로 다가가는 거예요.” (2016년 10월 13일 223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 강한구 민주당 의원 발언)

“거더 공법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거더 공법을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하는 데 대해서 동의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중략) 파형공법은 안전성이 자꾸 검증이 안 된 부분이 있으니까 파형공법에 대한 예산은 삭감하는 데 대해서 저는 동의합니다.” (2017년 12월 7일 234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 노환인 자유한국당 의원 발언)

“안전에 문제성이 있다고 한다면 지금 거더 구간과 파형강판 구간 가운데 파형강판 구간은 사업을 포기해야지요. 말 그대로 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뚜렷한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이지가 않아요. 그래서 지금 국장님의 설명을 들어보게 되면 일단은 확보된 기 예산을 가지고 공사를 진행하고 이후에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정치 지형의 변화라든지 이런 것, 의회의 상황을 봐서 다시 예산을 편성하겠다, 그런 취지로 제가 이해가 되거든요. (중략) 안전에 대해 한번 의구심을 제기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안전에 대한 문제점과 그다음에 위험 요소에 대한 것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어요.”(2018년 1월 30일 235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 어지영 민주당 의원 발언)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시측 관계자들 답변은 “안전하다” “필요 시 조치하겠다” “보고 드리겠다” “검토하겠다” 등이었다. 시의회에선 행정사무 감사 등도 실시했지만 시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시공사, 비용부담에도 설계변경 요청

시공사로 참여한 진흥기업 등 3사는 이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진흥기업은 공문을 통해 안전성 문제를 시 측에 아래와 같이 전하기도 했다.

‘파형강판 설계도서를 검토한 결과 아래와 같이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어 관련 연구 보고서를 제출하오니 검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① 시공단계 중 안전성 문제 발생 ② 공용 중 내구성 확보와 안전도 유지의 문제 ③ 비상재난 상황에서의 인명피해나 구조안전성 우려 예상 등.’

당시 시공사가 시 측에 보낸 보고서 중 하나인 244쪽 분량의 한국복합신소재구조학회 용역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파형강판 구조물은 공용 중 내구성 확보와 안전 유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비상재난 상황하에서는 인명피해나 구조물 붕괴 등 대형사고 발생이 우려되므로 적절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1월 시공사 의뢰로 대한토목학회가 내놓은 ‘분당수서 현장 파형강판 구조물의 안전성 검토’ 보고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회는 성남시 설계에 대해 국내 설계기준, 해외 설계기준 모두 8개 항목에서 4개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학회가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을 다음과 같다. ‘검토 대상 구조물과 같이 파형강판과 얇은 금속재 거푸집으로 구속된 경우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검토 대상 구조물과 같이 적용 사례가 없고 주요도가 높은 구조물에서는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합당 (중략)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공사는 시 측에 설계변경을 수차례 요청했으며 심지어는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예산 부담을 시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2019년 5월 진흥기업은 공문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PSC거더로 변경하되 본 구조물 공법 변경에 따른 귀시의 추가되는 예산 부담 없이 수행코자 합니다. 이에 조속한 설계변경을 요청드리오니 선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해 6월엔 “파형강판 설계에 따른 공사 수행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안전성이 확인된 PSC거더로 설계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시에선 이런 의견들을 모두 묵살하고 파형강판 공법을 적용한 원안만을 고수했다. 2019년 7월엔 오히려 진흥기업 등 3개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계약 보증이행을 보증기관들을 통해 청구했다. 이 청구는 정해진 기한 내로 공사를 완료하거나 계약금 40%를 내고 공사를 포기하고 나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사업을 포기할 순 없으니 다시 협의를 했고 기존 파형강판 공사 구간에 콘크리트 박스를 설치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하고 다시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설계상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한 건 입찰로 사업에 참여한 뒤 2015년 착공 후 60일간의 설계 검토 때였다. 이와 관련해 들인 안전성 연구용역비만 상당하다. 공법을 바꾸는 건 사실 시가 결정해야 할 일이었고 우리는 이를 요청밖에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시공사와 시의 갈등으로 현재까지 이뤄진 설계변경만 9번, 공사기간은 7번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파형강판 공법은 기존대로 존치됐다. 현재 사업 완료 시기는 2023년 6월로 예정되고 있다.

자료 : 구글어스
자료 : 구글어스

석연치 않은 ‘파형강판’ 자재 계약

시의회에선 시의 이런 조치를 두고 성남시와 파형강판 관급자재 계약을 맺었던 강관제조업체 F사와의 관계에 주목한다. 시는 파형강판 공법 공사를 위해 2016년 3월 F사와 68억원 규모의 해당 공사 관급자재(파형강판) 계약을 맺었다. 시는 F사를 선택한 이유로 파형강판 공법과 관련한 업체 측의 ‘신기술’을 거론했다. F사의 신기술지정증서에 따르면 자사의 파형강판 공법 신기술은 기존 지간(교각 간 거리)의 한계를 16m에서 26m로 향상시켜 사용 용도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에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제 지간이 27.5m라는 점에서 픽슨이 보유한 기술은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럼에도 시는 계약을 강행했고 2016년 5월 선급금으로만 6억8700만원, 2016년 12월 기성금으로 5579만1000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의회의 안극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술이 부합하지 않은 업체를 굳이 선정한 점, 당시엔 안전성 문제로 공사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었는데 대금부터 먼저 지급한 점 등이 의아스럽다”며 “시와 F사 간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F사 측은 2017년 신기술 보호 기간 만료 후 같은 내용의 신기술 인증을 다시 받았는데, 해당 증서엔 기존 지간 한계가 33m로 늘어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F사가 신기술을 개발하던 당시 실시한 연구용역과 2014년 시가 발주한 안전성 연구용역에 참여한 교수진 일부가 같다는 점이다. F사의 이 신기술 연구용역엔 한양대학교의 심모 교수, 경남과기대 오모 교수 등이 여러 차례 참여했는데, 이들은 시가 사업 초기 파형강판 공법 적용을 위해 실시한 안전성 연구용역에도 동일하게 참여했다. 이들 교수는 대학토목학회에서 시 사업과 관련해 ‘안전하다’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냈고, 시는 이를 기반으로 설계를 마무리한 셈이다. 시의회 속기록에 따르면, 계약 체결 직후 시의회 의원들은 시 측을 상대로 F사와의 계약이 사실상 ‘수의계약’이라며 선정 기준과 관련한 문제를 다수 제기하기도 했다.

성남시 “검증 거쳐 안전 확보”

이 일련의 사안에 대해 앞서의 전직 시의원은 “양측의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와 목소리가 지속해서 엇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기존 공법이나 설계를 고집했던 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표심 노린 정치인들이 주도하다 발생한 잡음들인데 이재명 후보도 그렇고 지금 사고가 난다 해도 책임질 사람은 이제 성남에 전무하다”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해 F사 관계자는 “오래전 상황이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은 어렵지만 지금의 파형강판 계약은 쉽게 말해 나라 장터에서 구매해서 사용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그때 당시에도 그런 절차에 따라 참여하게 됐을 것”이라며 “당시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을 땐 공장에서 동일 구조물 시공을 통한 검증과 학회 연구용역을 통해 이를 해소해나가면서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성남시 측은 “실제 안전성 문제가 부각됐지만 전문가 검토와 실무 실험 등을 통해 안전한다는 판결을 받았고 이에 따라 공사를 진행 중이다. 파형강판이 적용된 구간은 단면 변화를 필요로 하는 곳들로 도로가 지하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구간들이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공하는 게 어렵고 예산 절감 효과도 있어 파형강판 공법을 적용했다. 현재는 파형강판 구간 시공을 모두 완료하고 위에 성토하는 작업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 “픽슨과 계약을 맺은 건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계약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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